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 등 3개 경제단체와 22개 업종단체는 우리 경제의 장기 침체국면 타개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전기요금 체계 개편을 촉구하는 건의서를 산업부 등 관계부처에 전달하였다.

산업계의 전기 요금체계 건의 배경은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 최근 중국이 전기요금 인하 방침을 밝히는 등 국내 기업의 원가 경쟁력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 불합리한 전기요금 체계, 기업경쟁력 약화 초래

산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력예비율이 안정적 상황을 유지하고 있고 전력 수요 증가세는 둔화되고 있어, 과도한 수요관리 보다는 전기요금체계 합리화를 통해 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당국의 수요관리 필요성은 2011년 최대전력 사용기간인 1월 전력예비율이 5.5%에서 2015년 16.3%로 개선됨에 따라 상당 부분 완화되었다. 또한 수요 증가율 역시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1990년대는 연평균 9.9%정도로 전력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였으나, 2000년대 들어 하락해 6.1%, 2011년~2015년은 2.2% 증가하는데 머물렀다.

산업계는 우선 전력 수요에 따라 변동되는 계절별, 시간대별 요금체계에 대한 합리화 방안 4가지 개선책을 정부 관련부처 및 한국전력에 전달하였다.

첫째, ‘15년 8월부터 중소기업 대상 1년 한시 적용중인 토요일 경부하 요금제를 전체기업으로 확대하고 상시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전기는 고압으로 받을수록, 전력 총수요가 낮을수록 공급 원가는 하락한다. 원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고압 전력을 이용하는 대규모 시설산업에 대해서도 토요일 경부하 요금제 전환을 통해 평일 전력 수요를 토요일로 분산시킬 필요가 있다.

둘째, 여름(6~8월)․겨울철(11~2월)로 분류해 성수기 요금을 적용하고 있는 6월과 11월을 봄(3~5월)․가을(9~10월) 요금체계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실제 해당월 전력 판매는 봄·가을과 비슷한 수준일 뿐만 아니라 전력 예비율도 높아 성수기 요금 적용에 무리가 있다.



셋째, 전력비용이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전력요금에 따른 경쟁력 변화가 높은 산업(망간알로이, 뿌리산업, 시멘트 등)에 대해서는 다양한 선택요금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미국, 호주, 프랑스 등은 장기 공급 계약이나 안정적인 부하율 등을 감안해 30~70%의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넷째, 전력 피크 관리를 위해 징벌적으로 부과되는 기본료 체계의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행 산업용 전기요금의 기본요금은 직전 1년 내 동계(12~2월), 하계(7~9월) 및 검침당월 중 가장 높은 순간 최대 부하를 기준으로 기본료를 산정함에 따라 높은 기본료를 부담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책정된 기본료는 최대 부하가 줄어들게 되더라도 최소 1년간 변동 없이 지속되어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1년 내 최대부하 기준 적용기간을 6개월 내로 단축해 최대 부하량에 따른 기본료 산정의 정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 전기요금 1%만 내려도 2,900억원 원가 절감 가능

한전은 2015년 역대 최고인 약 11.3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약 2조원의 현금배당도 결정했다. 석탄, 원유 등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전력생산 단가가 하락했지만, 전기의 판매 가격은 유지됐기 때문이다.

한전 전기요금은 발생원가 기준으로 요금을 산정하는 ‘원가주의 원칙’과 배당, 이자지급 및 최소한 사업 확장을 감안해 산정해야 하는 ‘공정보수 원칙’ 등 공공요금 부과원칙에 부합하고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 최근 중국은 자국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산업용 전기요금 인하(kw당 0.03위안) 계획을 발표하였다. 전체 기업의 원가절감 효과는 연간 약 680억위안(한화 약 12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불황의 여파로 국내 기업들도 이미 원가 절감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우리나라 산업용 전기요금은 ‘05년 이후 10년간 약 76%나 인상된 상황이다. 2014년 산업용 전기 판매액 기준으로 단순 계산할 경우 한전이 1%만 낮춰도 산업 전체에는 약 2,900억원 정도의 원가절감 효과가 기대된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사업비 지출은 정체된 반면, 기금 수입은 매년 4~5% 가량 증가하면서 ‘16년에는 4조원 이상의 기금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사업비를 제외한 여유자금 규모 역시 1조 6천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정부가 제시하는 적정 여유자금율(여유자금/사업비) 10~15%(1,639억~2,459억)에 비해 6.7~10.1배나 높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전기 요금의 3.7%만큼 부과되는 요율은 ‘06년 이후 인하되지 않고 있다. 과도한 전력산업기반기금은 국민 부담을 가중시킬 우려가 높아 이미 국회와 기재부 등도 요율 조정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전기요금 체계 개편과 관련하여 전경련 추광호 산업본부장은 “국내 수출이 14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이런 상황의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장기화 될 조짐도 있다.”라고 진단하며, “국내 제조업의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정부는 가용한 모든 정책수단을 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이를 위해 “체계 개편만으로도 수출기업의 원가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전기요금 체계에 대해 정부가 의지를 보여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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