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 제강사들이 빌릿 판매를 고심하고 있다. 원부자재 가격폭등으로 적자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최종제품보다 반제품 판매의 설득력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9월 현재, 국내 철근 제강사의 판매 기준가격은 톤당 64만원~64만5,000원으로 형성되고 있다. 유통향 판매 최고 마감가격은 톤당 63만원~63만5,000원. 건설향 가공 실수요 판매는 난감한 할인폭 적용으로 톤당 60만원 선을 크게 밑도는 게 불편한 현실이다.

같은 시점 국내외 빌릿 가격은 철근을 위협하고 있다. 국내산 빌릿 판매가격은 톤당 62만원 이상으로 철근 기준가격과 비교해도 2만원 격차에 불과하다.

수입산 빌릿 가격은 현기증이 날 정도다. 중국산 빌릿의 한국향 수출 가격은 톤당 560달러~565달러(CFR)로, 예측 수입원가(부대비용 포함)가 톤당 66만원~67만원에 달한다. 일본산 역시 수출가격인 톤당 6만엔(CFR)의 수입원가는 톤당 64만원~65만원. 중국산과 일본산 빌릿 모두 한국 내 철근 기준가격을 훌쩍 넘어선다.


국내 철근 제강사 상당수는 제강능력 부족으로 국내외 빌릿을 외부 조달하는 형편이다. 일부 제강사의 8월 빌릿 수입 계약가격은 톤당 530달러~540달러(CFR)였다. 수입원가로 따지면, 톤당 63만원~64만원짜리 수입빌릿으로 압연원가도 챙기기 어려운 철근을 생산하는 비상식적인 현실이다.

■ “빌릿, 국내외 어디에 팔아도 철근보다 낫다”

철근 제강사의 갈등이 커지고도 남을 상황이다. 국내외 빌릿시장 어디에 팔아도 철근 보다 높은 수익성,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실정이다. 적자위기로 수익성 확보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철근 제강사 입장에서는 더욱 깊은 고민일 수 밖에 없다.

빌릿은 철근 생산량에도 큰 변수다. 철근 제강사는 답을 내기 어려운 빌릿 가격 때문에 철근 생산 감축이 불가피하다. 빌릿의 외부조달을 중단하고 철근 공장의 가동을 줄이는 것이다. 당장의 9월은 물론, 추석연휴 가동에도 중요한 결정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제강사 관계자는 “반제품인 빌릿 가격이 철근을 위협하는 시장을 납득하기 어렵다”이라며 “철근 생산의 부가가치를 전혀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절박한 수익성 확보를 위해 적자판매가 불가피한 철근 생산을 줄이더라도, 국내외 빌릿 판매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그것이 손실을 줄이는 동시에, 이익을 늘리는 당연한 선택”이라고 밝혔다.

무역업계 관계자는 “각국의 현지 가격과 교역조건을 따져야겠지만, 한국산 빌릿의 수출은 충분한 수익성 확보가 가능한 상황”이라며 “현지 생산량이 적어 수입의존도가 높은 동남아 지역이 매력적인 수출 시장으로 주목할 만 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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