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정예찬 기자
▲ 스틸데일리 정예찬 기자
예로부터 중국은 무계목강관에 두각을 나타내며 양과 질을 모두 만족시켜 한국 시장에서 기반을 공고히 해왔다. 하지만 중국산 용접강관은 가격이나 품질 등 측면에서 여러 제약이 있어 저급 제품이라는 수식어를 떼어내지 못했다. 상황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용접관 시장에서 중국산 강관은 아직도 ‘막파이프’ 외에 별다른 수요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지난 한해 한국의 중국산 강관 수입량은 41만톤에 이르렀다. 그 중 무계목 강관이 약 30만톤으로 3/4를 차지했으며 용접강관의 경우 9만 9,994톤으로 전체 수입량의 1/4에 해당한다. 용접관 수입량은 가장 낮았던 2009년(3만 1천톤)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한 물량이며 이 또한 계속해서 증가 추세에 놓여있다. 반면 국내 강관 내수 시장의 규모는 300만톤 즈음에서 성장하고 있지 않아 업계에서 중국산 강관의 시장 점유율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는 중이다.

표면적으로 내수 시장에서의 중국산 강관 점유율은 3.3% 가량이다. 하지만 대부분이 일반구조용 강관으로 유입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실제 구조관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3.3% 보다 훨씬 더 크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

문제는 흑관으로 들여온 제품들이 국내에서 도장 처리되어 그 출신 성분이 ‘세탁’된다는 점이다. 흑관에 마킹이 되어 생산되었더라도 도장을 거치게 되면 마킹까지 덮어져 어느 제조사의 제품인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매우 제한적이다. 메이커 대 유통 간의 거래에서는 다발로 운송∙거래되어 태그를 통해 확인할 수 있지만 실수요가와의 거래에서는 일반적으로 낱본 판매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확인이 더욱 어렵다. 따라서 한국 제품인지 중국 제품인지도 구별되지 않는 상황까지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한편, 한국의 KS인증을 획득한 중국 강관사는 현재까지 단 2개사에 불과하며 이 또한 배관재에 해당한다. 구조관 KS인증을 획득한 중국 강관사는 없다. 따라서 국내 유통 중인 중국산 구조관은 모두 비KS 제품인 것이다.

업계는 “중국산 강관의 유입 때문에 시장 가격이 흔들리고 있다”라며 유입을 막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를 위해서 가장 먼저 컬러각관에 마킹을 찍는 건 어떨까? 현재로써는 마킹을 찍는 것이 중국산과 구별될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인 방법이다.

현재 시장에서 유통되는 컬러각관의 경우 일부 업체들만이 50각 이상 제품에 마킹을 찍고 있다. 그 이하 제품들은 마킹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물론 많은 업체들이 모든 제품에 마킹을 찍지 않고 있다.

한국철강협회도 협회 차원에서 계속해서 정품 철강재 사용에 대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으나 정품 강관 사용에 대해서는 다소 취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가을에는 휴스틸이 스마트폰 앱을 통해 시험성적서를 확인할 수 있는 ‘큐리얼’을 강관 업계 내에서 처음 시도하였으나 별다른 경쟁력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이 또한 다발 단위의 태그에만 해당한다는 점에서, 본 단위 제품에 대해서는 변별력을 갖추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수요가 입장에서 컬러각관의 원산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자본주의 시장에서 경쟁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규제는 가능하다. 컬러각관의 마킹 의무화가 우리의 시장을 보전할 수 있는 첫 번째 방어책이다. 하지만 지금과 같은 공급 과잉 시장에서 값싼 중국산의 유입은 국내 제품의 시장 점유율 하락과 동시에 전체 시장 가격의 하락, 그리고 그로 인한 품질의 하락까지 야기하는 등 시장 질서의 흐트러짐만을 가져올 뿐이다.

물론 전체 철강업계의 규모에 비해, 강관 업계의 정품 철강재 사용은 그리 큰 이슈가 되지 못할 수도 있다. 대부분 업체들이 생산 라인에 마킹 설비를 추가해야 한다는 추가적인 문제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앞으로의 시장 질서를 위해, 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모든 강관 제품에 대한 마킹 의무화를 고려해야 할 시점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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