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손정수 국장
▲ 스틸데일리 손정수 국장
한국의 몇몇 지인들이 16일 일본 출장 길에 올랐다. 17일 열리는 일본 철 리사이클링공업협회의 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이 협회는 매년 이맘때 주요 현안을 중심으로 세미나를 연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일본의 수출 시장 점검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기자의 눈’에 좀 밟히는 것이 있다.

한국철강협회에서 매년 참석해 발표를 한다는 사실 때문이다. 한국철강협회가 철 스크랩에 대해 발표한다고 해서 이상 할 것은 없다. 한국철강협회는 그만한 조직 역량을 갖추고 있고, 산하에 철 스크랩 위원회를 두고 주요 현안도 다루고 있다. 그런 점에서 철강협회가 한국을 대표해 초청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못내 아쉬운 것은 한국 철 스크랩 단체의 현실이 생각나서다.

철 스크랩 관련 단체가 주관하는 행사라는 점에서 친연성만 놓고 보면 중국 폐철강 협회가 참석한 것 처럼, 한국도 한국철강자원협회나 재활용 관련 단체에서 참석하는 것이 모양이 더 그럴 듯 해 보인다.

철 스크랩 관련 단체들이 소외되는 것은 비단 이러한 국제 세미나의 초청 뿐만이 아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얼마 전 철강산업 발전 전략의 일환으로 철 스크랩 관련 컨설팅을 진행 한 바 있다. 그러나 ‘철 스크랩 산업 발전 전략’에 대한 프로젝트가 진행됐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다.

2004년과 2005년 그리고 2011년 철 스크랩 관련 연구용역이 있었지만 용역 발주자는 철강협회이거나 철강협회와 철강자원협회가 공동으로 발주한 것이 고작이다.

표면적으로 보면 정부의 철 스크랩에 대한 이해와 관심은 적다. 이점을 부인할 사람은 없어 보인다. 문제는 정부가 관심을 갖게 만들 조직이 철 스크랩업계에는 미약하다.

- 초식동물의 생존 룰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고용을 창출하고, 세금을 내고, 국민으로서, 기업으로서 정상적인 활동을 한다면 정부는 마땅히 보호를 해 주어야 하고, 보호 해 주지 못한다면 그에 상응한 대응책을 마련해 주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철 스크랩 산업은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 뿐 아니라 사회 안전망 역할까지 담당하고 있다. 그에 맞는 처우를 받아야 한다.

장작 문제는 철 스크랩업계의 정당한 이해를 반영할 단체가 부실하다는 점이다. 정부가 철 스크랩 산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발전 전략을 수립하려고 해도 대화의 상대방이 없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은 지극히 현실적이다. 이 때문에 철 스크랩 관련 산업 정책을 한국철강협회나 제강사와 논의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선진국일수록 스크랩 관련단체들은 잘 조직화 돼 있다. 거대 자본과 산업적 경쟁을 하기 위해선 모여서 단체를 만들고 단체를 통해 산업적 이익을 추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흡사 작은 물고기나 초식동물들이 무리를 지어 행동 함으로서 포식자로부터 자기를 지키는 것과 같다.

그러나 우리나라 철 스크랩 조직은 한숨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초식동물인 철 스크랩업체가 스스로 호랑이인줄 착각하지 않고선 조직을 이렇게 운영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철 스크랩 기업의 성장을 원하고, 발전을 기원한다면 그 시작은 이익단체의 강화에서부터 시작될것이다. 이익단체가 약한 산업은 누구도 지원하고 보호해 주지 않는다. 권리 위에 낮잠을 자서는 누구도 보호받지 못한다는 것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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