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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논단] 납품상제도 붕괴와 철스크랩의 산업화
2019-04-01 07:18  l  서정헌 대표 (seo@steelnsteel.co.kr)
 
◇ 스틸앤스틸 서정헌 대표이사 사장

제강사가 부족한 철스크랩을 조달하면서 공급자인 철스크랩 유통보다 우위에 설 수 있었던 것은 납품상제도 때문이다. 납품상 제도가 구매자인 제강사가 시장을 주도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것이다. 납품상 제도는 우리나라 철스크랩 산업을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특징이다.

지금 우리나라 철스크랩 산업의 모습을 만드는데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제강사 구매전략이다. 제강사는 납품상을 지정하고 납품권과 어느 정도 수익성을 보장해주는 대신에 납품상의 경영에 개입하는 것이다.

납품상은 복수거래가 허용되지 않는다. 오직 소속된 제강사에만 철스크랩을 공급할 수 있다. 제강사는 납품상에게 복수거래를 허용하지 않으면서 거래물량을 통제하기도 한다. 납품상에게는 수출하는 것도 허용하지 않는다. 납품상에게는 오직 국산 철스크랩만 취급하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이러한 납품상제도로 인해 제강사와 철스크랩 업계의 산업간 불균형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제강사의 철스크랩 구매전략에는 안정적인 물량확보와 수익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가 있다. 철스크랩 물량이 부족할 때는 안정적인 물량확보가 더 중요하기 때문에 철스크랩 조달에 동원할 수 있는 막강한 유통을 만들기를 원한다. 그러나 막강한 유통구조를 유지하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든다. 따라서 제강사 입장에서 수익성이 떨어지면 막강한 유통구조가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한다.

제강사가 추구하는 안정적인 물량확보와 수익성이라는 두 가지 목표는 현실적으로 서로 상충관계에 있다. 제강사 철스크랩 구매의 단기적인 목표인 수익성과 장기적인 목표인 안정적인 철스크랩 물량확보 사이에 갈등이 존재한다. 안정적인 물량확보를 위해 유통을 강화하면 비용이 높아져 수익성에 부담이 된다. 반대로 지나치게 수익성을 추구하면 유통구조가 무너지면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물량확보가 어려워진다. 수익성 때문에 철스크랩 재고를 줄이면 유통과의 협상에서 더 큰 위험비용을 치르게 될 수도 있다.

결국 하나가 강조되면 다른 하나가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제강사는 철스크랩 구매를 위해 장단기 전략의 갈등을 조정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제강사의 철스크랩 구매는 안으로 생산부문과 긴밀한 연관관계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밖으로는 납품상과 최적의 연관관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렇듯 성공적인 철스크랩 구매를 위해서는 구매와 여타 부문과의 연관관계를 잘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철스크랩 업계는 발생처와 중소상 그리고 납품상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나라 철스크랩 산업의 모습을 규정하는 가장 큰 주체는 납품상이다. 납품상은 제강사로부터 경영상 제약을 받지만, 중소상과 발생처는 상대적으로 자유스럽게 시장의존적 경영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철스크랩을 바라보는 시각도 제강사, 철스크랩 업계, 정부가 큰 차이를 보인다. 제강사는 안정적인 물량확보와 수익성이란 두 가지 목표 사이를 오락가락 하면서 최적의 구매전략을 찾아간다. 납품상도 제강사 의존적 경영과 시장 의존적 경영 사이에서 장단기 전략의 최적 결합을 모색한다. 정부는 여기에 자원과 환경관련 이슈를 함께 다루면서 철스크랩의 산업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납품상은 철스크랩이 발생처에서 제강사로 흘러가는 유통의 한 단계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제강사 철스크랩 조달을 지원하는 제강사 조직의 일부이기도 하다. 납품상은 철스크랩 산업의 중심에 있지만 철스크랩 산업의 입장을 반영하기보다 때로는 제강사의 입장을 반영하는 경우도 있다. 납품상은 철스크랩 산업과 제강사 사이에 어정쩡한 상태로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납품상의 모습이 철스크랩이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하는데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산업간 경쟁에서 제강사가 우위에 설 수 있는 것은 납품상제도 외에도 철스크랩이 가지고 있는 산업적 특성과 시장구조 때문이기도 하다. 철스크랩은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전국에 산재되어 발생되는 것이기 때문에 철스크랩 업체도 다수의 영세한 업체가 전국에 산재되어 있다. 물류비 부담 때문에 철스크랩이 지역단위로 시장을 분할하여 특화하는 경향도 있지만, 제강사의 철스크랩 구매는 아주 경쟁적인 시장구조를 직면하게 된다. 이에 비해 철스크랩 구매자인 제강사는 과점적 시장구조로 상대적으로 제강사간 협업이 용이한 측면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제강사와 철스크랩의 산업간 경쟁에서는 철스크랩 산업이 불리한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

