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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논단] 정부의 철강 산업정책 방향을 제시한다
정부와 철강 선도기업의 관계 재정립
2019-01-02 06:57  l  서정헌 대표 (seo@steelnsteel.co.kr)
 
◇ 스틸앤스틸 서정헌 대표이사 사장
2019년 현재 우리나라 철강 산업정책에 주어진 가장 큰 과제는 사양화와 구조조정에 대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철강산업 연착륙을 위해 사양화 속도를 조절하는 수단과 사양화 되더라도 더 이상 줄어서는 안 된다는 최소 산업규모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승자와 패자를 나눌 수 있는 공정한 경쟁구도가 있어야 한다. 공정한 경쟁이 작동하지 않으면 힘든 구조조정을 하고도 산업경쟁력은 더 약화될 수 있다.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이 작동하지 않으면 정부가 나서 직접 승패를 나눌 수밖에 없는데 정부도 그렇게 신뢰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철강은 산업의 특성상 구조조정 과정에 많은 사회적 비용이 유발되는데 이를 줄이기 위해 정부 중심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정부의 철강관련 산업정책 방향 3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는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이 되어야 한다.

선도기업에 끌어가는 산업정책이 아니라 정부주도의 산업정책이 되어야 한다. 과거에는 포스코가 잘되는 것이 한국 철강업계 모두가 잘되는 길이었기 때문에 선도기업에 의존하는 산업정책이 가능했던 것이다. 정부가 선도기업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그 혜택이 선도기업뿐만 아니라 여타 모든 철강사까지 파급되었던 것이다. 그만큼 선도기업에서 떨어지는 낙수효과가 컸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철강관련 산업정책은 선도기업이 주도하는 부문이 많았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선도기업의 경영전략이 정부의 산업정책을 주도하거나 압도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의 산업정책 역량은 약화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낙수효과커녕 선도기업과 여타 철강사 사이에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선도기업 경영전략에 여타 철강사의 생사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여타 철강사들도 선도기업의 경영전략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단압이나 유통 가공의 입장에서는 철강 선도기업 가까이 가는 것이 더 위험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따라서 선도기업에 의존하는 정부 산업정책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선도기업만이 아니라 철강업계의 모든 주체들을 위한 산업정책을 정부 스스로 주도하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 우리 정부의 철강관련 산업정책 역량을 높여야 한다.

둘째는 선도기업의 힘이 남용되지 않도록 견제되어야 한다.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철강시장에 공정한 경쟁이 작동하여야 한다. 그러나 선도기업의 시장지배력이 남용되는 시장에서는 공정한 경쟁과 효율적인 구조조정을 기대하기 어렵다. 구조조정이 되더라도 선도기업만을 위한 구조조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

대규모 선도기업일수록 시장지배력 중심 경영에서 벗어나기 어렵기 때문에 선도기업과 여타 철강사간 양극화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정부가 두 선도기업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견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철강시장에서 경쟁은 철강사간 경쟁, 철강과 전후방산업간 경쟁, 철강공정간 경쟁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 모든 경쟁구도에서 공정한 경쟁이 작동할 때 성공적인 구조조정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철강산업은 지금도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아쉬운 것은 지나치게 선도기업 중심의 구조조정이라는 점이다.

포스코 가격전략이 철강산업 구조조정 방향을 정하고 있다. 포스코가 열연과 냉연의 롤마진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단압밀들의 퇴출이 결정될 수 있다. 포스코 유통전략에 따라 여타 철강유통의 퇴출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 선도기업인 포스코 경영전략이 우리나라 철강산업 구조조정 방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제철이 후판시장으로 진입하면서 기존 동국제강 후판공장이 퇴출한다. 현대제철이 특수강 시장으로 진출하면서 세아베스틸이 위기로 몰리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수직계열화 힘이 우리나라 철강산업 구조조정 방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현대제철 공장이 기존의 다른 공장보다 더 경쟁력이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차그룹에 속해 있다는 이유만으로 시장에서 항상 승자가 되는 것이다. 결국 더 경쟁력 있는 공장이 먼저 시장에서 퇴출하게 되어 산업경쟁력이 약화되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 철강산업의 공정한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힘이 어느 정도 견제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선도기업의 힘이 견제되고 공정한 경쟁이 가능해지면 국내 철강시장에 거래의 효율성이 좋아지면서 수출입의존도가 낮아질 수 있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수직계열화 힘은 철강산업 구조조정을 더 많이 왜곡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오랜 세월 우리나라 철강산업에 축적된 기존의 산업경쟁력을 보존하기 위해서라도 현대제철의 진입속도는 어느 정도 제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선도기업 시장지배력이 유통 가공 등 하공정에 대해 남용되는 불공정거래도 강력히 단속되어야 한다. 이제 우리나라 철강산업도 선도기업 중심 상공정 중심의 산업경쟁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철강과 철강수요산업의 균형된 발전을 위해서 유통과 가공 등 철강 하공정의 산업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더 중요시 되고 있다.

