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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논단] 청산강철 국내투자와 스테인리스 산업정책
2019-07-01 07:30  l  서정헌 대표 (seo@steelnsteel.co.kr)
 
◇ 스틸앤스틸 서정헌 사장
중국 청산강철이 부산에 스테인리스 냉연공장을 짓겠다고 한다. 오랫동안 포스코와 유통 및 가공업을 하던 길산그룹이 청산강철과 공동투자를 한다고 한다. 중국 대형 철강사가 국내 철강산업에 직접 투자하는 첫 번째 사례다. 투자를 유치한 부산시는 대환영이지만, 스테인리스 선도기업이자 국내 유일한 스테인리스 열연 메이커인 포스코는 결사반대다.

중국의 진출로 우리나라 철강산업의 사양화와 구조조정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앞으로 중국 철강사의 국내시장 진출은 스테인리스만의 일이 아닐 것이다. 스테인리스는 산업적 특성 때문에 다른 철강재보다 먼저 이런 현상이 표출된 것 뿐이다. 이번 사태가 중국 철강산업의 부상과 이로 인한 우리나라 철강산업의 사양화와 구조조정의 문제를 푸는 유익한 사례가 되기를 기대한다.

청산강철의 국내투자를 보는 시각, 장단기 접근의 균형이 필요하다

청산강철의 한국시장 진출은 첫째로 청산강철의 높은 원가경쟁력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높은 원가경쟁력을 가진 청산강철이 우리나라 스테인리스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다. 포스코와 국내 스테인리스 업계는 청산의 투자가 우리나라 스테인리스 산업과 경제 전반이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스스로를 돌아보지는 않고 청산강철의 국내투자를 저지하고 자신의 기득권만 지키기 위한 엄살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둘째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국내 철강사간 갈등으로 청산강철이 쉽게 국내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국내 스테인리스 열연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포스코가 가격을 경직적으로 끌고 감으로써 포스코와 하공정간에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만약 포스코가 국내 냉연단압이나 유통 혹은 가공과 관계를 제대로 설정했다면 청산강철도 국내 투자를 쉽게 결정하지 못했을 것이다. 청산이 길산그룹과 같은 국내 투자 파트너를 선택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분위기로는 길산그룹 외 다른 냉연업체들도 기회가 주어지면 청산강철과 손을 잡으려고 하는 분위기다.

첫 번째는 청산의 국내시장 진출로 우리나라 스테인리스 산업이 빠르게 후퇴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청산강철의 국내진출이 저지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두 번째는 우리나라 스테인리스 산업의 시장구조적 문제로 청산의 국내투자가 용이해졌다는 점이다. 이 사태를 만든 국내 스테인리스 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청산강철의 국내진출만 막는 것은 과연 바람직한가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포스코 경영전략이 바뀌어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여기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장기적으로 풀어야할 우리나라 스테인리스 시장의 구조적 문제만 주장하고 단기적으로 닥쳐오는 스테인리스 산업의 사양화에 대한 대응을 외면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스테인리스 산업의 구조적 문제를 해소하면서 단기적으로 사양화에 대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어려운 일이지만 장단기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는 정교한 정부의 산업정책이 필요한 것이다.

선도기업 포스코의 경영전략부터 바꿔라. 이에 대한 정부규제가 필요하다.

포스코는 이제 스테인리스 시장에서 시장지배력으로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포스코 스테인리스 시장지배력이 탄소강만큼 강하게 작동하지 않는다. 따라서 포스코는 스스로 시장지배력을 포기하고 가격의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 국내 냉연단압밀들이 수입산 열연보다 포스코산 스테인리스 열연을 더 선호할 수 있도록 가격전략과 고객관계를 바꾸어야 할 것이다. 필자의 생각으로 포스코가 스테인리스 부문의 가격유연성을 높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가 탄소강과 스테인리스 부문을 완전히 이원화하거나 분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포스코는 스스로 하공정과 관계를 개선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냉연단압밀이나 유통과 갈등을 해소함으로써 국내 스테이리스 산업의 일관공정체계를 강화함으로써 산업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포스코가 나서 길산그룹과 관계를 재정립하여야 한다. 길산과의 관계복원이 포스코가 보여주어야 할 진정한 상생의 사례라고 생각한다. 포스코와 갈등으로 냉연단압밀이 스테인리스 열연을 수입하고 포스코는 유사한 스테인리스 열연을 수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이로 인한 높은 무역의존도는 우리나라 스테인리스의 산업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사양화 속도를 빠르게 할 것이다.

