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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논단] 중국 철강산업의 야심
2019-11-08 07:31  l  유승록 포스코경영연구원 자문역 (srryu@posri.re.kr)
 
◇ 포스코경영연구원 유승록 자문위원
한국의 스틸앤스틸, 중국의 마이스틸, 일본의 철강산업신문이 공동으로 주관한 제 9회 아시아 철강포럼이 지난 9월 18일부터 19일까지 2일 동안 중국 상해에서 개최되었다. 이 행사에는 한국, 중국, 일본 뿐 아니라 동남아, 인도의 철강 전문가들까지 참여하여 다양한 주제에 대해 발표하였다.

이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중국 철강산업과 관련한 최근의 정책과 전략 변화에 대한 것이었다. 세계 철강 생산과 수요의 50%를 차지하는 막강한 시장지배력을 이용하여 철강시장 뿐만 아니라 원료시장까지도 쥐락펴락하고 있는 중국 철강산업 정책과 전략 변화는 세계 철강산업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하다.

특히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장 가깝고 산업 및 무역의 상호 의존도가 높은 한국 철강산업은 직접적인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한국 철강산업의 생존 자체를 위협할 수도 있고, 여타 잠재시장을 잠식할 수도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중국 철강산업의 전략 변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한국 철강산업이 새로운 도약의 기회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철강과 수요 산업 전체 산업생태계의 경쟁력 강화 도모

금번 포럼에서 중국철강공업협회의 부회장은 ‘현재 중국 경제는 경쟁력 있는 산업생태계(chain)의 건설이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철강산업은 기반산업으로서 전체 생태계를 고려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철강산업은 과도한 수익성을 달성하는 것보다는 가격을 적정 수준에서 유지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새로운 이념과 발전 Rule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철강산업을 대표하는 철강공업협회의 부회장이 타산업을 위해서 일견 철강산업을 희생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표는 다소 의아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생각하면 핵심 소재의 공급원으로서, 그리고 국가 경제 기반산업으로서 철강산업의 중요성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한 미래 중국 경제 및 제조업 전체의 경쟁력을 위해서 철강산업에 새로운 역할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중국 제조업은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많은 제조업들이 임금상승에 따라 경쟁력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해외투자기업들은 이미 저임금을 쫓아 동남아로 철수하였다. 동시에 미중 무역마찰은 수출마저 어려운 상황으로 몰고 가고 있다. 중국 경제는 외부로부터의 압력과 내부 경쟁력 약화를 모두 해결해야만 하는 소위 ‘내우외환’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 및 산업구조의 고도화 이외에는 달리 해결방안을 찾기 어렵다. 철강공업협회 부회장의 주장은 이와 같은 중국 경제 및 산업의 현실과 맞닿아 있는 것이다. 앞으로 중국 철강업체들은 우선적으로 수요산업의 고도화에 부응하여 고급강 개발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 철강가격 인상에 매우 인색할 수 있기 때문에 생산성 향상, 효율성 증대를 위해 확장 투자보다는 조업경쟁력 향상을 위한 효율성 투자를 동시에 추진할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철강업 정책과 전략이 성공한다면 철강재를 주요 소재로 사용한 수요산업의 경쟁력도 빠른 속도로 향상될 것이다. 우리나라의 입장에서는 매우 우려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전기로 확대로 새로운 도약

환경문제는 중국 철강산업이 해결해야만 하는 난제의 하나이다. 중국 정부가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구형설비 폐쇄, 설비가동중단 등 강력한 정책을 추진하여 왔으나 여전히 완전한 해결을 위해 가야할 길은 아직 먼 것으로 보인다. 관련하여 금번 포럼에 참여한 대부분의 중국 철강업계 전문가들은 ‘중국 철강산업에 있어서 환경문제는 부수적인 것이 아니라 생존과 직결되어 있는 핵심 문제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환경문제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환기시켰다.

중국 정부는 기존의 환경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감과 더불어 근원적인 해결책으로서 최근에는 ‘전기로’ 건설 확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공신부는 전기로 비중을 2025년 30%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2016년 중국의 전기로 생산비중이 6.3%에 불과하였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중국의 정책목표는 일견 달성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2017년 전기로 생산비중이 전년에 비해 3%p 상승한 9.3%에 달하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충분히 달성 가능한 목표라고 할 수 있다(참고로 2017년 세계 평균 전기로 생산비중은 28%였다). 동시에 전기로의 원료인 고철 발생량이 중국내에서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도 이 목표의 실현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중국 철강업계 전문가는 향후 전기로는 대도시 인근에 건설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친환경적이며 고철의 수집이 용이할 뿐만 아니라 물류 등의 측면에서도 유리한 면이 많기 때문이다. 만약 전기로 비중 30%에 이르게 되면 2018년 기준으로 전기로에 의한 강재생산은 2억 5천만 톤에 달하게 된다. 만약 전기로 건설과정에서 기존 설비의 폐쇄가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게 되면 과잉능력은 더욱 증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세계 고철시장과 철광석 및 석탄 등 원료 시장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에 대한 대비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철강설비엔지니어링 업체들에게는 새로운 사업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동남아 철강산업 석권 야욕

동남아가 중국의 바통을 이어 새로운 성장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그러나 동남아 국가들은 철강 수요의 많은 부분을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특히 산업이 발전하면서 고급 철강재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나 이러한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고로일관제철소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2개국만 보유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수년 내에 동남아지역에서 고급 판재류 생산이 가능한 고로 일관제철사업은 중국 철강업체들의 앞마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일대일로라는 중국 정부의 야심찬 계획을 등에 업은 중국 철강업체들이 거의 모든 동남아 국가에서 대규모의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하여 금번 포럼에서 동남아 철강협회 사무총장은 ‘현재 많은 대규모 일관제철 프로젝트가 동남아 대부분의 국가에서 추진되고 있다. 이 중 최대의 투자자는 중국 철강회사이다’라며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현재 중국의 Eastern Steel, Alliance Steel, WenAn Steel의 3개 회사는 말레이시아에서 총 20백만 톤에 이르고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Hebei Bishi Group과 PT Dexin Steel이 6.5백만 톤의 프로젝트를, 필리핀에서도 HBIS Steel Asia JV, Panwa Group이 18백만 톤, 캄보디아에서는 Baowu Steel이 3.1백만 톤의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다.

만약 이러한 중국 철강회사들의 투자계획이 실현될 경우 동남아 철강시장은 중국 업체들의 내수시장으로 전락할 것이 분명하다. 이러한 투자계획으로 조만간 동남아지역에서도 과잉투자에 대한 문제가 수면위로 부상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지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국내 철강회사들은 대규모 수출시장을 상실할 지도 모른다.

중국 철강산업은 커다란 변혁기를 맞이하고 있다. 성장 일변도의 시대가 끝나고 저성장이라고 하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철강산업의 역할과 비전에 대한 새로운 요구가 다양한 곳으로부터 분출되고 있다. 중국 정부와 철강업체들은 이러한 상황의 변화와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새로운 정책과 전략을 수립하여 추진하고 있고, 실제로 그 결과가 하나 둘 실현되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 차원에서 다시 한 번 이러한 중국 철강산업의 변화를 면밀히 분석하고 보다 적극적인 대응책을 강구해 나가야 한다. 중국 철강업체들이 한국 시장을 더 이상 잠식하지 못하도록 하는 전략은 무엇인지, 중국의 전기로 확대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지, 동남아 시장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등에 대해서 심각한 고민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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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록 포스코경영연구원 자문역  srryu@posr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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