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가 융합된 ‘4차 산업혁명’시대를 맞아 제조업은 어떠한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인가? 그리고 제조업 가운데 철강업체들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할 것인가? 포스코경영연구원 김상윤 연구원은 최근 포스코 블로그에 ‘4차 산업혁명 속으로’라는 6편에 걸친 글을 연재했다. 그를 만나 4차 산업혁명이 어떻게 산업현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이야기를 들어보았다.[편집자주]

포스코경영연구원 김상윤 박사는 철강산업에서 4차 산업혁명은 느리지만 분명히 나타나게 될 것이라며 체계적이고 치밀한 계획을 수립해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 포스코경영연구원 김상윤 박사는 철강산업에서 4차 산업혁명은 느리지만 분명히 나타나게 될 것이라며 체계적이고 치밀한 계획을 수립해야 할 시기라고 지적했다.
● “중공업 제조 환경에 적용 만만치 않아”

Q> 4차 산업혁명이 과연 무엇인가?

A>
실제로는 지난 2011년 독일의 인공지능연구소에서 시작된 개념이다. 사실 그곳에서 이야기한 것은 지금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내용이었다. 당시 독일은 인건비나 생산효율 측면에서는 중국 등 신흥 제조업 국가의 성장에 위기감을 느끼게 됐고, IT 기반의 첨단산업은 미국에 주도권을 빼앗긴 상황이었다. 이를 과연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에서부터 연구가 시작됐다.

당시 인공지능연구소는 독일의 강점인, 제조와 엔지니어링 부문에서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갖기 위하여 IT 기술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하였다. 독일 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2012년 ‘Industry 4.0’이라는 개념으로 처음 시작됐다. 결과적으로,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신흥 제조업 국가들과 미국을 중심으로 한 첨단 제조업 국가들에 대한 견제의 목적에서 출발한 것으로 독일이 갖고 있는 제조 및 생산 기술 역량을 업그레이드해 새로운 산업의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전략이었던 것이다.

산업 관점에서 살펴보자면 3차 산업혁명 말미에 나타난 디지털 혁명으로 발전되고 축적된 ICT 기술들이 기존 아날로그 정보를 디지털화하고, 각각의 개별 기술이 융합돼 초연결 사회를 구현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의 근본 동력이며, 이 기술혁신이 제조나 소비, 유통 등으로 전 산업의 영역으로 확장되는 단계를 4차 산업혁명이라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전의 산업혁명과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보다 지나고 난 이후에 후손에 의해 정의되어지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라 할 수 있다.

4차 산업혁명과 유사한 용어 및 개념
▲ 4차 산업혁명과 유사한 용어 및 개념


Q> 제조나 소비 환경 측면에서 말 그대로 융복합에 따른 제조 단계의 영역 파괴 역시 불가피해 보인다.

A>
3차 산업혁명을 통해 ICT 기술이 각각 발전했다면 4차 산업혁명시기에는 융복합과 연결성을 바탕으로 폭발적인 혁신을 가져올 수 있는 시기라 할 수 있다. 특히 3차에서 인터넷과 전자기기의 발전이 핵심이었다. 현실세계의 정보가 온라인상으로 수집되고 집결되는 시기가 3차 산업혁명이었다면 온라인상의 정보를 바탕으로 현실세계가 실시간으로 연결되고, 상호작용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스마트 팩토리라는 것 역시 축적된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이 제조공정에 활용되는 것으로, 이러한 제조의 혁신은 적극적 소비자라 할 수 있는 프로슈머(Prosumer)의 활동까지도 확대하고 있다. 소비자가 제조업체들에 의해 일률적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소재와 컬러, 디자인과 기능 등을 직접 제조업체에 반영하고 이를 구체화 시킬 수 있다. 소비자의 요구와 제조의 연결은 스마트 팩토리 구현의 궁극적인 종착지중 하나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제조업체와 공장만 혁신해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결국 우리가 지속해온 사회 구조 상에서 발생한 각종 규제가 해결되지 못한다면 4차 산업혁명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다양한 비즈니스 확장성이나 이를 위한 플랫폼 등을 담아내고 발전시키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Q> 융복합 기술 혁신이 제조나 소비채널로 확장되는 단계를 4차 산업혁명이라고 할 수 있다면 이 과정에서 나타나고 있는 ‘스마트 팩토리’는 그 첫 단계인가?

A>
아디다스의 ‘Speed Factory’나 GE의 ‘Brilliant Factory’가 최근 가동된 스마트 팩토리의 예라 할 수 있다. 아디다스의 경우 고객이 운동화 각 부분의 재질과 소재, 색상과 디자인을 주문하면 자동화된 공장에서 24시간 이내에 제품을 생산해 배송하도록 만들어 놓았다.

