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범종 스틸데일리 기자
▲ 유범종 스틸데일리 기자
동국제강이 8월 포항 2후판공장 가동 중단을 전격 단행했다. 지난 2012년 1후판공장 폐쇄에 연이은 공장 가동 중단이다. 생산과 규모 중심의 철강산업 특성을 고려할 때 실로 뼈아픈 결정이 아닐 수 없다.

동국제강은 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후판사업을 축소시킴으로써 전반적인 이익 개선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란 복안이다. 실제 동국제강은 이번 2후판공장 가동 중단으로 인건비, 운전비용 등을 포함해 연간 수백억원의 고정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그 동안 후판부문의 대규모 적자로 상쇄됐던 철근, H형강, 냉연 등의 타 품목 이익 극대화도 함께 기대하고 있다. 이미 이러한 효과는 가시적으로 발현되고 있으며 향후 동국제강의 경영환경은 보다 호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동국제강이 향후 비전과 성장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서는 후판부문도 규모 축소에만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변화된 환경에서의 경쟁력 확보에도 전력을 기울여야만 균형을 이루며 성장의 기틀이 마련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한 때 동국제강의 전체 매출의 60%를 상회했던 후판사업은 현재 지속적인 규모 축소로 상당히 위축된 상태다. 그래도 아직까지 전체 매출의 30% 내외를 유지하며 주요 매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특히 최근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인 브라질 CSP 제철소 건설도 사실상 후판부문 원가경쟁력 확보를 위한 행보다. 브라질 CSP 제철소는 동국제강이 포스코, 발레와 함께 추진하는 약 54억6,000만달러의 대규모 프로젝트로 동국제강의 위기 속에서도 각별한 애정을 쏟아온 사업이다.

이러한 측면을 고려했을 때 동국제강 후판사업은 무턱대고 줄이기만 할 사업이 아닌 숨을 고르고 다시 박차고 성장해야 할 사업이다.

현재 동국제강 후판부문의 경쟁력은 타 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 열위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소재인 슬래브 자체조달이 어렵다는 점과 함께 단일공장 생산체제에 따른 생산효율성 저하와 납기대응력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도 커지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향후 동국제강이 이러한 시장 우려를 불식하고 어떻게 후판부문 경쟁력을 확보해나갈 것인가는 회사의 ‘사활’이 걸릴 만큼 중요한 사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동국제강은 단일공장 체제 하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추진 중이다. 당진 후판공장 재고창고 확장과 포항, 창원, 진해 등 국내 조산산업단지에 물류기지 신설 등을 검토하며 납기대응력 확보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이에 그쳐서는 안 된다. 최적화된 생산체제 구축을 통한 고정비용 극대화뿐 아니라 수출을 확대할 수 있는 제품 기술력 확보, 다양한 공급루트 개척 등의 총체적인 노력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내년부터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하는 브라질제철소에서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들도 서둘러 마련해야만 한다.

우리나라 속담에 ‘고인 물은 썩는다’라는 말이 있다. 동국제강도 현 상황에서 2후판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고정비용 절감에만 안주하지 말고 후판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해 새로운 재도약의 발판으로 삼을 수 있는 의지가 절실해 보인다. 동국제강이 후판부문 위기를 이겨내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기업으로 성장하길 고대해본다.

저작권자 © 스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