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손연오 기자
▲ 스틸데일리 손연오 기자
권오준 회장의 취임 1년을 맞이한 포스코는 재무구조 건전화와 본원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기치 아래 여전히 구조조정을 비롯한 각종 혁신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다. 그동안 강도높은 구조조정과 조직개편 등 숨가쁘게 달려온 포스코는 지난 3월 2기 체제를 본격 출범하며 전 해외법인 흑자달성 목표 등 재무성과 창출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비핵심 계열사 매각과 통합 등 재구구조 건전화를 위해 안밖으로 고강도의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포스코는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프로젝트 기반의 일하는 방식을 정착시켰으며,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해외법인 주재원들의 소속을 전환시키고, 인적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그룹의 통합직급체계를 구축 중에 있다.

포스코의 본원경쟁력 강화를 위한 초석다지기라고 볼 수 있는 이런 정책들과 별개로, 스테인리스를 5년 넘게 담당해오면서 기자가 포스코에 갖는 의문은 딱 하나였다. 지난해 그동안 분리되어 운영되었던 탄소강과 스테인리스 부문을 통합한 이후 시너지는 발휘되고 있는지 여부였다.

스테인리스 업계의 전 세계적인 트렌드는 오래전부터 탄소강으로부터의 분리, 독립에 따른 전문성 강화였는데 지난해 포스코는 정반대의 길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유럽과 일본에서의 스테인리스를 포함한 특수강 시장의 방향성은 전문화와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정리될 수 있다.

최근 몇년 간 양적으로 압도하고 있는 중국 역시 태원과 바오산 등 일부 국영밀들을 제외하고 스테인리스만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업체들 수는 셀 수 없을 정도다. 태원과 바오산 역시 탄소강과 통합관리가 아닌 부문으로써 별로 관리를 하고 있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왜 유독 포스코만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는지, 그리고 1년이 지난 지금 어떤 통합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지 궁금증이 커져가는 상태다. 포스코 스테인리스의 매출액은 연간 10조 규모로 결코 비중이 작지 않다.

지난 2004년부터 지나해 조직개편 전까지 포스코 스테인리스 사업부는 생산·판매·마케팅·원료 등을 스테인리스 사업부문 아래 편재하여 독립적인 통합체제로 움직여왔다. 이처럼 포스코 내에서 스테인리스 부문이 탄소강에서 떨어져나와 독립적으로 운영된 것은 수익성 문제도 있었겠지만, 전 세계적으로 탄소강과 스테인리스 사업을 동시에 꾸려 운영하던 밀들이 스테인리스 산업의 특수성과 독자성으로 스테인리스 부문을 따로 독립시켜 운영해왔던 추세와도 맞물려 있다.

스테인리스는 탄소강과 속도나 사이클 면에서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이에 따른 산업적 특성도 다르게 나타난다. 실제로 전 세계적으로 스테인리스 업계의 변화는 매우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 포스코 역시 스테인리스 부문은 그동안 원료산업과의 연계 투자, 글로벌 판매 네트워크 구축에 초점을 맞춰 그동안 국내외에 굵직한 투자들을 진행하면서 외형적인 성장을 일궈왔다.

최근 포스코를 둘러싼 정세를 포함하여 각각의 투자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릴 수 있겠지만, 당시 투자방향을 놓고봤을 때 포스코 스테인리스 부문으로서는 최선의 선택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또한 스테인리스 사업부문 안에서 해당 부서들이 전사적으로 움직이는 가운데 이런 투자가 가능했다는 평가는 여전히 유효하다.

지난해 탄소강과의 스테인리스 부문 간의 통합관리를 본격화하면서 기존 탄소강의 국내외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판매와 마케팅 측면에서의 시너지가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었지만, 실질적인 인프라 활용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미미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또한 스테인리스 시장의 주기나 변화가 상당히 빠르게 나타나는 부분에서 발빠른 대응능력 등 일종의 속도감이나 국내외 스테인리스 전계열사들의 전사적인 시너지 부문의 약화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다.

원료의 가격변동성이 매우 높고 가격결정 시스템이 탄소강보다 주기가 훨씬 빠르게 나타나는 품목이 스테인리스다. 원료동향과 시장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는 것이 스테인리스 시장의 특성이기도 하다. 속도가 다른 탄소강과 스테인리스가 하나의 통합된 조직에서 굴러간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어불성설이기도 하다.

포스코의 전사적인 마케팅 전략은 고객중심의 영업으로 전환되어 가고 있는 모습이다. 스테인리스의 부서는 통합 이후 탄소강의 조직과 유사한 상태로 모두 변화했다. 고객 중심으로 다가가려면 단순히 마케팅 조직의 변화만 이뤄져서는 안 되고 생산 역시 유연해져야 하고 긴밀한 협업구조가 구축되어야 한다. 그리고 스테인리스의 경우 다품종 소량 생산이 핵심인데 현재 포스코는 여전히 범용강종의 대량생산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이전처럼 스테인리스 원료부터 생산, 국내외 영업 마케팅까지 한 부문 내에서 긴밀하게 이뤄져야 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의사결정의 속도도 높아질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지금의 포스코는 그렇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주도권 역시 더이상 포스코 스테인리스 부서가 움켜쥐고 있지 못한 국내외 시장상황도 냉철히 돌아봐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는 생각이다.

포스코는 국내 시장에서 여전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그러나 업계에서 기대하는 것처럼 포스코가 보다 시장지향적으로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이면서, 다품종 소량 생산에 강한 국내 유일의 스테인리스 전문 제강업체가 되기 위해 포스코가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은 스테인리스 WP 제품판매 확대도, 니켈 등 원료산업에 대한 투자도 아닌 탄소강과 스테인리스의 분리라는 생각이다.

탄소강과 스테인리스의 통합 시너지에 대한 냉철한 평가와 통합 이전의 부분 시절에 대한 재평가 등 진정한 본원경쟁력 강화는 여기서부터 출발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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