GE는 자신들이 생산하는 모든 분야의 제품을 하나의 공장에서 생산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았다. 주문을 받으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생산 일정을 스케줄링하고, 해당 일정에 맞춰 원자재를 공정에 투입시키고, 센서 등을 통해 어떤 공정을 거쳐야 하는지 스스로 제어한다. 모든 생산 과정이 말그대로 스마트화된 것이다.

그렇다면 포스코를 비롯한 철강소재 산업 등 중공업 제조분야에서 과연 4차 산업혁명은 어떤 변화를 불러올 것인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아무래도 4차 산업혁명 시기에 제조업 분야의 변화는 가벼운 산업에서 무거운 산업으로, BtoC 에서 BtoB 로 순차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경공업 분야의 제조업, 특히 BtoC는 이 같은 변화를 받아들이기 쉽고 효과가 빠르게 나타날 수 있지만, 중후 장대한 산업이며 BtoB 산업인 철강업의 경우 변화의 기대치나 그 효과를 예측하고, 실제로 성과를 체감하는 기간이 상대적으로 오래 걸릴 것이다.

철강 제조공정 자체의 연속성과 산업적 특성 때문에 변화가 다소 늦어질 수 있겠지만 회피할 수 없는 상황인 만큼 분명히 준비해야 하는 과정인 것이다.

● “데이터를 수집하고 표준화해야”

Q> 그렇다면 스마트 팩토리는 꼭 해야만 하는 것인가?

A>
통상적으로 스마트 팩토리가 구축되면 생산성이 이전보다 20~30% 더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 협회가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스마트 팩토리로 인한 생산 효율 향상 효과가 20~30% 수준이라는 것이다. 즉, 기본적으로 생산효율 관점에서도 충분히 매력이 있다.

공장 내부에서의 생산효율 향상 이외에 외부 연결 측면에서의 환경 변화 역시 주목해야 한다. 스마트 팩토리를 우리가 상상하는 수준까지 구현한다면 고객의 주문부터 생산 그리고 배송에 이르기까지 모든 데이터가 각각 연결된 센서에 의해 자동적으로 처리되고 제조업체와 수요업체간 납기 단축은 물론 품질 안정성과 고도화 등에서 상당 수준의 업그레이드가 가능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철강업은 생산 현장에서의 효율추구가 이미 오래전부터 지속적으로 추진되어 왔기 때문에, 타 제조업에 비해 스마트 팩토리 구축을 통한 부가적인 생산 효율 향상 효과가 클 것으로 보긴 힘들다. 그러나, 스마트 팩토리가 구축되면 중장기적으로 고객사와 밀접한 연결 및 플랫폼 구축을 바탕으로 대형 고객사는 물론 중소 고객사에 대한 직접적인 대응도 실시간으로 가능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고객이 원하는 소재나 디자인, 강종 성능이 그대로 제조 현장에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것은 물론 가공 영역으로의 확산 역시 기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진화 과정
▲ 4차 산업혁명의 진화 과정

Q> 공장 자동화와 스마트 팩토리와는 무엇이 다른가?

A>
공장의 자동화는 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여 공정에 발생하는 데이터를 수집, 활용하여 인간이 디자인하고 구성한 체계에 따라 말 그대로 공장이 자동화되어 움직이는 것이다. 그러나 스마트 팩토리는 투입 소재부터 완제품에 이르기까지 스스로 컨트롤 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특정 공정의 데이터를 수집해 알려주는 차원이 아니라 공정 전체를 스스로 제어하고 유연생산을 바탕으로 다양한 제품을 하나의 공장에서 만들거나 연결성을 바탕으로 생산 제품 영역 및 생태계 내 협력을 무궁무진하게 확장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

아직 먼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자동차와 조선산업은 다양한 역할을 중소기업이 함께 하고 있으며 대기업은 주로 조립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그러나 이들 산업 생태계에서 스마트 팩토리가 현실화되고 이를 통해 생산의 플랫폼화가 진행된다면 중소 부품업체들의 영역은 사라질 수도 있다. 지금부터 큰 그림을 그리고, 역할의 변화를 예측하여 변모해 나가야 한다.

김상윤 박사는 4차 산업혁명에 의한 변화는 우리가 막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준비를 통해 생존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김상윤 박사는 4차 산업혁명에 의한 변화는 우리가 막을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준비를 통해 생존할 수 있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Q> 포스코도 스마트 팩토리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A>
포스코는 현재, 광양 후판 공장 하나를 스마트공장으로 구축하여 시범 적용하고 있으며, 궁극적으로 철강 생산 공정 전체를 스마트화 하기 위한 핵심인, PosFrame(이하 포스프레임)을 설계, 구축 중에 있다. 포스프레임은 공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통합하고, 관리하는 센싱, 통신, 데이터 표준과 관련된 모든 HW, SW 체계를 망라하는 개념으로 스마트 공장을 구축하기 위한 첫 번째 핵심 과업이다.

