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정호근 기자
▲ 스틸데일리 정호근 기자
철근 시장이 예상을 뛰어 넘는 거래호조로 뜨겁다. 공급부족까지 실감되는 시장만 놓고 보면 신바람이 나야 정상이지만, 철근 업계는 불편한 기색을 넘어 불안감까지 엿보인다.

극성수기의 활황이 무색한 시세하락 때문이다. 간절했던 수요가 살아나면 모든 게 해결될 것으로 여겼던 믿음은 충분히 검증된 환상이 됐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4월 극성수기의 상징인 90만톤 판매고를 올리고도 비수기 수준의 시세하락을 막아내지 못했다.

난감한 시세하락도 문제지만 철근 업계의 고장 난 수익시스템은 더 불안한 문제다.

최근 년도 들어 철근 업계 수익성은 적극적인 원료가격 인하로 확보된 원료-제품 스프레드에 의존해 왔다. 지난해의 경우, 철근 유통시세는 10만원의 낙폭을 기록한 것에 비해 철스크랩 시세 낙폭은 15만원으로 5만원 가량 컸다. 지난해 4월까지의 동일 비교도 원료 낙폭이 1만원 이상 많았다.

올해의 경우는 어떨까. 4월까지의 원료와 철근유통 시세낙폭은 크게 역전됐다. 해당 기간 철근 유통시세는 6만원의 낙폭을 보인데 비해 철스크랩 시세 낙폭은 2만원에 불과했다. 제품시세 하락이 원료를 3배 가량 앞선 것이다.

물론, 단적인 비교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기에 충분하다. 복잡한 배경의 문제를 논외로 치더라도, 그동안 철근 업계가 의존해오던 수익시스템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만약 철근 제강사들이 수익성 확보의 복안 없이 올해 4월까지의 시간을 보냈다면, 지난해보다 나은 수익성을 기대하기 힘든 구조다.

철근 시장과 관련한 주요 지표는 시세회복을 지지하고 있다. 판매실적 급증과 보유재고 급감, 제동이 걸린 철스크랩 시세하락 등 철근 시세하락의 근거로 삼을 만한 재료는 없다. 이해하기 힘든 철근 시세하락과 관련해 시장 관계자들은 ‘다스리지 못한 불안감’의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회복된 시장의 동력을 적절하게 활용하기보다, 쏟아지는 생산량과 재고를 소진하는데 급급한 조바심을 냈다는 얘기다.

‘싸게 판다고 철근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는 진리를 모두가 알지만, ‘싸게 팔지 않으면 판매경쟁에서 밀릴까봐 가격을 지켜 팔지 못했다’는 안타까운 하소연이다. 생존을 위한 수익성 확보에 목소리를 높이면서도, 가격을 올리거나 유지하는 일은 남에게 미뤘다. 난감한 시세하락에 ‘내 탓’은 없다. 모두가 ‘네 탓’ 뿐이다.

철근 업계가 시세하락의 책임 공방을 벌이는 동안 50만원 시세의 기로에 섰다. 남은 봄 성수기 시장이 기대 이상의 호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예상은 다행인 일이다. 다만, 앞으로의 철근 수요가 항상 호조는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떠올리면, 시기적절한 시장대응에 좀 더 깊은 고민을 가져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지금이 아니면 훨씬 큰 대가를 치러야하는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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