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 사이 한국 스크랩 산업은 신선한 바람이 불고 있다. 바로 젊은 층의 유입이 두드러진다는 점이다. 물론 대부분이 2세경영이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스크랩은 가장 천대받는 직업으로 여겨졌고,‘절대 자식에게는 대물림하지 않겠다’는 말이 업계 종사자의 공공연한 표현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말 그대로 격세지감을 느낀다. 최근에는 한발 더 나아가 아예 가족기업으로 진화한 사례도 눈에 띈다. 경남 양산에 있는 (주)남호(대표 김명숙)도 가능성이 있는 가족기업중 하나다. 남호는 40년 가까운 역사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최근 부각을 나타내고 있는 기업이다. 단순히 부지를 넓히고, 설비를 증설해서가 아니다. 김명숙 대표과 남용진 실장을 만나 가족이 사업을 하게 된 배경과 그들의 꿈을 들어보았다. [편집자주]

(주)남호 김명숙 대표이사
▲ (주)남호 김명숙 대표이사
Q> 우선 (주)남호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명숙 대표> 처음 이 사업을 시작한 것은 작고한 남편의 외삼촌이었고, 1981년부터니까 40년이 다 되어갑니다. 2015년 상호를 (주)남호엠텍으로 변경하면서 법인 전환을 했고, 현대제철 구좌업체가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선반설과 생철 중심으로 영역을 전문화했고, 2018년 8월 현재 부지로 공장을 이전함과 동시에 길로틴 설비를 보강했습니다. 현재 부지는 약 4,000평이고, 설비로는 선반설 압축기(원형, 사각 각 1기)와 길로틴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25톤 하이카 2대, 9.5톤 하이카 1대, 포크레인 5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Q> 사장님께서는 어떠한 계기로 스크랩 사업을 하게 되셨습니까? 또 지금은 두 분의 자제분 모두 회사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걸로 압니다. 가족경영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김명숙 대표> 시 외삼촌 회사에서 경리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때 남편을 만났습니다. 처음에는 고생도 많았습니다. 당시만 해도 스크랩에 대한 인식도 좋지 않았던 시절이었잖아요? 그래서 저 역시 두 아이가 가업을 잇는 것을 처음에는 반대했습니다. 남편이 돌아가셨을 때는 사업을 접을까도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사업을 물려받겠다는 거예요. 부모님의 피와 땀이 묻어 있는 사업을 사장시킬 수 없다는 거였어요. 둘 다 운동만 한 아이들이라서 걱정도 됐지만 믿어보기로 했습니다.(둘 다 요트선수 출신으로 둘째인 남용진 실장은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이며, 현재 부산 요트협회 이사로 있다) 큰 아이(남유진 대표)는 학생신분이었는데, 수업이 끝나면 현장에 나와서 직접 거들었고, 매우 적극적이었습니다. 벌써 7년이 됐네요. 현재는 공동 대표를 맡고 있고 결혼을 해서 며느리도 같이 근무를 하고 있습니다. 둘째(남용진 실장)도 3년 전부터 합류를 했습니다.

남용진 실장> 역할분담이 되어 있습니다. 형님인 남유진 대표는 외부 일을, 저는 내부 일을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저희의 장점은 의사결정 속도가 빠르다는 점과 말 그대로 가족 친화형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것이 회사 문화가 됐고, 그 결과 저희 회사는 이직이 없습니다.

좌 : (주)남호 남용진 실장,  우 : 남호 김명숙 대표
▲ 좌 : (주)남호 남용진 실장, 우 : 남호 김명숙 대표

Q> 국내에는 수많은 스크랩 유통 및 가공업체가 있습니다. 경쟁사에 비해 남호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무엇입니까?

김명숙 대표> 한마디로 품질입니다. 저희 선반설 압축고철의 경우 실수율이 94~95%에 달합니다. 현대제철은 매월 2회에 걸쳐 스크랩 납품상들의 샘플을 채취해서 품질검사를 합니다. 그리고 매월 한차례씩 결과를 발표하는데, 남호는 항상 1~2위에 듭니다. 보통 선반설의 경우 스케일 문제로 애를 먹고, 일부는 이 때문에 가끔 패널티를 물기도 합니다.

그런데 남호 제품은 회수율이 너무 좋다는 평가입니다. 현대제철 사보에도 이러한 내용이 실렸습니다. 저희는 당당하게 인센티브를 요구했고, 현재 현대제철이 양질의 스크랩을 납품하는 구좌업체에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가 시행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남용진 실장> 저희는 더 나아가 제품(선반설 압축) 표면에 회사 이니셜인‘N字’자를 마킹하여 납품하고 있습니다. 품질만큼은 자신한다는 자부심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인센티브 받는 것을 떠나서 회사의 명예, 나아가 직원의 자부심으로도 연결되고 있습니다.

Q> 올 4월 회사 이전과 함께 설비를 보강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배경은 무엇입니까?

김명숙 대표> 기존 공장의 경우 약 2,000평 규모였는데 부지도 협소했고, 무엇보다 골프장 입구이다 보니 차량 통행이 빈번했습니다. 자칫 사고 위험도 있고 해서 이전을 결심했습니다. 이와 이전을 하는 김에 향후 30년을 보고 입지를 물색 중이었는데 마침 지금의 공장부지가 나온 겁니다.

