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윤용선 국장
▲ 스틸데일리 윤용선 국장
일본 동경제철이 6개월 연속 제품판매가격을 동결했다. 국제 철강재 가격이 하락을 지속하는 가운데 일본만 제품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일본 철강재 가격이 홀로 가격을 유지할 수 있는 원인은 국민성과 지역적 특성 때문이다. 과거부터 지진과 화산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일본이다. 이에 일본 국민들은 안전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 안전이 입증되지 않은 외국제품보다는 자국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대한 신뢰가 높을 수 밖에 없다.

이러한 특징으로 일본 철강사들은 외부환경 변화 속에서도 가격을 지켜나갈 수 있었다. 그 결과 일본 동경제철은 지난해(‘14년 4월~’15년 3월) 매출액 1,656억 5,800만엔을 달성했다. 전기대비 19.2% 증가한 수치이다. 영업이익도 132억 500만원을 달성해 전기대비 5.2배 증가했다.

또한 일본의 철강재 가격 안정은 주변 산업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직접적으로 철스크랩 산업의 안정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철강 제품가격이 안정되면서 철스크랩 가격도 유지됐다. 국내 철스크랩의 경우 지난 6개월간 약 톤당 8만원의 하락을 기록한 반면, 일본 철스크랩 가격은 절반 수준의 가격 하락에 그친 것이다. 특히, 수출가격은 이 기간 등락을 보였지만 현재 가격은 6개월 전의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수입재 범람에 초토화된 한국 철강시장

일본이 국제 철강 가격 하락의 위기를 슬기롭게 버텨냈다면 한국은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의 설비과잉에 따른 최대 피해국이 한국으로 보여진다. 한국철강협회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철강 수입량은 전체 철강수요의 40.9%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철강재 수입의 절대량은 중국산이었으며, 당시 협회 측은 ‘지속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통상 수입량이 자국 수요의 10%가 넘어서게 되면 AD 및 세이프가드 등 보호무역 정책이 가동된다. 그러나 국내 철강산업은 수입산 점유율이 40%가 넘는 상태에서도 아무런 해법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다. H형강 제품만이 AD를 준비하고 있지만 정부관련 부처는 차일피일 최종결정을 늦추고 있는 상태이다.

한국이 일본과 다른 것은 인정할 수 있다. 일본은 많은 인구와 넓은 땅을 기반으로 자급자족이 가능한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 일본 국민의 성향이 더 해져 중국의 공습으로부터 피해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좁은 땅에 부족한 자원으로 수출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국가이다. 중국에 자동차 및 휴대폰을 판매해야 우리나라의 경제가 돌아간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국 정부가 중국에 어떠한 제품도 AD를 제시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또한 무조건 싸면 장땡(?)이라는 한국 국민의 성향도 철강산업이 악화되고 있는 원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 수요산업업체들의 철강재 가격 인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자동차, 조선, 가전 등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 심지어 일부 수요업체들은 국내 철강재 가격을 중국산에 맞춰줄 것을 요구하기도 한다. 또한 전체 철강재 가격에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자동차용 강판이 현대기아차그룹 내부의 계열사간 합병으로 잠시 미루어 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철강재 가격 결정이 수요산업으로 넘어 갔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이다.

철강가격 철강업계 스스로 지켜나가야

자동차강판 가격이 하락해도 자동차 가격은 인하되지 않는다. 철근 가격이 하락해도 아파트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다. 컬러강판 가격이 하락해도 가전제품 가격은 매년 상승한다. 이런 상황에서 왜 철강재 가격이 하락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결국, 수입재의 범람과 철강업체간 가격 경쟁이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철강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으며, 생존모드로 진입한 한국 철강산업은 이미 일부 품목에서 치킨게임이 벌어지고 있다. 그러나 무분별한 가격대응은 철강산업 전반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철강대국으로 자부해 왔던 한국이 스스로 자멸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한국의 철강산업을 보호해줄 슈퍼맨은 누구일까? 정부(?), 수요산업(?), 애국심(?)… 현재 상황에서 철강산업의 보호해줄 외부 요인은 없다고 인정해야 할 것이다. 즉, 한국 철강산업의 위기는 업계 스스로가 돌파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시점에서 제품가격 인하가 누구를 위한 인하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봤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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