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범종 스틸데일리 기자
▲ 유범종 스틸데일리 기자
한때 산업의 쌀이라 불리며 고속성장 가도를 달리던 국내 철강산업이 어쩌다 이 지경까지 왔을까?

국내 철강업계가 구조조정이라는 이슈로 시끌시끌하다. 정부는 철강산업을 취약업종으로 분류하고 업계 자발적인 합병 및 설비 감축 등을 종용하고 있고 이에 발맞춰 철강협회는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의뢰해 전반적인 국내 철강산업 구조조정 보고서를 작성 중이다.

규모의 경제가 경쟁력을 약속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철강업체들이 양적인 성장만을 지속하면서 발생한 결과다. 이제 국내 철강산업은 급격한 수요 부침에 대비하지 못하고 헤어나올 수 없는 공급과잉의 늪에 빠져버렸다.

사실 전세계적인 불황을 야기한 2008년 리만사태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국내 철강경기는 잇단 설비 증설에도 수요가 부족할 정도로 호황이 지속했다. 이에 따라 철강업체들의 생산능력 확장 정책도 당시 시장여건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투자전략으로 비춰졌다.

그러나 이후 경기가 급격히 꺾이면서 국내 철강산업은 완연한 후퇴기에 접어든 상태다. 내수시장은 포화상태에 다다랐고 해외 수출시장도 각국의 보호 무역주의 강화로 갈수록 진출이 어려워지고 있는 추세다.

결국 철강업체들의 과감한 설비 확장은 이제 오히려 독으로 돌아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업계에서는 어긋난 수요 예측으로 발생한 철강 공급과잉 해소가 그 무엇보다 시급한 현안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그 동안 양적 성장의 선두에 있었던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적극적인 노력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그 동안 포스코는 시장지배력을 내세워 꾸준한 설비 확장을 단행해왔으며, 현대제철은 2006년 고로사업 진출 이후 모기업인 현대기아자동차를 중심으로 수직계열화를 구축하고 현재 연간 1,200만톤 규모의 고로 용선을 쉴새 없이 뽑아내고 있다.

한국철강협회 자료에 따르면 연간 국내 제강 생산능력은 올해 기준 8,642만톤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가운데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차지하는 비중은 80%에 육박한다. 지난 10년간 양사의 설비 증설만 놓고 봐도 2,000만톤을 훌쩍 넘기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최근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국내 철강 공급과잉의 발단이 서로의 탓이라고 주장하는 설전이 벌어진 것이다. 당장 힘을 합쳐 공급과잉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내 철강산업을 대표하는 두 기업의 책임 회피성 설전은 참으로 실망스럽지 않을 수 없다.

이제 공급과잉 문제는 책임 떠넘기기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전반적인 국내 철강산업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서는 업계 모두가 이기적인 생각을 버리고 자발적이고 실천적인 행보에 나서야만 한다.

하물며 국내 철강산업의 양대 기둥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오히려 공급과잉에 대해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구조조정에 동참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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