포스코 스스로 이러한 변화를 위한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이러한 변화에 대해 정부가 지도 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독점기업 포스코 경영전략에 어느 정도 개입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사태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이 정부의 몫으로 넘어가는 분위기다. 우리 정부의 철강관련 산업정책이 새로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청산의 국내투자와 정부의 산업정책 방향, 구조조정=f(연착륙, 공정경쟁)

포스코는 청산강철의 한국시장 진출로 우리나라 스테인리스 산업이 붕괴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을 따르면 청산의 국내시장 진출은 저지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포스코 주장대로 청산강철의 국내투자가 저지되고 국내산업이 보호된다면 포스코는 지금의 가격전략과 고객관계를 그대로 유지하거나 더 강화하게 될 것이다. 우리나라 스테인리스 산업의 시장구조적 문제는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결국 청산의 투자저지나 수입규제 등 국내 스테인리스 산업 보호의 혜택을 선도기업인 포스코가 대부분 가져가게 되는 것이다.

포스코 독점과 높은 시장지배력 때문에 청산과 길산이 부산에 스테인리스시장에 냉연공장을 짓겠다고 한 것인데 이러한 포스코 독점의 구조적 문제점은 전혀 해결하지도 않고 국내 스테인리스 산업만 보호하는 것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것이다. 국내 스테인리스 산업의 경착륙에 대한 우려도 중요하지만 지난 세월 우리나라 스테인리스 산업의 왜곡된 시장구조를 바로잡는 것도 장기적으로 중요한 일이다.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공정한 경쟁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공정한 경쟁을 위해서는 스테인리스 선도기업에 대한 정부의 견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선도기업에 대한 지나친 규제로 포스코 스테인리스 사업의 후퇴속도가 빨라지면 우리나라 스테인리스 산업의 사양화 속도도 지나치게 빨라질 수 있다. 우리나라 스테인리스 산업의 장기적이고 구조적 문제만 얘기하면서 닥쳐오는 산업의 위기와 경착륙에 대한 우려를 외면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 산업정책은 구조조정을 위한 공정경쟁과 연착륙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여야 한다.

이 시점에서 정부가 청산강철의 한국진출과 관련해서 어떤 정책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구조조정 방향과 속도가 달라진다. 산업정책 차원에서 정부가 선택 가능한 시나리오는 다음 4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1) 청산에서 열연 수입
(2) 청산에서 열연 냉연 수입
(3) 국내 냉연설비 청산에 매각
(4) 청산의 국내 직접투자

(1), (2)번은 수입속도를 조정하여 구조조정 속도를 조정하는 방법이다. 최근에는 청산강철 열연을 사용하지 않고는 냉연단압밀이 가격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한다. 만약 열연수입을 강력히 규제하면 우리나라 스테인리스 냉연의 경쟁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청산강철이 수입되는 길은 열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 정부가 청산강철로부터 열연수입을 규제하는 것은 상당히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스테인리스 냉연수입은 허용하면서 열연수입을 막는 것은 최악의 산업정책이 될 수 있다. 우리나라 스테인리스 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는 냉연수입은 규제하더라도 열연수입을 허용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포스코도 스테인리스 열연시장에서는 청산강철과 당당하게 경쟁할 준비를 하여야 할 것이다.

(3), (4)번은 설비투자와 관련된 선택이다. (3)번은 가장 경쟁력이 없는 국내 스테인리스 냉연설비를 청산강철에 매각하는 방법이다. 국내 과잉투자에 대한 부담을 줄이면서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스테인리스 산업이 구조조정을 유도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 방법이 가능하려면 먼저 국내 스테인리스 시장에서 승자와 패자가 나누어져야 한다. 그래야 패자를 중심으로 청산과 거래가 가능해질 것이다. 문제는 지금 우리나라 스테인리스 시장이 패자를 선택할 수 잇을 만큼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점이다.

