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정호근 기자
▲ 스틸데일리 정호근 기자
3분기 철근 시장은 ‘격랑’에 비유 될만 했다. 핵심적인 가격체계였던 기준가격의 협상 폐지는 철근 시장을 깊은 혼돈에 빠트렸다. 예상치 못한 원부자재 가격폭등은 갈등을 키운 악재로 더해졌다. 갑작스런 변화의 대안을 찾지 못한 철근 시장은 심하게 흔들릴 수 밖에 없었다.

극심한 공급부족과 적자판매를 납득할 수 없었던 제강사는 사활을 건 가격인상에 나섰다. 건설사는 거래신뢰 문제를 지적하며 비난을 쏟아냈다. 서로를 자극하는 거친 말들이 오갔지만, 양쪽 모두 ‘갈 데까지 가보자’는 막장의 충돌을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무엇으로 실마리를 풀 것인가. ‘시장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으면 어떠한가. 따지고 보면, 철근만큼 사고파는 경쟁이 치열한 철강재도 없다. 3분기의 혼돈과 충돌은 예상치 못한 변화를 받아들이기 힘든 일종의 ‘방어기제’ 같은 문제로 느껴졌다. 기존 시장의 ‘틀’에만 집착하면서 감정의 골과 상처만 키웠던 게 아닌가하는 아쉬움도 컸다.

철근과 건설은 상대를 바꿀 수 없는 숙명의 파트너다. 서로를 배제하거나 각자의 길을 갈 수 없다는 의미다. 또 하나 직시할 현실은 거센 변화의 물살에 오른 시장이다.

공정위의 입에서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합당치 않다. 공정위는 그들의 역할을 할 뿐, 애초부터 철근 시장의 주체가 아니다. 심판이 선수 대신 승부를 결정해줄 수 없는 것과 같다. ‘시장’이라는 운동장에서 철근과 건설 업계가 서로에 대한 이해와 공감으로 풀어야 할 일이다.

철근 시장은 새로운 분기점을 맞았다. 3분기의 혼돈을 정리하는 9월 마감가격과 다시 출발하는 10월의 가격을 결정하는 의미가 크다. 지난 주말을 앞두고, 동국제강은 가장 먼저 급한 숙제를 끝냈다. 물론 자사의 가격방침을 정한 것 일뿐, 동종 제강사의 숙제까지 대신 푼 것은 아니다.

눈여겨 볼 대목은 달라진 태도와 반응이다. 동국제강은 불가피한 가격인상에 대해 건설사를 설득하는 데 노력했고, 건설사들도 이전과 다른 공감을 내비쳤다. 그렇게 하나의 10월 가격이 결정됐다. 아직 갈 길도 멀고, 그간의 갈등을 완전히 풀어낸 것으로 보기도 어렵다. 다만, 상생의 공감을 이끌어 내기 위해 서로가 노력하고 인정했다는 점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 하다.

부담스런 변화에 대한 거부감은 당연하다. 새로운 균형을 위한 흔들림을 인정하고, 합리적인 변화의 방향을 찾는 것이 옳다. 당연한 진리를 확인시켜준 3분기를 되새길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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