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유재혁 기자
▲ 스틸데일리 유재혁 기자
포스코 최정우 회장이 새로운 경영 비전으로 ‘With POSCO’를 내걸고 취임했다.

취임사를 통해서는 포스코그룹이 사회의 일원으로써 경제적 수익뿐만 아니라, 공존과 공생의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시민´으로 발전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격 인상을 앞둔 냉연단압밀들도 기대가 컸다. 포스코가 열연가격 인상 이후 냉연도금재 가격 인상을 미루면서 롤마진 축소에 따른 수익저하가 큰 부담이었지만 7월 23일 주문투입분부터 냉연도금재 가격 인상을 결정한 데다가 최고 수장이 포스코 최정우 회장의 취임 일성 또한 공존과 공생을 강조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기대감은 얼마가지 않았다. 포스코가 7월말 실수요향 열연가격을 톤당 1만5,000원 인상한데 이어 추가 인상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춤해진 수요 탓에 가뜩이나 냉연도금재 판매 가격 인상이 어려운 상황에 추가 인상을 하지 못하면 그나마 7~8월 가격 인상을 통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됐던 롤마진이 다시 적자로 전환될 수 밖에 없는 입장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일부에선 고객사이자 시장 경쟁자인 냉연단압밀을 포스코가 고사시키려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상황을 좀 더 냉정하게 되짚을 필요가 있다. 우선 포스코의 열연강판 가격이 결코 국제가격에 비해 높지 않다는 점이다.

롤마진 확보가 최우선 과제라 할 수 있는 냉연단압밀들은 그간 중국산 저가 열연 덕을 적지 않게 본 것이 현실이었다.

그러나 열연가격 상승과 상대적으로 냉연도금재 가격 인상 지연 등은 중국 등 다른 지역에서도 나타나는 상황인데다가 중국과 일본산 열연 가격 상승과 공급 어려움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포스코 구매 비중이 높아졌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결국 냉연단압밀들의 롤마진 확보 어려움이 열연가격 때문이 아니라 냉연도금재 가격 인상을 하지 못한데 있지는 않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포스코가 열연가격은 인상하면서 냉연도금재 가격을 제때 인상하지 않은데 따른 결과일까?

이 결론에 앞서 우리는 수급의 논리에 따른 시장 가격 결정 원칙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국내 자동차와 가전, 건설과 기계 및 조선에 이르기까지 주요 냉연도금재 수요산업의 회복 지연 상황속에서 여전히 낮은 가격의 중국산 냉연도금재 국내 유입이 결국 가격 인상을 어렵게 만든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면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판매가격에 전가하기 위해서는 결국 공급을 축소하거나 지나친 경쟁을 지양해야 하는 것이 원칙일 것이다.

● 각자 역할을 찾아가야 할 시기

이 과정에서 포스코는 대형 수요업체들과 철강업체들이 대등한 관계에서 협상할 수 있도록 선도적이고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만 하지는 않았을까?

선도업체로서 대형 수요처들과의 가격 인상을 위한 협상을 주도한다거나 시장 공급량 조절을 위해 먼저 앞장서서 감산을 실시한다거나, 혹은 수입산에 의한 피해 발생시 AD 제소를 적극 검토하는 등 시장이 달라 가격을 인상하기 어렵다는 소극적인 태도보다 선도기업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옳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특히 국내 매출액 기여도 면에서 세아제강이 계열사인 포스코대우를 제외하고 1위, 동국제강은 3위, 동부제철은 4위 고객사라는 점을 간과한 모습이라는 지적이다.

냉연단압밀 역시 단순히 원소재인 열연의 가격에 따라 수익이 결정되는 구조에서 벗어나 자생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포스코로부터 원소재를 공급받아 포스코와 같은 제품을 만들어 경쟁해서는 생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포스코의 역할에 대한 기대도 이전과 같이 저렴한 소재를 국내외 철강 가공업체들에게 공급하는 1960~80년대식 의식구조에서 이제는 벗어나야 할 것이다.

포스코도 진정한 공생과 공존을 위해서는 수요산업과의 관계에서 가격이 전가될 수 있도록 주도적인 역할을 어떻게 할 것인지 건강한 국내 철강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역할은 무엇인지 냉정하게 고민해봐야 할 시기라 생각된다.

저작권자 © 스틸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