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후판 유통시장이 가격 고점에 대한 기준선을 잡지 못해 혼선을 빚고 있다. 특히 생산업체와 유통업체간 가격에 대한 온도 차가 크게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당분간 시중가격 향방에 대한 불안은 증폭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국내 후판 생산업체들은 강력한 가격 인상 드라이브를 유지 중이다.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은 지난 7월 이후 4개월 연속 후판 가격(주문투입분 기준)을 상향 조정하며 총 12만원을 올린 상태다. 포스코도 자체적인 할인 폭 축소와 할증료(Extra) 조정 등을 통해 실질적인 가격 인상을 강행하고 있다.

후판 생산업체들은 원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방어 의지와 함께 최근 국산 납기 지연 등을 근거로 제시하며 향후 추가적인 가격 인상도 적극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생산업체 관계자는 “이미 적자 폭이 상당한 가운데 생산원가가 크게 늘면서 후판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조치다. 인상된 가격을 시장에 무조건 관철시키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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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유통시장의 반응은 사뭇 상반되고 있다. 그 동안 가격 인상을 이끌었던 원료가격 하락과 국제가격의 바로미터인 중국 밀들의 수출가격이 주춤하면서 향후 가격 인상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제 철광석 가격(Fe 62%, 북중국 도착가)은 톤당 70달러가 깨지며 최근 2주 만에 10달러 가량 급락한 상태다. 복수의 전망기관들은 메이저 광산업체들의 증설, 중국 철광석 재고 확대 등으로 당분간 철광석 가격이 반등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중국 후판 수출가격도 급등세가 주춤해졌다. 현재 중국 밀들의 한국향 후판 수출가격은 톤당 580달러(CFR기준) 내외에서 2주째 정체 중이다. 7월 이후 100달러 가량 가파르게 오른 뒤 인하압력이 강해진 양상이다.

이에 따라 국내 유통업체들은 최대한 재고평가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서둘러 재고를 정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아울러 추석 연휴를 앞두고 자금회전에 어려움을 겪는 일부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그 동안 묶어뒀던 재고를 호가보다 싼 가격에 방출하는 사례도 늘고 있어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미 고점을 찍고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지금 팔지 못하면 손실 폭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판매경쟁을 부추기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당분간 국내 후판 유통가격은 중국 밀들의 수출가격 변동과 실질적인 수요가 얼마나 회복될 수 있을지가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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