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정호근 기자
▲ 스틸데일리 정호근 기자
새해를 여는 첫 절기인 입춘(立春)을 지나면서 곳곳에서 긴 겨울을 밀어낼 봄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혹독한 겨울 비수기를 보낸 철근 시장 역시 어느 때 보다 봄날을 기다리는 눈치다.

2월에 들어서면서 철근 시장의 거래량이 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더 나빠지지 않길 간절히 바라던 철근 업계 입장에서 낭보임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급반전을 기대할 일도 아니다. 반토막 같던 지난 겨울에 비해 조금의 차도가 있다는 극미한 호전이니 말이다.

오랜 기다림이 느끼게 해준 온기에 방심하지 않길 권하고 싶다. 겨우내 꽁꽁 얼어붙은 철근 시장은 여전히 냉기가 가득한 데다, 봄날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을지도 아직은 장담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철근 시장을 둘러싼 숙제들은 어깨를 무겁게 만들고 있다. 50만톤을 훌쩍 넘어서던 업계 보유재고는 여전히 위험수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시황개선을 위한 재고감축이 급선무로 지적되면서 나름의 감산에 나서고 있음에도 눈에 띄는 변화를 체감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는 평가다.

2월 시장도 원활한 흐름을 기대하기 힘들다. 긴 설 연휴가 2월 중순에 걸치면서 전후반의 흐름을 가로막고 있는 데다, 절대적으로 부족한 영업일수는 개선의 여지를 제한하고 있다. 여기에 메이커들의 생산ㆍ판매 계획은 자력으로 큰 폭의 수급개선 기대를 갖기 어려운 상황이다. 어쩌면 더 열악해진 여건에서 생존의 사투를 벌여야할지도 모른다.

메이커와 유통점간의 소통도 아직 봄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난 주 1월분 마감에서 메이커들은 공언대로 강경한 마감방침을 적용했다. 하지만 그것으로 유통질서 회복을 위한 공감대가 마련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당장의 긴장감은 줄 수 있어도 수면아래의 숙제를 풀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오히려 실질적인 마감의 조율만 복잡해졌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철근 업계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생존의 고민에 직면해있다. 8년여 만에 최저치로 떨어진 철근 시세와 쌓이는 적자판매 부담에서 시장의 정상화와 수익성 개선이라는 숙명의 숙제를 풀어야하는 입장이다.

철근 시장에도 분명 지금보다 나은 봄은 올 것이다. 이번 봄만큼은 한 걸음 한 걸음 답을 찾아가는 긴장감을 늦추지 않아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다. 어설픈 봄을 맞았다가 한여름에 된서리를 맞을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마음 속의 봄을 미뤘으면 한다.

저작권자 © 스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