스틸데일리 윤용선 국장
▲ 스틸데일리 윤용선 국장
철스크랩 가격 하락이 장기화되고 있다. 국내 철스크랩 유통가격(구좌업체 야드매입 기준)은 생철A 기준 ‘13년 12월 톤당 42만원 수준에서 최근 톤당 25만원 수준까지 하락했다. 14개월 동안 톤당 17만원이 하락하는 과거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추세이다.

철스크랩 가격 하락은 제강사의 수혜로 연결된다. 제강사는 주원료인 철스크랩 가격 하락으로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해 3분기까지 주요 철근 메이커들은 적자를 기록했거나 간신히 적자를 모면하는 수준의 경영실적을 기록했다. 4분기 철스크랩 가격 하락 폭이 커지면서 지난해 실적은 적자는 면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과거와 같이 두 자리 숫자에 육박하는 양호한 실적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메이커들은 판매부진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지난해 7대제강사의 내수 철근 판매량은 900만톤 수준으로 결코 과거에 비해 수요가 없었다고 얘기할 수 는 없는 상황이다. 주원료인 철스크랩 가격도 하락했고 수요도 뒷받침되는 상황에서 철근 메이커들의 실적이 왜 안 좋았는지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본 기자의 생각은 지난 한 해를 되돌아 볼 때 부문별로 영업과 구매가 자신들의 역할만을 충실히 한 결과로 보여진다. 구매는 싸게 사는데 집중했고 판매는 가격을 지키기에 급급했던 것이다.

철근과 철스크랩의 정반대의 성향을 갖고 있다. 철근은 바닥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하는 반면, 철스크랩은 바닥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면 안 된다. 철근의 경우 바닥이라고 생각될 때 수요가 및 유통사들이 구매를 시작한다. 제품을 비축하며, 가수요가 발생하는 것이다. 반면, 철스크랩은 바닥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 물량 잠김 현상이 발생한다. 가격 상승 기대감이 생기면서 발생처 및 유통업체들의 출하량이 감소하는 것이다.

7대제강사의 철근 재고는 50만톤이 육박하는 수준까지 증가했다. 올 1분기 철근가격 협상을 전분기 대비 톤당 3만 5,000원 인하에서 합의 했지만 결코 성공적인 협상이라고 볼 수 없다. 철근 유통시장에 바닥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데 실패한 것이다. 추가 가격 하락 가능성이 남아있어 제품 판매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또한 철스크랩 시장도 장기 가격 인하로 제강사의 수익은 확보하고 있지만 시장은 붕괴되고 있는 중이다. 철스크랩 유통시장이 붕괴될 경우 제강사는 이전 보다 높은 비용으로 철스크랩을 구매해야 하는 상황도 연출될 수 있다.

성격이 다른 두 가지 품목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나가는 것이 제강사의 경영이다. 따라서 부문간 통합 경영이 무엇보다 강조되는 곳이 철근메이커이다. 과거 철근메이커의 통합 경영은 부문간의 유기적인 대응으로 큰 효과를 보았다. 수요도 뒷받침됐지만 이러한 부문간의 효과적인 운영으로 수익을 극대화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철강업계의 환경도 변했다. 과거 철근 시장의 큰형님이었던 현대제철은 고로 메이커로 성장했다. 철근 시장에서의 역할이 과거만 못하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또한 과거와 달리 조직이 커지면서 현대차그룹에서의 인력 충원 등 조직간의 융합이 과거와 같이 유기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다.

철근 메이커의 안정적이 수익은 철스크랩 업계의 수익에도 직결된다. 곡간에서 인심 난다는 속담이 있다. 철스크랩을 구매하는 제강사의 살림살이가 나아져야 철스크랩 업체도 살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상황은 어떠한가? 제품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확실히 성공한 현대제철 이외에 정통적인 전기로 메이커였던 철근-형강 전문 메이커의 수익은 악화되고 있다.

제품 가격 결정은 물론 철스크랩 구매까지 현재와 같은 형님 뜻대로의 전략이 언제까지 유효할지 의문시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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