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앤스틸 김홍식 부사장
▲ 스틸앤스틸 김홍식 부사장
미국이 한국산 철강제품에 대한 연례재심에 AD 및 상계관세(CVD)를 부과한지 3개월이 지났다. 해당업체가 CIT와 WTO에 제소를 한 것을 제외하고는 달라진 것이 없다.

누차 얘기하지만 이 문제는 개별 기업이 풀 성격이 아니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 바로 특별시장상황적용(PMST ; Particular Market Situation Tool) 때문이다. 미국 정부는 PMST 적용 이유에 대해 ▲한국시장이 중국산 열연코일 유입으로 유정관 원가를 왜곡시켰고, ▲한국 정부가 열연 생산자에게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점 ▲한국의 열연 생산자와 유정용강관 생산자는 전략적 관계이며 ▲한국 정부는 전력가격에 개입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한국 정부의 보조금 문제와 전력가격 개입은 포스코와 정부가 직접적인 당사자이다. 그러니 정부와 포스코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우선 PMS의 적용 부당성을 따져야 한다. 당초 PMS는 중국 견제하기 위해 만든 기준이다. 그런데 정작 불똥은 한국에만 떨어졌다. 현재 PMS 적용받은 사례가 한국뿐이라는 점도 알아야 한다. 중국산 열연코일을 사용하는 것이 원가를 왜곡시켰다면 넥스틸처럼 한국산 철강재만을 사용하는 업체는 마진율이 낮아지거나 제외됐어야 한다. 그런데 결과는 100% 포스코 제품을 사용한 넥스틸은 AD 마진율이 올라갔고, 수입재를 쓴 업체는 마진율이 떨어졌다. 한국의 수출비중이 43%에 달하고, 수입방어가 한국 철강업계 모두의 현안과제인데, 이런 기준이라면 수입소재를 사용해도, 한국산을 사용해도 모두 PMS 대상이 된다. 한마디로 이현령비현령(耳懸鈴鼻懸鈴)식 적용이다. 마진율이 낮아진 강관사가 CIT에 제소를 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정부뿐만이 아니라 국회도 적극 나서야 한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미국의 한국산 제품(철강제품뿐만 아니라)에 대한 반덤핑은 박근혜 전(前) 대통령의 중국의 ‘전승절(戰勝節)’ 기념행사 참석부터다. 여기에다 사드 문제가 터지면서 중국으로부터도 공격을 받고 있다. 한마디로 양쪽 모두로부터 ‘어느 편에 설 것인지 입장을 분명히 하라’는 메시지다. 미국은 의회중심주의 나라다. 국회의원 교류를 통해 이번 조치의 부당성과 우리의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 PMS가 철강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다. 자동차나 가전 등 모든 수출품에 언제든지 적용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미국이 꺼내들 수 있는 다양한 카드에 대한 시나리오별 현실적인 대응전략이 있어야 한다. 232조가 국회와 우방국가의 압력 때문에 결정이 미뤄졌지만 오히려 개별국가를 상대로 한 통상 마찰은 더 커질 수 있다. 한국은 이미 공개적으로 FTA 재협상 얘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통상은 하나를 요구하면 상대방 요구사항을 들어줘야 하는 밀당 게임이다. 그러니 무엇을 주고, 무엇을 얻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은 정부와 국회의 몫이다.

포스코 역시 훨씬 적극적이어야 한다. 넥스틸이라는 개인 기업을 비호하려는 것이 아니다. 포스코가 두 가지 기준에 대한 초기 답변 지연 때문에 CVD를 맞았고, 포스코 소재를 전량 사용한 넥스틸만이 마진율이 올라갔다면 일차적인 원인 제공이 포스코에 있다는 얘기다. 물론 포스코 역시 CIT나 WTO에 부당함을 제소했지만 문제는 최종 판결까지 2~3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이 결과를 기다리기에는 너무도 긴 시간이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어떤 형태든지 보상을 해야 한다. 그것이 자사 제품을 100% 사용하는 고객에 대한 당연한 대우다. 한쪽에서는 자사 제품을 팔기 위해 갖은 미사여구(美辭麗句)를 쓰면서 막상 이런 문제가 터졌을 때 자기변호만 하려다면 누가 포스코 제품을 사용하겠는가? 또 포스코는 인적 네트워크나 재정적 능력 모든 면에서 중소기업보다 우월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 포스코의 힘을 발휘해야 진정한 상생이고, 대한민국 철강업계의 맏형다운 모습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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