일관공정을 가진 제강사는 안정적인 생산활동을 위해 안정적인 철스크랩 구매와 적정재고가 필수적이다. 유통의 입장에서 보면 철스크랩은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발생되는 것이기 때문에 공급이 비탄력적일 수밖에 없다. 철스크랩은 수요와 공급이 모두 경직적인 산업이기 때문에 큰 폭의 가격변동이 불가피하다.

철스크랩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집을 하지 않으면 환경문제를 유발할 수도 있다. 철스크랩 가격이 지나치게 하락하면 철스크랩 회수가 어려운 상황이 된다. 그래서 제강사와 철스크랩 업계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거래 관계를 중요시 하는 것이다. 철스크랩은 다양한 강종이 동시에 발생하기 때문에 다양한 강종을 지속적으로 구매해줄 수 있는 대형 전기로사와 거래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제강사는 부족한 철스크랩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자신이 지배할 수 있는 납품상을 만들어 전면에 내세우는 것이다. 아니면 부족한 물량을 먼저 제강사가 해외에서 수입하여 메움으로써 국내수급을 맞추기도 한다. 제강사는 납품상과 안정적인 거래를 원하기도 하지만 재고가 넘치는 상황이 되면 납품상의 입고를 통제하기도 한다. 제강사 우위의 산업간 불균형 때문에 철스크랩 유통이 안정적으로 철스크랩을 제강사에 공급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납품상은 우리나라 철스크랩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문제는 이러한 납품상이 지나치게 제강사 의존적 경영을 한다는 것이다. 제강사 구매전략에 따라 소수의 대형 남품상을 둘 수도 있고 소규모 납품상을 여러 개 둘 수도 있다. 따라서 납품상의 규모와 경쟁력은 많은 부문 제강사의 구매전략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납품상에게는 수입도 수출도 허락되지 않는다. 따라서 납품상은 오직 국산 철스크랩을 조달하여 소속된 제강사에 공급하는 사업만 허용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철스크랩 수출을 규제하는 힘이 정부가 아니라 제강사라는 점이 문제다. 철스크랩 구매자안 제강사에 의해 직간접으로 수출이 억제된다는 것이다.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이 아니라 산업간 불균형에 의해 수출이 규제된다는 점을 주목하여야 할 것이다.

납품상은 복수거래를 하거나 협업을 위한 별도의 조직을 만드는 것도 허용되지 않았다. 그래서 납품상은 규모는 커지만 시장적응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납품상 중심으로 구성된 우리나라 철스크랩도 산업경쟁력을 가지기 어려운 것이다. 납품상은 제강사의 구매전략에 맞게 각 제강사별로 별도로 조직된다. 각 제강사는 각자 따로 납품상을 두기 때문에 납품상 수는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들이 시장에서 공정한 경쟁을 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따라서 납품상간의 통합이나 구조조정을 통한 철스크랩의 대형화와 산업화는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다.

