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유범종 스틸데일리 기자
▲ 사진: 유범종 스틸데일리 기자
정보화 시대에 안착하면서 타 산업에 비해 보수적이던 철강도 빠른 변화의 길을 걷고 있다. 이제 철강시장은 규모와 자금력 우위와 더불어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력도 중요한 경쟁 요소 중 하나가 되고 있다.

특히 과거 대형 철강사 중심으로 편중됐던 정보수집 능력은 다양한 언론 매체와 소셜 네트워크 발달 등과 맞물려 소규모 유통들까지도 널리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정보의 균형은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대형 철강사들의 가격 정책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대형 철강사들의 가격 정책에 순응해왔던 철강 유통과 실수요가 집단들은 이제 다양한 정보 수집과 분석을 통해 시장 환경을 읽고 그에 따른 독자적인 판매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반면 대형 철강사들은 아직도 이러한 시장 변화에 준비가 덜 된 모습이다. 여전히 강력한 힘을 가진 시장 우위의 입장에서 일방적으로 가격을 조정하려는 전략들이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이제 대형 철강사가 공급가격을 인상하면 폭발적인 가수요가 동반되고, 유통가격도 급등하던 시절은 지나갔다.

비근한 예로 후판을 보면 포스코, 현대제철 등은 지난 5월부터 3개월 연속 유통향 후판 공급단가를 끌어올렸다. 인상 폭은 5월 톤당 2만원, 6월 톤당 3만원, 7월 톤당 2만원으로 총 7만원 수준이다. 포스코는 10월에도 톤당 2만원 수준의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 이들은 원료가격 상승과 타이트한 가동률 등을 고려할 때 공급가격 인상은 불가피한 조치라고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동기간 후판 유통시장에서의 단가 인상은 고작 3~4만원 내외에 그치고 있다. 이는 생산업체들의 가격 인상을 관철할 만한 요인이 없다는 유통업계의 자체적인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유통향 후판의 최대 수요산업인 건설경기는 여전히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밑바닥부터 치열한 가격 경쟁 구도가 지속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한 시황에도 불구하고 대형 철강사들은 일단 가격부터 올렸다. 가격을 인상하면 최소한 일부는 반영될 것이라는 기대 심리로 전략적인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그 동안은 생산업체들이 가격을 올리면 아무리 시황이 나빠도 상당 부분 반영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유통업체들은 생산업체가 가격 인상을 했다고 해서 바로 ‘우르르’ 따라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정보를 냉철하게 분석하고, 마진을 못 보더라도 최대한 안정적인 판매에 나서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오히려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시황과 맞지 않는 무리한 생산업체들의 가격 인상으로 시장 혼란만 초래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제 무턱대고 가격부터 올리는 대형 철강사의 정책은 시장에 반영되기 힘든 시대가 왔다. 확고한 가격 인상 명분과 시황을 반영한 가격 정책이 우선시 되지 않는 한 향후 생산업체들의 가격 정책은 시장 혼란과 함께 공허한 외침으로만 남을 가능성이 클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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