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앤스틸 김홍식 부사장
▲ 스틸앤스틸 김홍식 부사장
최근 국제 정치에서 뉴스메이커는 단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대통령 선거기간 중에도 파격적인 언행으로 유명했지만, 취임 연설 역시 너무 노골적으로 미국중심이다. 그를 현실주의자로 봐야 할지, 선동가로 봐야할지 헷갈린다.

여러 정책을 내놓았는데, 한마디로 미국 우선주의와 함께 노골적인 중국 견제다. 재미있는 것은 소련에 대한 그의 태도다. 소련의 미국 대선개입 의혹까지 돌고 있지만 오랜 친구가 허물없이 한일인 냥 덮어두는 모습이다. 그런데 이러한 모습이 어디선가 많이 본 모습이다. 마치 70년대 초반 미국과 중국 간 관계와 너무도 흡사하여 데쟈뷰를 보는 느낌이다. 당시에는 소련을 견제하기 위한 것. 대상만 소련에서 중국을 바뀌었을 뿐이다.

한국전쟁과 베트남 전쟁, 캄보디아 내전에 이르기까지 양국은 정치적으로 군사적으로 사사건건 부딪친다. 그러나 소련의 인공위성 발사와 체코 침공을 계기로 미국은 친중반소 정책으로 바뀐다. 드디어 72년 2월 미국 닉슨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 ‘평화공존 5원칙’을 발표하고, 79년 1월 국교를 수립한다. 이후 금융위기가 터질 때까지 양국의 밀월관계는 지속된다. 미국은 중국에게 최대 수출시장이었고, 중국은 미국에게 값싼 소비재를 공급해주는 악어와 악어새의 관계가 된다.

그런 미국이 오바마 집권 2기부터 중국 견제에 나서더니 트럼프는 대놓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목하는 등 중국견제에 나서고 있다. 최근에는 남중국해 문제를 둘러싸고 군사적 행동까지 나서는 모습이다. 왜 미국은 중국을 견제할까? 최대 적으로 여겼던 소련이 몰락한 이후 미국을 위협하는 최대 적이 중국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국제정치는 냉엄하다. 냉엄한 현실 앞에서는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기도 한다. 문제는 우리의 입장이다. 미국과 중국의 틈바구니에 끼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현상이 일회성에 그치면 좋겠지만,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계속되는 한 그 불똥은 우리에게 튈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필자의 대답은 한마디로 ‘전문가를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정치적인 얘기는 전문지식도 없고 논하고 싶지도 않다. 산업전문지이니 만큼 산업의 관점에서 본다면 산업전문가를 키워야 한다. 그럼 무엇이 산업전문가인가? 언어만 잘해서는 안 된다. 산업에 대한 지식과 함께 그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통섭하고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인맥이 있어야 한다.

그럼 전문가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교육과 훈련이 필요하다. 여기서 필자는 일본식 유학과 한국식 유학의 사례를 얘기해보겠다. 한국은 유학을 보내면 주로 기숙사에서 기거한다. 오직 학교와 기숙사를 오가며 공부뿐이다. 그래서 한국 유학생이 수석졸업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힘들게 공부하고 석·박사를 따고 나면 취직을 하느라 또 한 번 고생을 한다. 기업에서는 해외진출이나 제품의 해외시장 공략을 할라치면 컨설팅업체에 의뢰를 한다.

일본 유학생은 어떨까? 대부분은 홈스테이를 택한다. 그리고 열심히 논다. 몇 년 전에는 홈스테이를 하는 유학생이 주인집의 일거수일투족을 기록한 것이 발각돼서 양국의 외교문제까지 번진 적이 있다. 기록을 중시하는 일본인답게 몇 시에 일어나서 언제 마트에 가고, 가전제품은 무엇을 쓰고, 마트에서는 주로 어떤 상품을 사고, 상품을 살 때에는 어떤 것을 중시하고... 이런 사소한 것을 기록한 것이 들통이 난 것이다.

일본은 직원의 해외연수를 보낼 때에도 비슷하다. 열심히 놀게 한다. 그런데 이렇게 사소해 보이는 데이터가 실상 기업의 해외진출 시 가장 소중한 정보가 된다. 그렇게 사귄 친구들이 해외 진출 시에나 문제해결 시 적극적인 도우미가 된다.

한마디로 우리는 유학이나 연수 따로, 해외진출 전략 따로따로다. 반면 일본은 이를 생활화하고 있다. 물론 도덕적으로 사생활을 기록하는 것이 문제인 것은 맞다. 그러나 전문가를 어떻게 양성하느냐는 고민할 때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성이 비슷하게 직원의 해외연수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문가는 굳이 거창한 전략을 수행하는 사람으로 생각지 말아야 한다. 또 하나의 사례를 들겠다. 잘 알다시피 지금은 핫코일 구하기가 하늘에 별 따기다. 그런데 중국의 무역상이 한국 향 수출용 핫코일을 지난해 11월 대량으로 구매했다.

당시 가격대는 370달러 미만이었다. 필자가 어떻게 그렇게 많은 물량을 구매할 생각을 했느냐?고 물었더니, 이 친구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중국은 매년 겨울이 되면 스모그 때문에 정부가 공장가동을 못하게 한다. 그럼 가격은 오르지 않겠느냐?” 너무도 간단한 대답에 허를 찔린 기분이다. 중국 무역상이나 수출을 많이 한 제조업체에는 수출담당자 말고도 애널리스트가 있다. 매일 원료동향부터 주력 수출시장에 대한 세세한 정보를 조사해서 보고를 한다.

한국 메이커는 물론 중국 경쟁사의 생산량이나 수출량, 시중 재고, 판매가격 등을 손바닥 눈금 보듯이 알고 있다. 우리는 늘 “중국 때문에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그러나 중국을 알기 위해 얼마나 인력과 시간을 투자하고 있나?를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전문가는 만들어지는 것이다. 훈련과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과 중국 관계는 어느 한쪽이 백기를 들지 않는 한 쉽게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국제관계가 어떻게 돌아가건, 우리는 수출을 해야 먹고사는 나라다. 지금이야 말로 지역전문가, 산업전문가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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