철스크랩의 안정적인 조달이 목표였던 고도성장기에는 납품상을 중심으로 하는 막강한 유통이 당연시 되었다. 그러나 제강사의 철스크랩 조달의 목표가 물량확보에서 수익성으로 바뀌면서 납품상 제도가 흔들리고 있다. 제강사와 납품상의 관계가 재편되고 있다. 철스크랩을 경쟁력 있는 하나의 산업으로 만들고, 자급자족 이후에도 수출산업으로서 역할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수출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납품상 제도가 무너지면 제강사와 철스크랩 업계의 산업간 불균형이 해소되고, 철스크랩 수출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시장 의존적 성장으로 전환하게 될 것이다.

남품상은 우리나라 철스크랩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이다. 그러나 지금 납품상으로는 우리나라 철스크랩 산업의 미래를 보장 할 수 없다. 제강사 지배하에 있는 남품상을 중심으로 철스크랩이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하는 것은 어렵다. 이러한 납품상 제도의 모습은 철스크랩 산업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결국 제강사의 산업경쟁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제강사와 납품상의 산업간 불균형이 존재하는 한 우리나라 철스크랩의 제강사 의존적 경영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전기로 제강사의 높은 수익성과 제강사와 발생처간 정보의 불균형으로 납품상제도는 오래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 제강사와 철스크랩 업계의 산업간 불균형이 해소되고 철스크랩 업계 스스로 시장의존적 경쟁력을 가지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납품상의 탈제강사가 시작되면서 제강사와 납품상의 관계가 재편되어야 한다.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시키기 위해서는 수출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한다. 수출 가능성을 높이는 데는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 수출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수출가능성만 열어 두어도 제강사와 철스크랩 산업의 불균형이 해소되면서 철스크랩의 산업경쟁력은 강화될 수 있다. 잘못하면 우리나라 철스크랩 수입과 수출 모두 제강사가 주도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국내 철스크랩 업계의 사업영역은 국내 고철을 수집하는 정도에 머물게 되고 철스크랩의 산업경쟁력은 기대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철스크랩 수출은 그냥 두어도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 산업정책이 수출을 촉진시키는 방향으로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제강사의 우월적 지위 때문애 수출이 어려워지는 부문은 정부가 공정거래 차원에서 감독할 필요가 있다. 수출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가 철스크랩 전용부두를 건설하거나, 철스크랩을 폐기물에서 수출상품으로 전환하는 제도적 정비가 필요하다.

철스크랩의 미래 발전방향은 제조업화와 수출이라고 생각한다. 제강사 의존적 경영이 아니라 시장 의존적 경영이 되어야 한다. 제강사가 결정하는 수익성이 아니라 철스크랩 기업 스스로 제조업적 기능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탈제강사로 복수거래가 가능해지면 수출입까지 포함하는 다양한 경영전략이 가능하게 될 것이다.

납품상의 탈제강사가 진행되면 자연스럽게 철스크랩 업계의 구조조정이 가속화 될 것이다. 지금까지는 납품상이 개별 제강사에 소속되어 있어 납품상 수와 규모가 제강사의 구매전략에 따라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구조조정을 통해 통합되고 대규모화 되면 여기에 철스크랩 가공과 제조업적 기능이 접목될 것이다. 탈제강사로 인해 복수거래가 가능해지고 수출과 수입도 자유스러워질 것이다. 수출이 본격화 되면 철스크랩 품질도 개선될 것이다. 우리나라 철스크랩의 국제화 표준화가 추진되고 자연스럽게 경쟁력 있는 하나의 산업으로 만들어질 것이다.

철스크랩이 자급자족도 아닌데 왜 수출하느냐고 할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철스크랩 수출 가능성을 높여 제강사와 철스크랩 업계의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이 더 중요한 일이다. 수출가능성을 높임으로써 납품상의 탈제강사를 촉진시키고, 납품상 제도의 붕괴는 다시 수출가능성을 더 높일 것이다. 납품상 제도의 붕괴는 철스크랩 업계의 구조조정을 가속화시키고, 유통의 대형화와 제조업화, 산업화를 가속화할 것이다.

이를 위해 산업간 불균형을 해소함으로써 철스크랩을 하나의 산업으로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 우리나라도 철스크랩 수출시대를 대비하여야 한다. 남아도는 철스크랩이 외화를 벌어들이는 수출산업이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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