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손연오 기자
▲ 스틸데일리 손연오 기자
스테인리스 업계는 상반기 하락국면을 지나 가격변동성이 높아진 현재까지 상당한 변화들을 겪어왔다. 반년 여만에 가격 반전이 일어나고 있는 것과 별개로 올해 상반기를 걸쳐 국내 스테인리스 시장의 지각변동은 끝없는 혼전을 거듭하며 이뤄졌고 진행 중이다.

포스코의 내수시장 수성에 대한 다양한 대응책과 포스코 코일센터들의 성장 움직임이 맞물리며 국내 스테인리스 유통시장에 변화가 표면 위로 하나둘 드러나고 있다. 2010년 이후 국내 스테인리스 유통시장을 주도하는 주체는 늘 엎치락뒤치락이었다. 수입이 독주했던 시기가 있었고 포스코AST(현 포스코대우)가 독주했던 시기가 있었고, 2차 유통 대리점들이 독주하던 시기가 있었다.

시기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번갈아가며 엎치락뒤치락 해왔던 때와 달리 현재 국내 스테인리스 시장을 쥐락펴락 하고 있는 건 포스코 스테인리스 코일센터들이라는데 이견이 없을 것이란 생각이다.

포스코 코일센터들은 지난해를 기점으로 물량확대 움직임이 두드러졌으며, 한동안 멈춰진 것 같았던 투자들이 설비 혹은 사업장 확대 등을 통해 가속화됐다. 사실상 이런 움직임은 일부 업체들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시작됐지만 어느 순간 비슷한 양상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물론 이면에서 포스코의 유통향 가격정책과 판매전략이 뒷받침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했던 지점이기도 하다.

매입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하면 시장경쟁에서든 물량유지 혹은 확대에서든 밀려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이 포스코 코일센터들에게 강력하게 작동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대다수의 코일센터들의 판매목표는 월 8천에서 1만톤 규모로 형성됐다. 불과 1~2년 사이 판매량이 2배 가까이 늘어난 업체들도 있다.

가격하락 국면에서 매출증대와 수익성 확보 이 두가지를 동시에 얻기란 여간해서 쉽지 않다. 코일센터들의 내적갈등이 심화될 수밖에 없게 됐다. 여기서 물량이 밀리기 시작하면 존립의 위기가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절박함은 골리앗들의 싸움으로 번졌다. 이 경쟁은 유통시장의 다른 플레이어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주기 시작했다.

포스코의 내수시장 점유율 확대의 다른 말은 수입재 강력 대응이다. 포스코 코일센터들의 판매확대와 매입가격 경쟁력으로 특히 올해 들어 수입재 시장이 위축된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단순하게 보면 수입시장을 포스코재로 대체했다고 볼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수입재가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수입재 시장 뿐만 아니라 냉연사들의 유통시장에 직간접적인 변화가 찾아온 것이다. 알게 모르게 냉연사들의 유통향 판매는 점점 축소되기 시작했으며, 사실상 올해 들어 포스코만큼의 유통향 가격대응이 불가능했다. 이에 대한 결론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었다. 냉연사 대리점들의 내적갈등은 곧 매입변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포스코 코일센터에서 매입하는 양들이 상대적으로 늘어가게 됐으며, 일정 수준의 이익이나 생존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열냉연 범용재 뿐만 아니라 헤어라인 등 표면재와 박물 사이즈에서 냉연사들의 가격대응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올해 업계 간의 갈등은 정점에 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대한 해법은 누구도 제시하기 힘든 상태다. 여기에 중국의 가격변동성이 높아지며 거래안정성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물론 한쪽의 압승이 오랫동안 지속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각각의 포지션에서 빠른 판단과 기회를 찾아가는 것이 관건이 될 것이다.

9년간 업계를 지켜보고 있는 기자의 입장에서 최근 들어 업계의 변화를 바라보며 다양한 감정이 교차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 골리앗들의 싸움에서 살아남는 다윗들의 건투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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