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유정상 기자
▲ 스틸데일리 유정상 기자
스틸데일리에 입사해 철강 기자에 입문한 지 한 달 조금 넘었다. 철강산업에 관련해 깊은 인사이트는 부족하겠지만, 바꿔 말하면 아직 ‘때 묻지 않은’ 눈이기에 아이러니하게도 시장에 오래 몸 담은 선배 철강기자들에 비해 좀 더 순수한 제3자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는 측면이 어쩌면 일정 부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때 묻지 않은’ 눈으로, 새롭게 냉연도금판재류 관련 업체 여기저기 취재를 다니면서 보고 느낀 점에 대해 말해보고 싶다.

우선 그 중 가장 크게 느낀 점은, 냉연단압밀들 간 한 가지 공통점이 분명하게 있다는 것이다. 바로 큰 형님, 포스코만 바라본다는 것.

마치 밀양아리랑의 ‘날 좀 보소’를 연상시켰다.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전락해버린 이 구애의 몸짓은 시간이 흐르며 많이 지쳐버려, 이제는 그저 포스코를 ‘바라만 보고’ 있는 형국으로 보인다.

정부가 개입해야하는 시점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들어봤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우선 기본적으로 지금 사회의 시장논리나 경제체제 등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뿅’하고 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는 점을 짚고 싶다.

경제학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의 모습이 여러 시행착오를 겪어온 결과물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때문에 단순히 ‘도와줘요 뽀빠이’ 같은 콜 보다 훨씬 첨예하고 예민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몇 업체 관계자들은 ‘사실 내가 포스코였어도 저랬을 것 같긴 하다’라고 말하기도 한다.

결국 단압밀들의 ‘날 좀 보소’는, 어쩌면 ‘우리 사정 좀 면밀하게 살펴 봐 달라’는 의지의 표현이 아닐까?

진심으로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시장경제체제에서 기업들은 철저한 약육강식 · 적자생존의 스테이지, 킬링필드가 아니었던가? 냉연시장 역시 나쁜 짓(도덕적으로 나쁜 짓이 아니다)만 하지 않는다면, 무슨 수를 쓰던 간에 결국 이윤을 더 남기고 살아남는 쪽이 승자로 취급받는 ´차가운´ 바닥으로 보인다.

‘기업 윤리 및 가치 재점검’과 ‘선도 기업으로서의 책임’ 등을 말하는 목소리도 들어봤다.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야기고 스스로도 통감하는 이야기지만,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결국엔 선택권을 가진 자가 선택할 문제다.

지금 당장의 이윤보다 더 큰 가치가 있다? 어디까지나 선택권자가 그렇게 느껴야만 한다는 것이다. 순수한 마음으로 나를 도와줄 이는 잘 없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세상에서 나한테 뭐 하나라도 더 챙겨주는 건 편의점 밖에 없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일본 철강 산업 구조와 비교하는 이야기도 들어봤다. 모 일본 기업 임원 분이 한국의 포스코를 두고 ‘큰 그림을 안 그리는 건지 못 그리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한국 철강업은 ´전투´는 굉장히 잘하는 반면 ´전쟁´은 할 줄 모른다며, 한국 철강업도 일본 기업 특유의 ‘큰 그림, 더 큰 그림’을 중시하는 문화를 본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여기서 ‘큰 그림’이란, 고로는 고로 본연의 임무에, 단압밀은 단압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해 서로 상호보완적인 관계를 유지하다보면 결국 모두의 글로벌경쟁력(아울러 한국 철강업의 글로벌경쟁력)이 높아진다는 그림이다.

하지만 이 접근도 결국 일본과 한국의 철강산업 구조는 기본 골조부터가 달라 애초에 비교하기가 어렵다는 주장도 있다. 일본의 경우 아예 하공정 업체가 계열사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처럼 한국 냉연업계에서 고로업체와 단압밀들 간의 관계에 대한 문제는, 냉연 품목을 맡으며 입사한 시점부터 선배기자들과 토론에 토론을 거듭했으나 정말 쉽지 않은 문제 같다.

말 그대로, 누구를 탓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결국 단압밀들의 경쟁력 확보란 생각이 들었다. 힘을 가진 누군가가 나서서 이 상황을 해결해주면 그건 그거대로 매우 고마울 따름이지만, 해결되기만을 마냥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지 않을까?

최근에는 수출 쪽에서 활로를 찾기 위해 이런 저런 방안을 구상중이라는 말씀에, 마음속으로나마 진심으로 응원한 적도 있다. 그리고 내 스스로도 이들의 노력에 도움이 될 만한 정보들을 꼭 기사로 써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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