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앤스틸 서정헌 대표이사 사장
▲ 스틸앤스틸 서정헌 대표이사 사장
선도기업인 포스코가 price leader로 국내 철강가격을 결정하면 다른 철강사가 따라가던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지금은 중국가격이 국내 철강가격을 결정하고, 국내 철강사 수익성을 결정하고, 바로 국내 철강시황을 결정하는 시대다. 국내 철강시장의 가격선도자가 포스코에서 중국으로 바뀐 것이다.

이러한 환경변화는 국내 철강시장에 적지 않는 영향을 미친다. 이제 우리는 중국 얘기를 하지 않고는 국내 철강시황을 얘기하기 어렵게 되었다. 그래서 2016년 한해도 국내 모든 철강인들의 관심이 중국 철강가격으로 집중된 것이다. 당사가 주관하는 다양한 철강세미나에서도 온통 중국 얘기뿐이다.

국내 철강수급이 국내 철강가격을 결정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가고 있다. 더 이상 국내 철강수요가 늘었기 때문에 국내 철강가격이 올라가지 않는다. 반대로 국내 철강수요가 줄어도 국내 철강가격이 떨어지지 않는다. 이렇게 국내 철강재 가격이 국내 철강수급과 무관하게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제 국내 철강가격은 중국에서 결정되어 한국시장으로 전달될 뿐이다. 그것도 거의 동시에 전달된다.

그러다 보니 국내 철강시장은 대부분 수급불균형 상태에 있게 된다. 중국시장으로 편입되면서 국내 철강시장은 스스로 이러한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힘을 상실하게 된 것이다. 국내 철강수요가 줄어들어도 중국 철강가격이 올라가면 국내가격은 계속 상승하거나 높은 수준을 유지하게 된다. 결국 균형가격보다 높은 시장가격이 형성되면서 초과공급이 불가피하게 되고 수급불균형은 더 심화되는 것이다. 균형으로 수렴하지 못하고 항상 초과공급이나 초과수요상태에 있기 때문에 철강재 거래는 불안해지고 시장의 효율성은 떨어지는 것이다.

중국 철강시장은 아주 경쟁적 시장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격변동이 심하다. 여기에 간혹 중국정부의 강력한 산업정책이 충격을 주면서 중국 철강가격의 변동은 더 심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큰 변동을 보이는 중국 철강가격이 price leader가 되기 때문에 국내 모든 거래주체들의 위험요인이 급속히 증대하는 것이다.

따라서 2017년 우리나라 철강사 경영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부문은 이러한 위험비용을 줄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위험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철강사들이 중국 철강시황을 따라잡는 적응속도를 높여야 한다. 중국 철강시장에 대한 적응속도를 높이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중국의 등에 올라타고 달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한편으로 중국과 경쟁하고 중국산 수입재를 방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중국시장에 뛰어들어 그들을 price leader로 인정하고 적응속도를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것이 중국 철강산업의 등에 올라타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중국정부나 중국 철강사 입장에서는 급격한 가격변동도 나쁠 것이 없다. 중국 철강가격이 심하게 변동하면 할수록 중국보다 오히려 우리나라 철강사들이 더 많은 위험비용을 지불하여야 한다. 급격한 가격변동이 때로는 중국 철강산업에 오히려 도움이 되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가격변동을 더 증폭시키거나 방치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스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