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윤용선 국장
▲ 스틸데일리 윤용선 국장
올 상반기 국내 철강업계에는 커다란 풍랑이 휩쓸고 지나갔다. 중국발 철강재 가격 하락이란 파도가 시장을 덮치면서 업계 전반의 어려움이 가중됐다. 또한 포스코와 동국제강의 검찰 수사라는 사상 초유의 사건도 벌어졌다.

포스코와 동국제강은 여러 측면에서 비슷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검찰 수사, 대규모 임원 경질, 매각 등 온갖 악재가 겹치면서 이들 업체들은 경영 정상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규모의 차이 때문일까? 포스코는 여전히 생존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반면, 동국제강은 위기의 정점을 지나고 있다는 생각이다.

포스코는 지난 15일 5대 경영 쇄신안을 발표했다. △사업포트폴리오의 내실 있는 재편성 △경영 의사결정에 대한 책임 명확화 △인적 경쟁력 제고와 공정인사 구현 △거래관행의 투명하고 시장지향적 개선 △윤리경영을 회사운영의 최우선순위로 정착 등이다. 그러나 이번에도 구체적인 쇄신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경영 쇄신안 발표라기 보다 윤리경영 선포식 같았다는 느낀 것은 필자만의 생각일까?

이번 쇄신안 발표로 바뀐 것이 있다면 혁신포스코(IP) 1.0이 2.0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혁신 포스코 2.0’의 중점 추진전략은 1.0에서 강조했던 ‘철강 본원 경쟁력의 강화’와 함께‘사업구조 혁신 가속화’,‘신성장 사업의 가시적 성과 창출’,‘윤리기반의 경영인프라 구축’이다. 그러나 정리해 보면 부실 계열사를 정리하고 윤리적인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얘기로 정리된다.

필자가 권오준 회장 취임 이후 가장 궁금했던 부분이 ‘철강 본원 경쟁력’ 이었다. 본원이 本願(본래부터 가지고 있는 큰 소원)을 말하는 것인지 本源(흘러 내려오는 것의 주장이 되는 근원)을 언급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본래부터 소원했던 세계 최고의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 하겠다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포스코는 이번 쇄신안에서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을 위해 해외 상공정에 대한 신규 투자를 지양하고 CGL, 코일센터 위주의 하공정 해외투자 확대 및 가공부품사와의 해외 공동 진출 추진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솔루션 마케팅 강화로 솔루션 연계 판매량을 2017년까지 250만톤 수준까지 끌어 올린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철강 본원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반응이다. "World-First"가 “World-Premium”으로 바뀐다고 회사가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날 발표된 부실 계열사 50%를 축소한다는 내용이 임팩트 있게 다가왔다. 국내 계열사는 25개사를 감축하여 오는 2017년까지 22개사만 남기고 해외 연결법인도 64개사를 정리해 167개사에서 117개사로 축소한다는 내용이다.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를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직원들이 갖는 불안감은 어떻게 해결할지 또 다른 숙제만 남겼기 때문이다.

한편, 비슷한 위기를 맞았던 동국제강의 행보는 남달랐다. 회장이 구속되는 초유의 상황을 맞았지만 유니온스틸과의 합병, 페럼타워 매각, 포항 후판공장 셧다운 등 산재한 문제들을 일사천리로 해결한 것이다. 특히, 회장님을 보필하지 못한 가신들을 일제히 경질 시키는 모습은 동국제강다운 면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한때 동국제강의 경영은 최악의 수준까지 악화된바 있다. 금융권에서 이 회사의 어음할인을 거부하는 수준에 도달하면서 부도설까지 유포될 정도였다. 그러나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했던가? 동국제강의 간절함에 시황도 변했다.

동국제강의 주력 제품인 철근의 경우 예상치 못한 호황을 보이면서 물건이 없어 못 팔 정도로 시황이 급변했다. 또한 H형강도 좋아질 일만 남았다. 중국산 H형강 반덤핑 부과에 따른 수입량 감소로 국내 메이커들의 판매량 증가가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동국제강의 본원 경쟁력인 철근과 H형강이 눈에 띄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시장에선 이미 동국제강이 잘 못될 수도 있다는 얘기가 사라진 지 오래이다.

같지만 다른 두 회사의 행보를 바라보며 차이를 보이는 이유가 단지 ‘주인이 있는 회사와 없는 회사’이기 때문이란 생각이 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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