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한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그는 에너지수입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폐지하는 등 미국 내 에너지 생산 독려 정책을 펼치고 있다. 논란이 컸던 키스톤 XL 송유관 건설을 재개한다는 행정 명령에도 서명했다. 미국 의회의 양당 모두 철도 운반이 더 나은 선택이라고 주장했지만 대통령의 명령 앞에선 어쩔 도리가 없었다. 심지어 탄소 배출 감축을 의무화한 파리기후변화 협정에서 탈퇴하기도 했다.

미국이 자국 내 에너지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가운데, 다행히도 최근 국제 유가는 안정적인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물론 한국의 대미 강관 수출도 크게 늘었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 에너지용강관 수요만 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에너지 분야 투자 증가로 기자재 시장도 회복되고 있다. 오일∙가스 기자재 시장의 동향에 대해 알아보자. [편집자 주]



왜 오일&가스 기자재인가?

2017년, 특히 하반기는 국제 유가가 내리 상승을 기록한 시기였다. 두바이유를 기준으로 지난 2017년 6월 한 때 43.4달러/배럴까지 떨어졌던 유가는 2018년 1월 중순 기준 60달러 후반대로 올라섰다.

기존부터 원유 가격이 50달러 이상으로 유지된다면 미국의 셰일에너지 생산이 증가할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실제로 최근 북미 지역 리그 카운트는 증가에 증가를 거듭하며 지난해 연초에 800개 수준에서 최근 1,200개를 돌파했다.

셰일 에너지 개발의 촉발점이 유가 50달러/배럴이라면, 해양플랜트 발주의 촉발점은 60달러/배럴이다. 이러한 원유 가격 변동은 향후 해양플랜트시장에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2016년 OPEC의 감산 협의 이후 유가에 회복 기미가 나타났고, 이어 오일메이저를 비롯한 글로벌 에너지 기업, EPC 등 프로젝트 기업들이 플랜트 사업 재정비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배경 가운데 미국 시장에서 오일·가스 산업에 대한 투자도 눈에 띄게 활발해지고 있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 트럼프 정부는 미국 셰일가스와 원유, 천연가스 생산 확대를 도모해 미국 내 에너지 생산을 지속적으로 늘려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추진 중인 세제 개편의 방향도 관련 기업 활동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오일·가스 기자재 시장 규모

코트라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 미국의 오일·가스 기자재 생산 시장의 규모는 123억 1,290만 달러에 달한다. 한편 시장조사기관인 IBIS World는 2017년과 2022년 미국의 오일·가스 기자재 생산 시장규모를 각각 132억 달러, 145억 달러로 전망했다. 향후 5년간 총 10% 수준의 성장이 기대된다는 전망이다.

미국의 오일·가스 기자재 업체들은 주로 남서부 지역, 특히 텍사스 주에 39.7% 가량이 소재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오클라호마 주가 9.4%를 차지한다. 결국 오일·가스 생산지 근처에 관련 산업들이 밀집되어 있는 것이다.

오일·가스 기자재 업체 분포도 (자료 : IBIS World, 2017년 10월)
▲ 오일·가스 기자재 업체 분포도 (자료 : IBIS World, 2017년 10월)


미국의 오일·가스 기자재 수입 현황

우리에게 익숙한 유정용강관과 마찬가지로 미국의 오일·가스 기자재 시장은 내수 생산만으로 충당할 수 없는 거대한 시장이다. 따라서 수입은 필수 요건이다. 주요 수입 품목은 HS코드로 7304, 7305, 7307, 7412, 8481 등에 해당하는 제품들이다.

HS Code 7304는 철강제의 관과 중공프로파일이다. 주요 수입국은 멕시코, 중국, 일본 등이며, 한국은 9위 수입국으로 전년 동기 대비 83.30% 증가한 1억 614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 2016년 유가 하락으로 인한 건설 경기침체로 수입량이 크게 감소했으나 2017년 유가 상승과 함께 수요가 증가하는 경향을 나타냈다. (이하 모두 2017년 1~9월 기준)

HS Code 7305는 철강제의 기타 관이다. 주요 수입국은 인도, 캐나다, 한국 등으로 한국은 시장 점유율 14.55%로 3위 수입국이다. 전체적으로 수입이 35.31% 증가했으나 한국산 수입은 10.78% 감소했고 인도로부터의 수입이 대폭 증가했다.

HS Code 7307는 철강제의 관연결구류다. 주요 수입국은 중국, 인도, 이탈리아 등이며 한국산 점유율은 5.82%이다. 전반적으로 수입량이 15.97% 증가했으나 한국의 수출액은 1.52% 증가하는데 그쳤다.

HS Code 7412 동제의 관연결구류이며, HS Code 8481은 파이프·보일러의 동체·탱크·통 또는 이와 유사한 물품에 사용하는 탭·코크·밸브 등을 지칭한다. 한국의 점유율은 높지 않은 편이다. 다만 8481의 경우 주로 유지 및 보수 관련 품목이기 때문에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꾸준한 수요가 유지된다는 특징이 있다.

현지 시장 진출 방안

현지 시장 진출에 앞서 가장 우선되는 일은 자재별 인증을 취득해야 하는 것이다. 각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다양한 인증들이 필수 또는 선택적으로 적용된다. 가장 기본적인 인증 제도는 아래와 같다.

미국 진출 시 필요한 필수 인증
▲ 미국 진출 시 필요한 필수 인증


현지 오일·가스 시장에 진출해 있는 다수의 한국 중소기업들은 책임보험(Liability Insurance Policy)을 갖춘 현지 도매상을 통해 납품하고 있다. 현지 수요가들이 제품에 대한 A/S 및 교체부품 공급 능력과 서비스 네트워크를 중요시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출 초기에는 이러한 서비스 망을 갖춘 현지 도매상들과의 협력이 필요하다.

한편, 현지 물류시설 설립은 많은 수요가들의 공통된 추천사항이다. 가격보다 현지 물류창고를 통해 제품이 필요할 때마다 신속히 제품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중요시 하고 있다고 라고 코트라 측은 전했다.

하지만 맹목적인 낙관론 또는 기대감은 금물이다. 유가가 50달러를 넘으면 셰일 업체들이 생산을 늘려 결국 60달러를 넘지 못한다는 셰일 밴드(Shale Band) 이론도 있다. OPEC 국가와 러시아 등 전통 산유(가스)국들이 미국의 에너지 독립을 견제하기 위해 언제 또 정책을 바꿀 지도 모르는 일이다.

또한 강관 수출의 경우 미국향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미국의 상황에 국내 산업의 기반까지 흔들거리는 경우도 있었다. 미국 시장은 전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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