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앤스틸 김홍식 부사장
▲ 스틸앤스틸 김홍식 부사장
중국이 달라지고 있다. 보호무역과 국수주의로 일관하고 있는 트럼프를 대신해서 자유무역주의 수호자를 자처하는가 하면, 중화의 부흥을 공공연하게 외치고 있다. 시진핑이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16년 10월 18기5중전 이후 이러한 현상은 더욱 피부에 와 닿는다.

현재 시진핑에 대한 중국인들의 지지도는 절대적이다. 필자가 만난 중국 철강업계 관계자는 ‘라오반’이라는 표현을 했다. 최근 당장에 시진핑 지도 사상을 넣는다거나, 정부 주도의 대규모 투자를 하는 상황을 보면서 필자가 느낀 감정은 중국 전체가 좌 클릭하고 있지 않나? 하는 점이다.

기억이라는 것이 참 편리해서 자신에게 필요한 것만 남겨둔다. 우리는 불과 몇 달 전 ‘사드 보복’을 당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의 기억 속에는 시진핑에 대해, 그리고 중국에 대해 불안이나 위기감보다는 사드 보복에 대한 불쾌감이나 2000년대 이전 못 살고, 궁색하던 시절부터 또 올린다. 중국과 직접적인 비즈니스를 하거나 관심이 있는 사람은 너무 변했다고 한숨부터 내쉰다. 부동산 과열을 얘기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온 도시가 고층건물 공사판이고, 도시는 해가 다르게 고급 승용차로 넘쳐난다.

경제모델을 얘기할 때 영미식과 독일식, 중국식을 얘기하다. 영미식은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자는 것이고, 독일식은 복지 부문을 정부가 직접 나서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섞은 형태다. 중국식 모델은 정부가 계획부터 실행까지 모든 부문을 진두지휘하는 것이다.

중국경제의 미래에 대해서는 낙관과 비관이 상존한다. 낙관론자들은 2030년에는 GDP기준으로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고 말한다. 반면 비관론자들은 중국의 미래는 없다고 말한다. 이들은 소득수준 3만 달러가 넘는 나라치고, 시민혁명을 겪지 않는 나라가 없고, 정부주도의 개혁이 초기에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인간의 속성상 부패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든다.

필자는 어느 모델이 성공을 거둘지, 중국의 개혁과 성장 방식이 또 다른 모델을 제시할지 잘 모르겠다. 큰 숲을 보는 경제전문가가 아니라 현장에서 나무를 보고 뛰는 기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히 말하고 싶은 것은 있다. 바로 최근 달라진 중국경제의 변화에 대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무엇이 달러졌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첫 번째는 인구구조 달라진다는 점이다. 최근 1가구 1자녀 선택적 폐지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출생률은 더 낮아졌다는 뉴스가 보도가 나왔다. 인구는 소비와 성장률, 복지, 노인문제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향후 중국도 고령화에 따른 문제로 골머리를 앓을 것이다. 그러나 조만간 중국 경제를 이끄는 세대는 소위 80년대 이후 출생한 ‘빠링허우’다. 이들은 저축보다 소비를 미덕으로 삼는 세대다. 브랜드를 중시하고, 남과 다르게 사는 것을 선호한다. 그래서 대당 180만원이 넘는 ‘애플 X8시리즈’는 없어서 못 판다. 우리에게는 기회다.

두 번째는 농촌인구의 도시전환 정책이다. 중국의 도시화율은 2016년 기준으로 60%가 되지 않는다. 이를 2020년까지 63%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정부의 최대 위협요인인 빈부격차를 위해서라도 도시화 정책은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될 것이다. 이 역시 우리에게는 기회 공간이 될 것이다.

세 번째는 산업정책의 변화다. 중국은 세계의 공장이기를 거부한다. 대신 세계의 소비 중심으로 서고자 한다. 가격 중심에서 질적 중심으로 바꾸려 무던히 애를 쓴다. 철강산업 역시 정부가 구체적으로 언제까지 부채비율을 낮추고, 가격 하한선까지 정해놓은 상태다. 드론이나 전기자동차, 사물인터넷 등 이른바 ‘4차 산업 혁명’의 핵심 분야에 대해서는 중국 주도권을 넘어 ‘중국 표준화’를 꾀하고 있다. 머지않아 우리가 중국으로 수출을 해야 할 때, KS나 JIS, DIN 규격이 아닌 중국 국가 표준 규격인 GB에 맞춰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산업정책의 변화는 기회이자 위기이기도 하다.

네 번째는 무역기조의 변화이다. 당분간 보호무역은 세계 경제의 주류가 될 것이다. 사드 보복이나 미국의 반덤핑관세 남발이 대표적이다. WTO가 자유무역을 중시했고, 가격이나 품질에 주안점을 뒀다면 보호무역으로 촉발된 ‘WTO 플러스시대’는 제도가 관건이 될 것이다. 확실한 ‘기브 앤드 테이크(Give and Take)’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정부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는 제조업 부활을 위한 최후의 몸짓이라고 본다. 성공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중국의 부상은 미국에게도 도움이다. 제조업의 궁극적 목적은 수출이고, 중국은 최대 시장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중국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점이다. 경제구조로 볼 때 한국과 중국은 상호 결합돼 있다. 한국과 중국 모두 상호 수출입 1위 국가란 점이 이를 증명한다. 따라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매우 중요한 숙제다. 공장이 아닌 시장으로서 보고, 활용법을 도출해야 한다.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공정기술개발, 생산원가 우위 활용해야 한다. 중국은 서부대개발과 일대일로, 창장 경제개발, 징진지 등 국가주도의 대규모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이들 프로젝트는 자금이나 기술력 등을 감안할 때 중국 혼자 힘으로 어렵다. 지리적 이점 못지않게 한국 기업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살려야 한다. 어느 순간 우리는 중국에 대해 지나치게 방어적 관점에서 접근을 하는 경향이 생겼다. 경제 변화를 장황하게 설명한 이유는 다시 중국을 활용하자는 취지에서다. 지금이 바로 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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