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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논단] 철강산업 성장단계별 정부의 역할
2019-09-02 07:43  l  서정헌 대표 (seo@steelnsteel.co.kr)
 
◇ 스틸앤스틸 서정헌 사장
철강은 성장단계에 따라 시장과 정부의 역할이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고도성장기에는 정부의 역할이 강하게 작동하다가 성숙기에 들어서면 시장의 역할이 중요시 된다. 그러다가 사양화 단계로 들어서면 또 다른 정교한 정부의 역할이 요구된다. 성장단계에 따라 달라지는 정부와 시장의 역할을 어떻게 결합하느냐에 따라 한 나라 철강산업의 승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철강은 생산중심의 경직적인 산업으로 후진이 어렵다. 따라서 철강수요가 줄어드는 사양화 단계에서는 상황이 급반전한다. 감산과 퇴출이 본격화되면서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게 된다. 이러한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정부의 선제적 대응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 철강관련 산업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은 사양화 속도조절을 위한 연착륙과 효율적인 구조조정이라고 생각한다. 철강은 규모의 경제가 강하게 작동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투자와 규모 그리고 시장지배력을 중요시 한다. 공업화를 추진하는 고도성장기에는 선도기업이 존재하는 독과점적 시장구조가 일반적이다. 정부가 선도기업을 우선적으로 지원함으로써 철강산업의 양적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다.

선도기업의 힘이 강화되는 고도성장기에는 선도기업의 경영전략이 정부 산업정책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때로는 정부가 하여야 할 산업정책까지 선도기업이 주도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 철강산업 성장과정에서도 포스코 경영전략이 정부 산업정책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철강은 고도성장기를 지나면서 자급자족되고 수출입이 본격화된다. 수출입이 늘어나면서 철강산업의 국제경쟁력이 중요시 된다. 고도성장기에는 시장지배력이 철강사 경쟁력을 결정하였다면 성숙기 이후에는 시장적응력이 국제경쟁력을 결정한다.

그러나 철강은 시장적응력을 높이는 데 많은 걸림돌이 있는 산업이다. 철강사의 시장적응력을 높이고 성공적으로 구조조정을 하기 위해서는 철강시장에 공정한 경쟁이 작동하여야 한다. 그러나 철강은 산업의 특성상 공정한 경쟁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우리나라 철강산업 역시 성숙기 이후에도 포스코 중심의 독과점적 시장구조가 계속 유지되었고 우리나라 대표적인 재벌그룹에 속한 현대제철의 등장으로 시장의 효율성이 훼손된 측면이 있다.

지금 우리나라 철강산업은 갑자기 너무 빠른 속도로 경쟁으로 내몰리고 있다. 중국의 부상과 현대제철의 고로진입으로 빠른 속도로 경쟁적 시장구조로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시장으로 편입되면서 우리나라 철강재 가격이 국내 철강재 수급에 의해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중국가격에 의해서 결정되는 구조가 되고 있다. 지금은 중국 철강가격이 바로 우리나라 철강가격의 기대심리를 결정한다. 철강가격의 변동 폭이 커지면서 국내 철강산업의 모든 주체들이 직면하는 위험비용이 증대되고 있다.

탈제조업화로 국내 철강수요가 위축되고 중국산 철강재 수입이 증가하면서 우리나라 철강산업이 사양화 국면으로 들어서고 있다. 철강사보다 약자 위치에 있는 철강유통이나 가공업은 이자도 보상받기 어려운 최적수익으로 내몰리고 있다.

철강은 사양화 되더라도 최소산업규모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국내 철강산업이 너무 빨리 퇴출하면 지나치게 수입 철강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수입 철강재와 협상력이 약화되면서 수입 철강재에 의존하는 철강수요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결국 철강과 철강수요산업 모두 사양화 속도가 빨라지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철강산업 경쟁력은 선도기업에 의해서 과대평가된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 철강산업이 사양화 국면으로 들어서면 사양화 속도는 예상보다 더 빠를 것이다. 인접한 중국과의 국제분업구조까지 고려한다면 우리나라 철강산업은 경착륙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철강은 연착륙을 위해서 먼저 철강사간 공조를 통해 감산을 추진하다가 불가피한 상황이 되면 구조조정을 시작한다.

사양화 국면에 들어서면 개별 철강사의 노력보다 정부의 역할이 더 중요시 된다. 고도성장기보다 더 정교한 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고도성장기에는 양적성장을 위해 철강산업에만 집중할 수 있지만, 사양화 단계로 들어서면 철강과 철강수요산업 그리고 거시경제까지 모두 고려하는 넓은 시각의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나치게 사장논리가 강조되면서 산업정책 역량이 약화된 측면이 있다. 정부개입은 무조건 나쁘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철강관련 정부의 산업정책도 후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제 정부가 개입하여 왜곡된 시장을 복원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우리 정부의 철강 산업정책 역시 철강시장을 왜곡시키기보다 시장의 비효율성을 완화시키는 방향으로 역할을 하여야 할 것이다.

정부가 산업정책을 주도하지만 정부 스스로 철강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정부는 민간부문의 철강 전문성을 적극 활용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 민간부문 철강산업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철강업계도 스스로 논리를 만들어 정부를 설득하는 정치력을 발휘하여야 한다.

한국 철강산업은 포스코와 현대제철 양대 축으로 재편되고 있다. 우리나라 철강 선도기업들이 철강산업의 미래를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정부 산업정책이 선도기업의 낙관적인 시각에 의존할 경우 철강산업 사양화에 대한 인식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 정부의 철강산업 사양화에 대한 현실인식과 산업정책 역량은 아직 미흡한 수준에 있다고 생각된다. 철강관련 산업정책의 많은 부문을 선도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이 더 큰 문제다. 선도기업에 끌려가는 산업정책으로는 철강산업 사양화 대응이 불가능하다. 이제 정부 주도의 산업정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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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헌 대표  seo@steelnstee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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