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손연오 기자
▲ 스틸데일리 손연오 기자
뚜렷한 원인규명이 어려울 정도로 스테인리스 시장은 메이커는 메이커대로, 유통은 유통대로 모든 것이 꼬이고 막혀버렸다. 현재 시점에서 수입이 살길인가 싶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안전한 보험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포스코 스테인리스는 탄소강과 지난해 4월 통합된 이후 그 안에서 생산과 판매로 분리되면서 부문 시절과 비교했을 때 정책의 일관성을 보이기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니켈가격 약세에 따른 시장 부진과 수익성 저하, 수입방어 정책의 뚜렷한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면서 총체적 난국에 부딪힌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가격정책이나 유통향 정책에서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시장에서 포스코의 스테인리스 사업의 본원경쟁력에 대한 의문만 높아지고 있는 상태다.

현대비앤지스틸은 시장에서 수입상사로 전환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들이 나올 정도로 국내 시장에서 수입상품 판매비중을 높이고 있으며, 원재 매입에서도 수입재 비중이 상당히 높아진 상태이다. 냉연메이커에서 수입상품 판매를 본격화하면서 기존 수입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규모나 자금 면에서 현대비앤지스틸의 덩치는 상대적으로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건 불보듯 뻔한 일이다.

현대제철은 연간 10만톤 수준으로 물량 면에서 크지 않지만 최근 2년 여간 국내 최저가 논란의 정점에 서 있다. 현대제철이 탄소강과 특수강에서 전방위적으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는 기조 속에 있지만, 스테인리스 사업에 대한 뚜렷한 비전은 사실상 보이지 않고 있다. 일정 수준의 매출유지 말고는 달리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이 맹점일 수도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스테인리스 시장에서는 가장 무서운 존재이기도 하다.

세아제강을 비롯한 스테인리스 배관업계는 공급과잉 시장에서 신규 업체들의 잇단 사업진출과 설비투자 등으로 과열경쟁의 늪에 빠졌다. 신규 성장동력을 찾기 어려운 가운데 결국 가격경쟁으로 수익성은 갈수록 저하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이처럼 메이커들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상태에서 유통업계가 처한 현실은 더욱 참담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코일센터들의 경우 운신의 폭은 상당히 좁아진 상태다. 2차 유통과의 가격경쟁에 내몰린데다가 규모가 크기 때문에 각종 비용들이 증가하면서 적정마진을 취하기 어려운 상태이다. 외형 유지만으로도 버겁기 때문에 이전처럼 신규 투자나 신사업 도모도 쉽지 않다.

그렇다고 수입에서 돌파구를 찾는 것도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이미 수입시장도 포화상태로 경쟁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결국 자금력과 타이밍 싸움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취약해질대로 취약해진 시장에서 모두의 골병만 깊어지는 형국이다. 위로부터의 구조조정이건, 아래로부터의 구조조정이건을 떠나 현재의 문제는 메이커도 유통도 모두 판을 흔들만한 시장지배력을 갖지 못하다는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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