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정예찬 기자
▲ 스틸데일리 정예찬 기자
저는 학창시절을 중국에서 보냈습니다. 그리고 부모님께서는 여전히 중국에서 사업을 하고 계십니다. 설은 아니지만 부모님과 연말연시를 함께 보내고자 조금 긴 휴가를 내고 중국에 다녀왔습니다.

그동안 출장을 위해 상하이나 철강사가 있는 여러 도시로는 일년에도 수 차례씩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학창시절을 보냈던 베이징과 부모님께서 지내고 계신 칭다오를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여행’을 다녀온 셈이죠.

경산공원에서 바라본 자금성 전경(후문). 다행히도 스모그가 아니고 아침 안개다.
▲ 경산공원에서 바라본 자금성 전경(후문). 다행히도 스모그가 아니고 아침 안개다.


출발하기 전 SNS를 통해 친구들에게 물어봤습니다. “중국 놀러 가기 전 깔아야 할 필수 어플로는 무엇이 있을까요?” 한국의 ‘카카오택시’에 해당하는 ‘디디다처’ 등을 필수 어플로 소개받았습니다만, 더 많은 사람들의 추천을 받은 것은 바로 대기오염지수가 상세하게 나오는 ‘날씨’ 어플이었습니다.

여행 가기 전 현지 날씨를 확인하는 일은 당연한 일이지만, 현지 대기오염지수를 확인하는 일이 필수라니…. 중국에서 오랜 생활을 했던 저에게도 생소하고 놀라운 소식이었습니다.

참 다행히도 여행하는 동안 날씨는 제법 괜찮았습니다. 심지어 이틀간 머물렀던 베이징에서는 ‘파란 하늘’을 보며 마스크를 쓰지 않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대기 상태가 좋았었습니다. 오히려 칭다오에서의 날씨가 조금 덜 좋았는데, 그래도 여행중인 저도 현지인들도 마스크를 쓰고 다니지는 않았습니다.

칭다오 신호산 공원에서 바라본 시내 전경. 아침 안개가 깔려있고 해가 떠오르는 풍경이 아니고, 스모그가 깔려있는 상태에서 해가 지고 있는 모습이다.
▲ 칭다오 신호산 공원에서 바라본 시내 전경. 아침 안개가 깔려있고 해가 떠오르는 풍경이 아니고, 스모그가 깔려있는 상태에서 해가 지고 있는 모습이다.


문제는 마지막 날인 귀국 당일에 터졌습니다. 오전 10시 30분 비행기를 타고자 아침에 집을 나서는 순간, 자욱한 스모그가 앞을 가렸습니다. 과장을 하나도 안 보태고 가시거리가 50m도 채 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비행기가 뜨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공항을 가기로 했고, 공항에서는 비행기가 한국에서 출발했으니 티켓팅을 하고 탑승 구역에서 기다리라고 하더군요.

아버지 차를 타고 공항으로 가는 길. 가시거리 확보가 불가능한 상태다. 이럴 경우 고속도로는 일제히 통제된다고 한다.
▲ 아버지 차를 타고 공항으로 가는 길. 가시거리 확보가 불가능한 상태다. 이럴 경우 고속도로는 일제히 통제된다고 한다.


왜 안 좋은 예감은 항상 맞는 걸까요? 인천에서 출발한 비행기는 기상 악화로 인해 한 시간 반 동안 선회하다가 결국 칭다오로 들어오지 못하고 인근 도시인 웨이하이에 내렸다는 방송이 나왔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비행기는 오후 5시 경에 칭다오에 도착했고 저는 6시쯤 겨우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공항 대합실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비행기가 내리지도 뜨지도 못한다는 소식에 짜증이 나지만 수긍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 공항 대합실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비행기가 내리지도 뜨지도 못한다는 소식에 짜증이 나지만 수긍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그동안 중국 관련 기사를 열심히 써왔습니다. 그리고 환경 관련 조사로 인해 철강사들이 감산하거나 생산을 중단한다는 소식도 많이 전했었습니다. 이번에 당산시나 강소성 등 철강사를 직접 방문한 것은 아니지만 정말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것이 맞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환경 오염 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몸소 체험하고 왔습니다.

제가 귀국한 이후로 대기 상태가 더욱 심각해졌나 봅니다. 당산시는 지난 3일 0시를 기점으로 대기오염Ⅰ급적색경보를 발령했습니다. 이로 인해 시내 모든 철강 압연 설비의 가동이 중단됐습니다. 겨울철 주민 난방이 보장되는 전제 하에 철강사들의 소결기 가동도 중단됩니다. 차량은 홀짝수 2부제를 실시하고, 시내 버스 등 대중교통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전에는 이런 기사를 쓰면서 “역시 공산주의 국가 맞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이번 감산 소식을 접하면서는 “그래, 그래, 얼른 해야지, 제대로 해야지”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중국의 상황은 여러분들이 상상하시는 그것 이상입니다. 중국 현지에서 스틸데일리 정예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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