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앤스틸 서정헌 대표이사 사장
▲ 스틸앤스틸 서정헌 대표이사 사장
문재인 정부가 제시하는 경제정책의 핵심은 “사람 중심 경제“, ”소득 주도 성장“으로 요약된다. 이전 정부의 경제정책이 주로 기업중심 특히 대기업이나 재벌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사람중심 중소기업 중심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기업은 저축을 하는데 가계는 가난한 세상이 아니라 가계소득을 늘려서 소비를 촉진시키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은 한국 철강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철강은 대표적인 중간재 산업으로 전후방산업과 강한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어 다른 산업에 비해 거시경제정책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는다. 철강수요는 거시경제 변수 중 특히 투자와 수출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는다. 투자 중에서도 건설관련 투자가 가장 강하게 철강수요를 유발한다. 소비는 상대적으로 철강수요와 거리가 멀다. 따라서 소비를 통해 성장을 주도하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은 철강경기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과거 보수정권들은 주로 대기업과 재벌을 성장시켜 그 효과의 일부가 중소기업이나 가계소득으로 떨어지게 하는 낙수효과를 기대했던 것이다, 이러한 거시경제정책의 흐름을 그대로 철강산업에 적용하면 철강 선도기업인 포스코나 현대제철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그 과실의 일부가 여타 철강사나 철강유통 임가공으로 떨어지게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우리나라 철강업계 현실은 그렇지 못했다. 포스코나 현대제철은 다른 어느 철강사나 철강유통보다 높은 수익성을 창출하면서 철강산업 내부의 불균형을 심화시켰다. 철강 선도기업의 경영성과가 아래로 흘러가는 낙수효과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철강 선도기업만 높은 수익을 창출할 뿐 한국 절강산업 전체의 건강한 성장은 기대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재벌기업의 사내유보금만 늘어나고 그 소득이 중소기업이나 가계로 이전되지 못했던 것이다. 가계는 빚만 늘어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불균형은 더욱 심화되었다. 가계소득의 격차가 확대되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소비가 성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것이다. 결국 경제성장은 둔화되고 사회전반에 불균형만 심화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문재인 정부는 가계소득을 끌어올리고 소비를 촉진시키는 방향으로 경제성장을 추진하겠다고 한다. 이것이 현 정부가 말하는 분수효과다. 분수효과는 투자보다 소비중심의 성장이기 때문에 철강경기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하다고 볼 수 있다. 가계소득을 늘리기 위해서 최저임금을 인상하거나, 양질의 공공 일자리를 통해 고용창출을 지원하는 것이다. 철강유통이나 임가공에 대한 하도급 불공정행위를 단속하고, 노사간 불균형을 해소시킴으로써 대기업의 소득이 중소기업이나 유통으로 흘러가게 만드는 것이다.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높이기 위해서는 생계비 지출을 줄여주는 노력도 필요하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서는 경제학자들 사이에 많은 논란이 있을 수 있다. 문재인 정부는 그동안 가시적인 효과를 내지 못했던 대기업 중심의 낙수효과 대신에 분수효과를 선택한 것이다. 이론적으로 노동소득 분배율이 높아지면 임금상승과 소득증가로 이어지고, 소득이 늘어 소비가 증가하면 경기가 살아나고, 기업의 투자도 늘어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면 소비지출이 늘어 철강수요가 늘어나는 효과는 미미할 뿐만 아니라 시간도 많이 걸린다. 그만큼 분수효과는 낙수효과보다 훨씬 더 어려운 정책이다. 낙수효과가 중력의 힘으로 떨어지는 효과라면, 분수효과는 어떤 힘으로 밀어 올리는 효과다. 따라서 분수효과는 정부의 강력한 지원이 없이는 실현하기 어려운 정책이다. 우리나라와 같은 개방적인 경제에서는 설령 분수효과가 작동한다 하더라도 그 효과의 일부가 해외로 누출될 가능성도 있다.

가계소득과 소비지출이 늘어 경제성장을 견인할 수도 있겠지만, 정부가 대기업이나 재벌기업의 총수를 만나 경기활성화를 위한 투자를 주문하는 것이 더 빠른 방법일 수 있다. 우리나라 현실에서는 정부가 직접 나서 대기업이나 재벌에게 투자를 독려함으로써 경기를 활성을 시키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이 반복되면 정경유착이 생기고 장기적으로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드는 경우가 많다.

과거 보수정권인 이명박, 박근혜 정부가 성장중심의 경제정책이었다면, 문재인 정부는 분배중심의 경제정책을 펼치고 있다. 보수정권이 기업과 재벌을 중요시 했다면, 문재인 정부는 가계소득과 일자리를 더 중요시한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복지지출이 증가하면서 사회간접자본 등 다른 정부지출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다. 2018년 우리나라 정부예산을 보면 사회간접저본 투자가 30% 줄어들고, 복지예산이 15% 늘어나는 구조다. 사회간접자본 등 건설투자 감소는 향후 철강수요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더 이상 건설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경기를 끌어올리지는 않겠다는 얘기다. 따라서 건설경기 활성화를 통한 철강경기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다.

문재인 정부는 공정경제를 강조하고 있다. 이번 문재인 정부는 철강산업 내부에 존재하는 철강사간 불균형이나 철강사와 유통 임가공 사이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정부의 지나친 건설경기 활성화는 빈부격차를 악화시키는 부작용도 있을 수 있다. 사회간접자본 위축 등으로 나타나는 철강수요 감소는 단기적으로 나타나지만, 공정한 경쟁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는 장기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철강업계 전반이 지나치게 단기적인 효과에 치중하는 경향이 있어 장기적으로 나타나는 공정한 경쟁의 긍정적인 효과를 간과하지는 않을까 걱정된다. 그러나 공정한 경쟁이 지나치게 강조되면 철강선도기업인 포스코나 현대제철에 대한 규제가 많아져 단기적으로는 철강경기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

문재인 정부가 제시하는 구체적인 경제정책은 “소득 주도 성장”, “일자리 중심 경제”, “공정 경제”, “혁신 성장”이다. 마지막 혁신 성장을 제외하면 모두가 성장보다는 분배와 관련된 이슈다. 문제인 정부는 소득중심, 가계중심, 소비중심, 내수중심, 중소기업 중심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경제정책의 큰 흐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문재인 정부는 성장보다 분배를 더 중요시 하고 소득 재분배를 위해 다양한 복지정책을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공정위 기능을 강화하고, 노동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분배 중심의 정책은 성장 중심의 정책보다 철강수요를 유발하는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는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정책을 펼치고 있어 주로 대기업 중심으로 유발되는 철강수요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의 가장 큰 제약은 정부의 재정부담이다.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결국 철강수요를 주도하는 대기업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여야 한다.

철강산업 입장에서만 보면 문재인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은 철강경기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경제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소득주도성장은 한국 철강산업 사양화 속도를 더 가속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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