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나라나 대를 이어 기업을 하는 곳이 많다. 그런데 가업(家業)을 잇는 방식은 나라마다 다르다. 가령 일본은 기술을 중시하고, 영미(英美) 국가는 수익성을 중시한다. 그래서 일본에는 규모는 작아도 수백 년 된 기업이 많고, 영미 국가는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다. 한국은 어떨까? 대개는 부모 세대가 시작했으니 당연하게 물려받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러한 통념(痛念)을 깨고, 기술로 승부하는 강소기업(强小企業)이 있다. 부산에 소재한 부곡스텐레스(주)(대표 홍완표)가 주인공이다. 스크랩업체로 시작해서, 코일센터를 거쳐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이형단면 제조업체로 부상하기까지 35년 외길을 걸어온 홍완표 사장을 만나 보았다. [편집자주]

부곡스텐레스(주) 대표이사 홍완표
▲ 부곡스텐레스(주) 대표이사 홍완표
Q> 회사 연륜에 비해 부곡스텐레스라는 이름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선 간단한 회사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저희 회사는 1983년 덕천동에서 창립한 ‘부곡스텐상사’를 모태로 설립됐습니다. 1987년 11월 부곡동의 태동기를 보내며, 1997년 현재의 대저동 사옥으로 이전하면서 부곡스텐레스 주식회사로 법인 전환했고, 제조 생산을 시작하며 새로운 도약을 하였습니다.

그동안 스크랩, 판재코일센터, 봉강센터, 플라즈마 절단, 냉간 인발 및 압연, 열처리 등 많은 아이템을 했지만, 품목은 스테인리스라는 외길을 걸어왔고, 그 길에서 최고의 전문가 집단이 되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모든 임직원이 하나 되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대한민국 대표중소기업이라고 자부합니다.

Q> 회사를 설립하게 된 배경과 지난 30여년을 되돌아보면서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과 아쉬웠던 순간은 무엇입니까?

A> 35년 전 꿈은 크게 가졌지만, 요즘 사람들이 얘기하는 경영방침, 이념, 가치관... 세련된 문장 구체화 계획은 없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해 배운 것 없이 일찍이 타지생활을 시작했습니다. 나는 배운 게 없고 힘들었지만 내 자식만큼은 돈 걱정 없이 뒷바라지 해야겠다는 생각이 컸습니다.

그렇게 여러 가지 일을 하다가 이왕 버는 돈 내 이름으로 회사다운 회사 한번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5년이 지나고 보니 그 때는 생각하지 못했던 회사의 모습이 임직원이 늘어나면서 조금씩 구체화되고 있습니다.

가장 보람되는 일은 부곡스텐레스(주)의 제품이 수입 대체재로써 그 역할을 넓혀가고 있다는 것과 우리 회사를 통해 저와 같이 자신의 회사를 창업해서 독립한 직원들이 점점 늘어나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기초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갈수록 뿌리산업의 젊은 인재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과, 함께 달려가던 기업들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맛 집이 많아야 맛 집 골목이 형성되고 발전이 있는 것과 같이 많은 젊은 인재들로 뿌리산업이 다시 일어나길 기대합니다.

부곡스텐레스(주)를 이끄는 3부자
▲ 부곡스텐레스(주)를 이끄는 3부자

Q> 국내 철강업체의 문제점 중 하나는 인력양성을 소홀히 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부곡스텐레스는 ´일학습병행제´를 통해 자체적으로 인력양성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인재’에 남다른 생각이 있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인재’에 대한 사장님의 생각은 무엇입니까?

A>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인재가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우리는 한국형 강소기업을 만든다는 장기 목표 아래 4대 과업을 선정하였고 그 중 한 가지가 일류 전문 인력을 양성하여 대한민국의 일류 기업문화와 가치를 세우는 것입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인재’는 산업현장에서 요구하는 현장형 인재입니다.

물론 지방대학 및 지역인재의 지속적인 육성 지원 정책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석·박사 진학 단계에서 지역인재의 수도권 유출이 자주 발생합니다. 우리 역시 지역 기업으로 그 지리적 특성상 지역인재 유출과 함께 지역경쟁력 약화와 맞물려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된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우리 실정에 맞는 인재를 직접 키워보자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연구직 인력난으로 인한 기술개발에 한계를 극복하고 정부주도의 일방적 R&D가 아닌 지역기업으로써 주체적 R&D를 수행하기 위해 ‘일학습병행제’, ‘지역혁신창의인력양성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Q> 기술개발 및 제품개발에 심혈을 기울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까지 성과는 무엇이며, 연구개발 부분의 사장님의 철학을 말씀해 주십시오.

A> 중소기업에서의 R&D는 기술개발뿐 아니라, 인적자원개발, 지식재산권, 안전, 환경, 품질 등 통합적인 경영시스템에서 이루어져야 합니다. 굳이 말하자면 선순환 사슬이 되도록 수요 맞춤형 인재공급과 연구개발 역량강화를 통해 지역의 혁신 역량 제고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의 미래시대를 대비하고 과학기술역량과 산업경쟁력을 한 단계 성장ㆍ향상 시킬 수 있는 지방대학과 함께 기술개발 및 제품개발에 힘쓸 것입니다. 지금까지 D형상의 GDI Fuel Rail용 이형봉재나 자동차용 육각중공소재 등 많은 제품을 독자적으로 개발하여, 국산화하고 있습니다. 2016년에는 ‘리녹스’라는 연구전문 법인을 설립하여 그 첫 걸음을 기업의 과업으로 실천하고자 하고 있습니다.