정부는 공정한 경쟁을 통해 구조조정을 추진하려고 하지만, 선도기업은 여전히 자신의 시장지배력을 활용하려고 한다. 이로 인해 정부 산업정책과 선도기업이 경영전략이 갈등관계를 보이는 것이다. 선도기업 입장에서는 오랜 세월 시장지배력 중심의 경영에 익숙해져 있고 단기적으로 시장지배력만큼 효과적인 수단도 없기 때문이다.

최근 통계를 보면 국내 선도기업과 여타 철강사의 수익성이 더 큰 차이를 보이면서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그대로 방치하면 한국 철강산업은 선도기업과 여타 철강사로 이원화될 것이 뻔하다. 양극화는 여타 철강사들의 사양화 속도를 더욱 가속화시킬 것이다.

이제 정부가 나서 선도기업의 힘을 어느 정도 견제함으로써 선도기업 중심이 아니라 정부 중심 하공정 중심의 산업정책이 가능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는 선도기업인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분업과 공조가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선도기업의 시장지배력이 우리나라 철강산업 경쟁력을 지탱하는 힘이라는 것도 부정하기 어렵다.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공정한 경쟁이 중요하다는 이유만으로 선도기업 시장지배력이 너무 빠른 속도로 약화되면 우리나라 철강산업의 사양화 속도는 더 빨라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선도기업간 지나친 경쟁을 완화시키고 선도기업의 시장지배력을 단기적으로 유지시키기 위해 기업간 시장분할과 공조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공정한 경쟁을 유지하면서 철강산업의 사양화 속도를 지연시켜 연착륙을 가능하게 하여야 한다.

만약 지금 경쟁구도가 그대로 방치된다면 두 선도기업은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투자를 통한 힘겨루기를 계속하게 될 것이다. 지나친 선도기업간 경쟁으로 더 이상 과잉투자가 계속되어서는 안된다. 산업차원에서 과잉이 문제가 제기되어도 현대차그룹은 계속 투자함으로써 자신의 수직계열화를 강화하려고 할 것이다. 이로 인한 과잉의 문제는 나중에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유발할 수도 있다. 선도기업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 수익성 확보를 위해 선도기업의 하도급 불공정거래도 더 많아질 수 있다.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포스코와 현대제철 두 선도기업이 각자 자신의 시장점유율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두 선도기업이 더 이상 지나치게 경쟁하지 않도록 각자의 사업영역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부가 제시하는 것도 중요한 산업정책의 하나일 수 있다. 현대제철의 수직계열화 힘은 국내경쟁에서 작동하기보다 주로 수출경쟁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포스코와 현대제철이 분업과 특화를 추진할 떼 가장 중요시 하여야 할 포스코에 내재된 기존의 기업경쟁력이 빠르게 손실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따라서 포스코가 제대로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부문에 대해서는 현대제철의 진입속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한다.

예를 들어 차강판의 경우 현대제철의 진입으로 포스코는 90% 이상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현대제철이 수직계열화의 힘으로 국내시장을 장악하고 포스코는 해외시장으로 쫓겨나는 모습이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산업적인 차원에서 보면 큰 손실이다. 현대제철 차강판이 국내시장을 장악하면서 포스코 차강판이 싼 가격에 해외 자동차사에 공급되고 있는 것이다.

차강판을 해외수출에만 의존해서는 적정수익을 유지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많은 연구개발 결과로 만들어진 포스코 차강판이 경쟁국의 자동차산업 경쟁력 강화에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만약 후발주자인 현대제철 차강판이 짧은 기간 포스코를 뛰어 넘었다면 이것은 과거 포스코 기술경영에 많은 문제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철강산업 사양화와 구조조정 현안을 시장에만 맡겨두자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다. 우리나라 철강시장은 비경쟁적이고 스스로 구조조정을 추진할 힘도 없다. 따라서 시장의 기능을 보완하여 공정한 경쟁을 만들어가는 정부의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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