이곳 양산은 길로틴 모재가 다량 발생하는 지역으로 산업단지와 공장이 산재해 있고, 부산과 울산의 중간입니다. 입지적으로 모재 수급과 제품 공급에 유리합니다.

또 선반설 압축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서 길로틴 설비까지 도입하게 됐습니다. 기존에는 월 5,000톤의 선반압축이 중심이었지만 월 8,000톤의 가공 능력을 갖춘 길로틴 설비를 도입함으로써, 지역의 철 스크랩 물류와 가공의 거점 역할을 하게 됐습니다. 특히 길로틴 설비는 고속 타입이며, 안전을 감안하여 개폐형으로 만들었습니다.


Q> 사장님께서는 오랜 기간 동안 업계에 종사하신 만큼 우여곡절도 많았을 것 같습니다. 사장님께서 보시는 스크랩 산업의 매력은 무엇입니까?

김명숙 대표> 1983년경에 일본인 노부부가 우연히 저희 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재일교포 분이었는데, 일본에서 스크랩 업을 하신 분이었습니다. 차 한 잔을 대접해 드렸더니, “평생 가지고 가는 사업이 돼라.

시간이 갈수록 더 귀한 사업이 될 것이다”라고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지금에 와서 그 말뜻이 이해가 됩니다. 저는 ‘스크랩은 기초산업이고, 리사이클링 산업’이라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남용진 실장> 저 역시 입사 전까지는 몰랐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마당에 차가 많으면 국내 경기도 좋습니다. 이만큼 경기와 밀접한 사업이 또 있을까요? 또 가격이 매일 움직입니다. 마치 생물처럼 생동감이 있고, 예측불허입니다.

매일 매일이 새롭고, 경제의 최전선에 있다는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물론 저희 아버님 세대와는 시장 환경이 다릅니다. 그만큼 배울 것도 많고, 해야 할 것도 많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저에게는 매력입니다.

인터뷰중인 (주)남호 김명숙 대표
▲ 인터뷰중인 (주)남호 김명숙 대표
Q> 스크랩 유통, 가공도 차별화가 대세입니다. 경쟁사와는 어떻게 차별화를 하고 있습니까?

김명숙 대표> 우선 직원의 경쟁력 강화입니다. 직원은 재산입니다. 아직도 지방 공단은 구인난이 심각합니다. 어렵게 찾은 인재는 급여나 근무환경 등 모든 면에서 우선돼야 합니다. 회사에 애사심이 있어야 내일처럼 일합니다. 그러한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경영자의 몫입니다. 그러면 품질은 자연스럽게 뒤따라온다고 봅니다. 저희 회사는 장기 근속자가 많습니다.

두 번째는 회수율(실수율)입니다. 스크랩은 겉모습은 동일하지만 전기로에 투입했을 때 회수율은 천차만별입니다. 제품의 품질은 직원이 만듭니다. 세 번째는 투명성입니다. 제품의 투명성, 결제의 투명성 등 스크랩 산업에 대한 사회의 좋지 못한 인식을 바꾸고, 나아가 대접을 받도록 하는 것도 업계 종사자의 몫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저 업체는 믿을 수 있다’는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스크랩업계가 지속성장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사장님께서는 스크랩업계가 경쟁력 강화와 지속성장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김명숙 대표> 차별화와 같은 얘기일수 있습니다. 저는 ‘평생 공부’를 강조합니다. 주변을 살펴보면 1세대는 공통적으로 선구자로써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고생한 만큼 열매도 달죠.

남용진 실장> 저는 시장 트랜드를 읽고 거기에 적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가령 스크랩은 과거 리어카로 운반하던 시대에서 선별을 거쳐, 지금은 가공이 보편화됐습니다. 앞으로는 성분분석을 통해 용도에 맞게 가공을 하는 시대가 될 것으로 봅니다. 머지않아 스크랩업계도 개별업체가 됐건, 공동이 됐건 연구소가 필요한 시대가 올 것으로 봅니다.

Q> 최근 불우이웃돕기 등 사회 환원 활동도 활발히 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사연이 있을까요?

김명숙 대표> 아직은 부끄러운 수준입니다. 그렇지만 내가 힘든 과거를 지나왔기 때문에 없는 사람의 심정을 잘 압니다. 저 역시 과거 남에게 도움을 요청한 적이 있습니다. 너무 힘들었지만 너무 부끄러워서 기대를 하지 않고 요청을 했는데, 선뜻 적금까지 깨서 도움을 줬습니다. 아직도 그 고마움을 잊지 못합니다. 내 능력 범위 내에서는 돕고 살아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습니다.

Q> (주)남호의 금년 목표(매출 포함)는 얼마입니까? 또 장기적으로 회사를 어떻게 발전시킬 계획입니까?

김명숙 대표> 올 목표는 구체적인 액수나 물량보다 자리를 잡는 것입니다. 내년부터는 월 1만톤 납품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직원 모두가 즐거운 회사, 내집 같은 회사’를 만드는 것입니다. 겉으로 보여지는 것보다 내실을 중시하는 그런 회사로 만들고 싶습니다.

Q> 일본이나 독일, 스위스 등에는 가족기업 중에서 수백 년을 대를 잇는 세계적인 강소기업이 많습니다. (주)남호가 한국을 넘어 세계 최고의 스크랩 전문 강소기업으로 거듭나기를 기원합니다.

김명숙 대표, 남용진 실장> 감사합니다. 항상 정도를 걷고, 공부하는 기업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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