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25%에 달하는 철강 수입관세를 확정하면서 한국 철강 수출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특히 미국향 수출 의존도가 높았던 강관업계는 직격탄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철강업계 노동자와 노조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자국에 수입되는 철강에 대해 25%의 일괄 관세를 부과하는 명령에 서명했다. 오직 캐나다산과 멕시코산만 관세조치 대상국에서 제외됐다.

미국의 통상정책을 예의 주시하던 국내 강관 수출업체들은 그야말로 초비상이 걸렸다. 미국에 주로 수출하는 한국산 유정용 강관의 경우 이미 최대 46.37%의 관세를 물고 있는 상태로 여기에 25%가 추가되면 관세율이 70% 이상으로 오른다. 사실상 수출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다.

지난해 한국산 강관의 미국향 수출은 약 203만톤으로 전체 수출의 65% 비중을 차지했다. 특히 송유관과 유정용 강관의 경우 미국향 수출 비중이 80~100%로 해당 품목 수출의 대부분이 미국향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자료: 한국철강협회
▲ 자료: 한국철강협회

업체별로 살펴봐도 국내 주요 강관 수출업체인 세아제강의 경우 대미 수출 비중이 20%를 상회하고 있으며, 강관 전문 철강사인 휴스틸은 매출의 60%, 넥스틸은 80%를 대미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관 수출업계 관계자는 “타 철강 품목의 경우 대미 수출비중이 크지 않고 내수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수출선이 다양해 미국 쪽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물량 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당장 타격이 크진 않다”며, “그러나 송유관과 유정용 강관의 경우 미국 비중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우려했다.

국내 강관 수출업체들은 위기를 타계할 방안으로 미국 현지 투자와 수출지역 다각화 등에 주력할 방침이다.

특히 세아제강은 지난해부터 SeAH Steel USA, LLC. 가동을 시작하면서 미국 내에서 유정용 강관의 제품 생산에서부터 후처리까지 가능한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이 공장의 생산능력은 연간 15만톤으로 미국 수출량을 전량 대체하지는 못하지만 상당부분 부담을 완화시켜줄 것으로 예상된다.

넥스틸도 국내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해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넥스틸은 올 상반기 중 총 300억원을 투자해 미국 휴스턴에 생산공장을 지을 예정이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수요가 제한적인 유정용 강관의 경우 미국 현지에 공장을 세우는 것 외에는 특별한 방안이 없다. 관련 수출기업들의 활발한 미국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아울러 미국 수출 길이 막힌 만큼 베트남, 인도네시아, 유럽 등 새로운 수출지역 다각화에도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강관협의회는 수출판로를 다변화하기 위해 이들 지역의 에너지강관 조사 진행과 함께 기술교류도 활발하게 실시할 예정이다.

미국 정부의 통상정책 초강수에 국내 강관업체들이 생존을 위해 어떠한 효과적인 대응책 마련에 나설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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