부곡스텐레스(주) 특수형상 파이프 및 이형단면제
▲ 부곡스텐레스(주) 특수형상 파이프 및 이형단면제
Q> 대부분 기술개발보다는 손쉬운 돈벌이를 선택합니다. 부곡은 왜 기술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까?

A> 사실 매출만 놓고 보면 거꾸로 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외형이 중요하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유럽이나 일본은 규모는 작지만 대를 잇는 기업이 많습니다. 모두 기술에 기반을 둔 강소기업입니다. 더욱이 한국 철강업계는 중국산에 밀려 급격하게 위축되는 모습입니다. 어떻게 중국을 뛰어넘나? 답은 기술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철강산업이 규모의 경제가 유리하다는 특징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중국이라는 대국에 인접해 있는 현실에서 규모의 경제로 중국을 이기기는 힘듭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은 어렵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중국이 하지 못하는 기술로 가기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Q> 부곡스텐레스의 가장 큰 장점과 지금까지 사장님께서 역점을 두시고 직원들에게 가장 강조하신 경영철학은 무엇입니까?

A> 직원들에게 잔소리같이 하는 얘기는 ‘하루살이가 되지 말자’,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것이 아니다. 우리만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최선을 다하자’입니다. 부곡스텐레스(주)는 작은 기업,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해 마라톤선수와 같이, 코뿔소와 같이 우리의 길을 갈 것입니다. 그럴 때 비로써 우리는 사랑이 가득하고 열정이 넘치고 비전이 살아있는 기업을 만들어 갈 수 있다고 봅니다.

Q> 이곳에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 외국인 근로자가 많은데, 다른 업체와는 달리 낯익은 얼굴이 많습니다. 그만큼 이직이 적다는 얘기인데, 특별한 노하우가 있습니까?

A> 우리가 60~70년대 외국에 나가 외화를 벌었던 상황과 비슷합니다. 그들도 나름대로 꿈을 안고 한국에 왔을 겁니다. 나는 외국인이 기술을 배워 자국으로 돌아가면 우리의 훌륭한 비즈니스 파트너가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래서 외국인도 똑같이 교육을 시키고, 해외 전시회에도 보내고 있습니다. 또 2005년부터는 한국문화 탐방과 외국인 근로자 현지 가정방문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낮은 이직률과 능률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Q> 최근 우리 철강업계는 수익성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것이 갈수록 어렵게 됐습니다. 사장님께서는 어느 쪽에 비중을 두고 계십니까? 또 수익성 제고를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십니까?

A> 수익성과 성장이라는 두 마리 토끼는 부부토끼 아니겠습니까? 한 마리만 잡으면 나머지 한 마리는 따라온다고 생각합니다. 시기와 상황에 따라 차이는 있겠지만 동일하게 생각하고 있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우선 수익성 제고를 위해서는 에너지 절감 및 공정 개선, 청정기술 도입, 스마트 팩토리단계별 도입을 실시하였으며, 성장을 위해 지속적으로 기술 및 시장 동향 분석을 실시하여 중장기 성장 동력을 단기별 사업으로 실천에 옮기고 있습니다.

양적인 성장과 질적인 성숙을 이루는 Key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지만 적어도 저희의 시행착오는 또 다른 대한민국 강소기업들의 기초가 되고 동종 업계의 밑거름이 될 것입니다.

인터뷰중인 부곡스텐레스(주) 홍완표 대표이사
▲ 인터뷰중인 부곡스텐레스(주) 홍완표 대표이사

Q> 사업장 이전 및 신규 설비투자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사업장 이전 및 설비투자에 대한 의미와 부곡스텐레스의 중장기 로드맵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A> 내년에는 공장을 인근 미음단지로 이전합니다. 미음공장은 대지 2,300평에 1,300평의 공장동과 4층의 사무동으로 구성되는데, 복지시설을 갖출 계획입니다. 부곡스텐레스(주)는 미음사옥에서 창립35년을 맞이하게 됩니다. ‘Born Again 35’라는 슬로건 아래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업체로 키운다는게 우리의 장기 비전입니다.

이를 위해 첫째 세계적인 정형소재와 이를 제조하기 위한 소성가공기술을 개발하고 보급해 나갈 것입니다. 둘째, 체계적인 품질, 안전, 환경, 기술을 부곡만의 경영시스템으로 재정립 시키겠습니다. 셋째,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해 글로벌화 전략을 실천에 옮겨 나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전문 인력을 양성하여 대한민국의 일류 기업문화와 기업 가치를 만들어 갈 것입니다.

Q> 끝으로 평생을 철강업계 몸담고 계시는데, 철강업계 및 수요업계의 바라는 부분과 철강업계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A> 처음부터 완벽한 그림이 나오진 않는 것 같습니다. 끝까지 그려가는 것이죠. 저는 제 인생이라는 붓으로 부곡스텐레스(주) 그려가고 있습니다. 처음엔 혼자 그리던 그림이 지금은 20명이 넘는 직원이 함께 그리고 있습니다. 때로는 왜곡되기도 하고, 강조되거나 생략되기도 하지만 서로가 그린 각가지 색채와 형태는 아름다운 그림으로 조화를 이루어 가고 있습니다. 작은 기업도 이와 같으니 산업은 어떻겠습니까? 겸손과 온유함으로 함께 이뤄갔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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