공정 데이터가 표준화되고 연결성을 확장시킬 수 있을 만큼의 신뢰성이 확보된다면 이후 에너지나 E&C로의 영역 확장은 물론 전후방 협력업체들도 구축된 데이터를 활용해 제품의 주문이나 생산공정에 직접 참여하는 단계로까지 확장시켜 나갈 계획이다.

이와 같이 국내외 대형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4차 산업혁명이나 스마트 팩토리 구축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이를 단계별로 나눠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계획을 수립해 1단계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야 할 것이다. 글로벌 기업이나 독일 등 선진국이 국가 정책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스마트 팩토리 또한, 현재의 수준이나 해당 상황에 맞게 단계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제조혁명의 첫 번째 핵심기술은 CPS(Cyber Physical System)다. 물리적 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연결하는 가상의 시스템으로 센서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저장하고 분석해 제어하는 기술의 집합체를 말한다. 즉, CPS라는 개념적 큰 틀에서 생산현장의 데이터를 어떻게 사이버 상에 옮기고, 이들의 신뢰도와 활용도를 높일지에 대한 고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국내 철강산업의 높은 기술력 활용해야”

Q> 스마트 팩토리 실현과 플랫폼화는 국내 제조업 특히 철강산업에게 위기가 아닌가?

A>
국내 제조업 환경은 효율을 극도로 중시하는 구조였다. 그간의 산업발전 과정에서 효율성이 가장 최고의 가치였기 때문에 중국이나 인도로 생산 기반이 넘어갔던 것이다. 그러나 스마트 팩토리 구축 등 제조업 환경의 혁신적 변화는 단순히 효율성을 넘어서는 가치를 만들어 낼 것이다. 즉, 과거 우리나라의 효율 중심 성공방정식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해외로 생산공장을 옮겼던 글로벌 기업들이 자국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다. 아직 인건비 격차가 여전히 크고 자국 내 생산효율이 월등한 것이 아님에도 돌아가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새로운 가치의 추구에 있다. 인건비 등 생산효율을 상쇄할 정도로, 첨단 ICT 기술과의 융합 및 소비지 지향의 비즈니스 혁신이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효율성 중심의 제조업 환경이 혁신 확장성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으로 이는 우리나라 제조업 측면에서 결코 좋은 시그널이 아니다. 우리 역시 효율성 중심의 제조업 환경에 서둘러 벗어나야 한다.

Q> 그렇다면 어떤 대응 전략이 필요한가?

A>
앞에서도 언급했다시피 앞으로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미리 분석하고 준비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히 엔지니어링이나 생산 및 제조기술 측면에서 구체적인 단계설정 작업과 치밀한 기획이 필요해 보인다. 지금 당장 어떤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분명히 변화될 수 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해 미리 준비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국가적 차원에서도 철강산업에 대한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미 2000년 이전부터 철강산업은 사양산업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지만 아직 건재하다. 소재 측면에서 철강을 대체할 만한 소재를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신소재가 연구되고 개발되고 있지만 제조비용이나 가공영역, 재활용 측면을 고려할 경우 철강소재만큼 효용성이 높은 소재가 없다.

생산효율 경쟁이 이미 치열하게 전개되었고, 수요 자체가 정체라는 것이 부담이 되고 있다지만 철강 기술력을 다양한 소재 산업 영역으로 확장시킬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철강 자체의 고도화 영역도 있지만 다양해지는 소재 산업에서 철강산업의 축적된 기술력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의 특성 가운데 하나가 소재의 다양성을 꼽을 수 있다. 프로슈머의 등장과 함께 이들이 원하는 다양한 소재, 그리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가공기술의 혁신을 국내 철강업체들이 만들어 내고 발전시키지 못하리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이 탄력을 받게 된다면 소재산업에서 손에 꼽히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국내 철강업체들의 기술력이 바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Q> 유통 및 가공 측면에서 생존의 길은 없는 것인가?

A>
제조측면에서 변화의 다양성과 함께 유통 및 가공 측면에서도 다양한 융복합이 능할 것이다. 특히 주문 플랫폼 구축이나 물류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함으로써 일부 유럽에서 실험하고 있는 ‘머트리얼 라이브러리(Matrial Library)’ 개념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다양한 소재를 전시해 놓고 이 소재의 가공성이나 성능을 확인해 보는 것은 물론 이를 생산하고 가공할 수 있는 업체 정보를 제공하거나 실제 테스트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제조업체와 제품 기획 및 디자이너를 직접 연결하는 밸류 체인의 혁신을 불러올 것이다.

철강업체와 가공업체의 융복합, 소재의 다양한 가공 기술력이 머트리얼 라이브러리를 통해 최초 제품 기획자와 연결되는 밸류 체인의 혁신은 어쩌면 국내 철강 및 소재업체들이 만들어 나가야 할 아주 다양한 비즈니스 형태의 하나일 것이다.

“4차 산업혁명은 철강제조 및 연관 업체들에게도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며 이를 어떻게 준비하고 활용할 것인지 지금 바로 고민하고 연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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