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앤스틸 김홍식 부사장
▲ 스틸앤스틸 김홍식 부사장
한국 스크랩업계에도 수출을 해야 살아남는다는 얘기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한국 철 스크랩 자급도는 80%를 넘었다. 물론 여기에는 포스코와 동부제철 등 대형 전기로 설비가 가동을 중단하면서 스크랩 수요가 크게 줄어든 영향도 있다. 과정이야 어찌됐건, 일본이 스크랩 자급도 85% 수준에서 수출을 시작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도 이제 스크랩 수출은 현실적인 문제가 됐다는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누가(주체), 어느 지역을 타깃으로 하여,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이다. 스크랩은 철광석, 유연탄과 함께 제철의 3대 원료다. 엄연히 철강의 후방산업으로 제강사와는 수평적인 관계가 돼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제강사와 스크랩 유통상의 관계는 거의 수직적이다. 제강사가 자기 편리를 위해 구좌업체 중심으로 시장을 통제하고 키워왔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실 때문에 한국의 스크랩 수출은 무역상이나 유통상이 아닌 수요가인 제강사가 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얘기도 나온다. 물론 제 강사가 스크랩 수출을 할 수도 있다. 잘못된 방법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납품업체를 관리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그것은 지양되어야 한다는게 필자의 생각이다.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효율적이고 부가가치를 높이면서 스크랩 수출을 할 수 있을까? 첫 번째는 스크랩이 독립된 산업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그래야 제강사의 눈치 보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납품업체를 관리하는 것은 개별 기업의 전략이다. 반드시 그것이 나쁘다고 할 수 없다. 따라서 스크랩과 철강업계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스크랩업계가 먼저 당당해져야 하고, 스스로 존재감을 높일 수 있는 노력을 해야 한다. 제강사 역시 수출에 대한 시각을 달리해야 한다. 수출은 수급논리 때문만이 아니다. 품질관리를 위해서도 수출은 필요하고, 납품상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협회 역량을 키워야 한다. 솔직히 지금의 자원협회는 당초 설립 취지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협회가 친목단체가 되어서는 안된다. 제강사의 눈치만 보는 납품상이 아닌 독립된 원료 공급업체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럼 이를 위해 누가 총대를 멜 것인가? 자원협회다. 자원협회 스스로가 힘을 키워야 한다.

두 번째는 모두 전문가를 키워야한다. 특히 유통상의 경우는 절실한 문제다. 수출을 위해서는 각종 정보에 능통해야 하고, 해당 국가의 법령이나 거래 관행도 잘 알아야 한다. 환 리스크에 대한 예측능력도 있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수출 국가와의 인적 네트워크다. 국내 스크랩 유통업체 중에는 매출만 놓고 보면 규모가 큰 업체도 있다. 그러나 수출에 대해서는 경험도, 인적 자원도 없다. 주먹구구식 수출은 재앙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 아직 시간이 있다. 지금부터라도 전문가를 키우는 노력을 하고 투자해야 한다. 이러한 준비 없이 막연히 수출 하겠다고 하는 것은 한탕주의 발상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품질에 대한 관리기준을 강화해야 한다. 필자는 5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베트남 전기로 제강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이 기간 동안 만난 제강사 원료구매 담당자들이 한결같이 하는 얘기는 “한국산 철 스크랩이 품질은 좋은데 이물질이 많다”는 것이다. 물론 의도적으로 이물질을 넣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만에 하나라도 ‘우리보다 못사는 나라는 품질관리도 느슨할 것’이라는 생각이나, ‘대충대충 해도 된다.’는 생각의 결과라면, 이제부터는 어림없는 생각이라는 점을 말하고 싶다. 베트남의 경우 정부가 불순물 허용치를 1%로 관리하고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1%는 어려울 수도 있다. 혹자는 뒷거래나 트집을 잡기 위한 빌미로 활용할 뿐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필자 생각은 설령 그렇다 할지라도 해당국가의 법규가 1%로 규제를 하고 있다면 이를 지키는 노력은 우리의 몫이라고 말하고 싶다. 한 두 업체의 이러한 자기중심적인 행동이 한국산 스크랩 전체의 품질 문제로 비추질 수 있기 때문이다. 스크랩은 환경과 불가분 관계에 있다. 최근 국제 트렌드는 선진국 후진국을 떠나 환경규제를 강화한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철강제품이 국내 수출 10대 품목이 되었다. 스크랩 수출이 효자종목이 될지, 이를 통해 국내 스크랩 유통상이 제강사의 눈치 보기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산업 영역을 구축할 수 있을지는 스크랩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다. 다행스러운 점은 최근 스크랩업계에 젊은 피가 많이 수혈되고 있고, 이들이 기존 창업 1세대보다는 글로벌 마인드(Global Mind)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필자가 국내 스크랩업계가 희망이 있다고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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