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유재혁 기자
▲ 스틸데일리 유재혁 기자
필자가 중소 및 중견 철강업체를 방문해 보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 가운데 하나가 “앞으로 뭐해 먹고 살아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이 같은 질문에 대체로 철강산업 전문 기자라는 직업 때문인지 아니면 새로운 사업이 어렵다는 선입견 때문인지 속 시원하게 대답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때로는 ‘그걸 알면 제가 이렇게 취재하고 다니겠느냐?’며 웃어 넘기곤 했다.

돌이켜보면 그만큼 판매 경쟁이 심화되고 갈수록 수익확보가 어려워지면서 철강산업에서의 탈출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나온 질문이 아니었나 싶다.

중소규모의 철강업체일수록 독자적이고 확실한 수요선 확보는 먼 나라 이야기인데다가 국내시장에서는 동종 업체간 경쟁은 물론 수입제품들과의 가격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유통시장에서는 말 그대로 가공비만 겨우 챙기는 수준의 수익만이라도 확보할 수 있으면 그나마 다행인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미 정해져 있는 비용인 가공비마저 서로 깎아가며 수주 경쟁을 해야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보니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에 따른 추가 인력 고용과 같은 현실적인 고용 및 노동 제도 변화에도 대처하기 어려운 현실에 매몰돼 있는 상황이라고 이야기한다.

가격 인상을 추진하고 있긴 하지만 인상했던 가격을 다시 뒷걸음질치게 만들 정도로 수요가 침체돼 있고 수주 경쟁도 심화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몇 년째 수익성이 낮아지고 있지만 아직 이 같은 저수익 구조를 언제 개선시킬 수 있을지 확신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이대로 가만히 있는다면 말 그대로 뜨거워지고 있는 냄비속에서 자기도 모르게 목숨을 잃어가고 있는 개구리의 목숨과 다를 바 없어질 것이 분명해 보인다.

결국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철강 대기업은 물론 중소 및 중견 철강업체들도 이전보다 더 구체적으로 장기 침체에 대비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온 것으로 보인다.

철광석을 비롯한 철강 원부자재 가격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글로벌 무역제재 강화와 수요 경기 둔화 그리고 철강 수요산업 침체와 더불어 중국의 여전히 높은 철강 생산량은 국내 철강업체들에게 새로운 준비가 필요하다는 시그널을 수년 전부터 보내 왔던 것이다.

‘기술개발을 위한 투자’ 어려운 선택이지만 소위 ‘쇳 밥’을 먹고 살아온 국내 철강업체들이 수요산업의 장기침체에도 그나마 자기 제품 부가가치를 높이고 기업을 존속할 수 있도록 만드는 원동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아직도 고민은 깊다. 과연 앞으로 철강업체들은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 지 말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혼자 힘으로는 어렵다는 것이다.

막연하지만 ‘소재 공급업체 그리고 수요업체와 공존의 방향을 함께 모색하고 경쟁력 있는 제품을 함께 개발해야 하지 않을까?’ 라고 아주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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