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손정수 국장
▲ 스틸데일리 손정수 국장
시간이 나면 서점에 들러 보곤 한다. 세상살이의 단면은 언론에도 있지만 출판에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출판도 유행이 있고, 흐름이 있다. 베스트셀러 중 스테디셀러나 고전의 반열에 오르는 것은 많지 않다. 출판사의 마케팅과 단기 유행에 출판시장도 좌우되기 때문이다.

서점에서 부쩍 눈에 띄는 것은 숫자 4와 불평등, 위기 같은 단어들이다. 특히 경제경영부문 코너에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책들이 부쩍 눈에 띤다. 좀 과장하면 한 코너를 만들 수 있을 정도다.

4차 산업혁명은 인간의 삶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사건이라고 한다. 어찌 보면 좀 호들갑 스럽게 느낄 정도다.

1차 산업혁명 기간에는 인간이 기계를파괴하는 러 다이트 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을 골자로한 4차 산업혁명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뒤흔들지 예측이 쉽지 않다. 지금까지의 우리가 쌓은 지식이 모두 무용지물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위기감도 든다.

세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고 인간의 지식 축적속도는 13개월에 두 배씩 늘어나고 있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계다. 10년 후 미래와 우리의 삶의 모습도 예측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시간의 흐름이 정체된 곳도 있다.

철 스크랩 시장이다. 철 스크랩 시장은 제강사의 (한풀이식) 입고 통제와 철 스크랩업계의 납품 기피가 무한 반복되고 있다. 제강사의 입고 통제는 때때로 철 스크랩 유통업체의 생존을 위협하기도 한다. 철 스크랩 유통업체의 납품 기피는 제강사의 전기로 가동 중단으로 몰기도 한다. 이러한 상황이 1년이면 몇 차례씩 반복되는 시장이 이 시장이다.

불과 몇 일 전까지 제강사는 철 스크랩 부족으로 가격 인상에 바빴다. 그러나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 못 받겠다고 빗장을 걸었다 이 빗장이 언제 풀릴지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 국내 철 스크랩 업계에는 빗장이 걸렸지만 부두는 여전히 호황이다. 연간 550만톤에 달하는 철 스크랩이 부두로 쏟아지고 들어오고 있다.

서점의 한켠을 차지한 4차 산업혁명 관련 책들
▲ 서점의 한켠을 차지한 4차 산업혁명 관련 책들


- 등을 대고 갈 것인가? 마주 보고 갈 것인가?

철 스크랩업계고 봐선 속 터질 노릇임에 분명하다. 제강사들은 ‘상생’을 말하면서 국내 철 스크랩은 최소로 사고, 수입된 철 스크랩이 물밀 듯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속 내용을 보면 철 스크랩업체도 딱히 할말은 없어 보인다.

그 동안 제강사와 철 스크랩업계는 먼 길을 같이 왔다. 서로는 ‘애정과 증오’의 대상이다. 먼 길을 돌아 오면서 양업계는 품질 개선과 같은 괄목할만한 성과도 함께 만들어 내기도 했다.

우리는 4차 산업혁명으로 어떻게 세상이 바뀔지 알 수 없는 격랑에 살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이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때가 올지도 모른다.

세상이 아무리 빨리 변해도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

제강사 없는 철 스크랩업계, 철 스크랩업계 없는 제강사가 존재하기 어렵다는 점은 분명하다. 서로 등을 맞대던, 마주 보던 함께 가야 할 존재라는 것은 분명하다.

무한 반복되는 입고 통제와 납품 기피로 멍드는 양 업계의 얄팍한 신뢰로는 개인도, 기업도, 업계도 격랑을 헤쳐가기 어렵다는 점도 분명하다.

등을 대고 갈 것인지, 마주 보고 갈 것인지 그건 순전히 양 업계의 몫이다. 그리고 시간은 기다려 주지 않는다. 지금보다 떠 빨리 흐를 것이고 후회하면 늦게 된다.

서로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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