(4)번은 청산강철과 길산그룹의 냉연공장 신규투자를 혀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지금도 과잉인데 중국 청산강철이 국내에 신규투자를 하는 것은 바람직한가 하는 의문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스테인리스 산업의 과잉도 자세히 보면 그동안 미흡한 구조조정 때문이기도 하다. 따라서 국내 스테인리스 구조조정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노력은 하지 않으면서 과잉의 문제만 주장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다는 생각이다.

길산그룹의 입장에서는 그동안 포스코와 관계에서 도저히 생존이 어렵다고 판단하여 내린 생존을 위한 최후의 선택이다. 국내 다른 스테인리스 가공업체들도 길산그룹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포스코가 스스로 전략을 바꾸지 않고 청산강철 투자로 인한 위험만 강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중국 청산강철의 진출은 국내 비효율적인 국내 시장구조를 바꿀 수 있는 가장 강력한 힘이다. 만약 청산강철이 최신의 설비로 투자한다면 국내 스테인리스 산업의 고도화에 기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상 4가지 시나리오별 영향을 분석하고 가능한 대안을 찾아본다면 (1)과 (3)이 그래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단기적으로 청산강철의 냉연투자를 열연수입으로 유도하면서 우리나라 스테인리스 산업의 사양화 속도를 조절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동시에 정부가 선도기업인 포스코 경영전략을 제한하면서 장기적으로 비효율적인 국내 스테인리스 시장구조를 바꾸는 노력을 하자는 것이다. 청산에 스테인리스 열연 수입시장을 열어주면서 국내 스테인리스 산업의 구조조정 속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구조조정 결과에 따라 노후화된 냉연설비를 청산 등 해외로 매각하는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스테인리스 산업의 연착륙을 위해 청산강철의 국내투자는 당분간 뒤로 미루고, 과잉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국내 노후 설비를 청산에 매각하는 방향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스테인리스 산업의 거품을 제거하고 과정에 가능한 빨리 승자와 패자가 결정되도록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 선도기업의 힘이 남용되지 않도록 정부가 견제하면서 공정한 경쟁을 촉진하여야 한다. 그리고 스테인리스 냉연시장의 패자를 중심으로 중국 청산강철과 설비매각이나 공동운영 등을 적극적으로 협의하는 것이다.

만약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모습을 보이면 청산강철과 길산그룹도 직접투자보다 저 비용으로 한국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더 적극적인 수출전략을 모색할 수도 있을 것이다. 청산강철이나 길산그룹 그리고 부산시가 냉연공장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포스코가 가격전략을 바꾸고, 스테인리스 가격을 수입가격과 완전히 연동시키고, 스스로 독점적 지위를 남용하지 않는다면 우리나라 스테인리스 산업의 미래를 위한 최선의 방안을 같이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포스코 전략이 바뀌고 여기에 정부가 적극적인 감독의 의지를 보인다면 청산강철과 길산그룹도 국내 투자를 당분간 재고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울러 포스코와 길산그룹의 새로운 동반자 관계도 가능할 것이다. 이 기회에 국내 스테인리스 산업에 대한 선도기업 포스코의 경영전략과 정부 산업정책이 재정비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번 청산강철의 국내 투자여부야 어떠하든 청산강철은 국내 스테인리스 시장의 내부갈등으로 큰 이득을 챙기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청산강철이 강수를 두지 않을 이유가 없다. 청산강철은 앞으로 더 적은 비용으로 우리나라 스테인리스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을 것이다. 공급과잉인 우리나라 스테인리스 시장으로 지나치게 성급하게 투자하기보다 당분간 길산그룹과 함께 적극적인 수출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부산시 입장에서도 지역도 산업은 같이 갈 수밖에 없다. 지역경제가 중요한 만큼 우리나라 스테인리스 산업경쟁력이 중요하고, 산업경쟁력이 있어야 지역경제도 희망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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