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앤스틸 김홍식 부사장
▲ 스틸앤스틸 김홍식 부사장
지난 한해 모든 철강사들이 줄기차게 얘기한 것 중 하나가 ‘수익성 중심 경영’이었다. 비단 우리뿐만이 아니라 세계 모든 철강사들의 공통된 슬로건이었다. 그런데 결과는 달랐다. 한국과 중국, 일본을 대표하는 철강사와 세계 최대 철강사인 아르셀로미탈의 영업이익률 추이를 살펴보니 포스코가 세계 최고다. 기쁜 소식이다. 연결기준으로 포스코는 6%, 일본은 3~5%대, 중국은 3~4%대, 미탈은 1%대다.

국내업체만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전반적으로 수익률이 떨어졌지만 특기할만한 점은 포스코와 타 기업 간 이익률 격차가 더 벌어졌다는 점이다. 3분기 단독기준으로 보면 포스코는 8%대, 현대는 0.8%, 동국제강은 4%대, 세아베스틸은 1%대였다.

수익성 하락의 근본 원인은 경기침체다. 미-중 패권경쟁에 따른 무역 갈등, 한-일 문제, 날로 심화되는 보호무역주의와 통상마찰 등, 경기회복의 발목을 잡는 요인은 너무도 많고, 단기간에 개선 여지도 희박해 보인다. 주목할 점은 특정산업, 가령 자동차나 조선 등의 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하락 폭이 컸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경기 사이클이나 인구론 적 측면, 미-중 갈등 등을 감안할 때 향후 세계 경제는 2~3년간은 침체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 말은 특정산업의 호불황에 따라 관련업체의 실적 또한 연동하여 등락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 기간 포스코는 최소한 6%대 영업이익률은 유지할 것으로, 일본 고로사는 3~4%, 중국 고로사는 -1~2% 영업이익률을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 포스코의 수익성이 좋다는 얘기는 자의적인 해석일수 있다. 그러나 어찌됐건 경쟁사보다 월등한 수익률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어떻게 이런 결과를 낼 수 있었을까?

첫 번째는 오랜 노력의 결과물이다. 포스코는 90년대 들어 PI를 시작으로 ERP, 솔루션 마케팅 등 다양한 노력을 해왔다. 그 결과 원료 구매, 원자재 장입 비율, 출선율 등 쇳물공정에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포스코가 제선과 제강 부문에서 경쟁사 대비 2~3% 높은 원가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은 모두가 인정하는 바다.

두 번째는 현대가 고로시장에 진입하면서 내수시장에서 밀려났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전략 품목을 확대하고 국내외 네트워크를 확대한 것이 역설적으로 전화위복이 됐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최정우 회장 취임 이후 국내외 비 수익성 사업을 매각한 점도 기여를 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대제철의 실적은 왜 급락했을까? 표면적으로 드러난 이유는 특수강부문 적자 확대 때문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모기업인 자동차 실적 부진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과거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올렸을 때 배경이 차 강판 판매호조(정확하게는 원가 인상)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자동차강판은 2017년 이후 한 번도 인상되지 않은 반면 이 기간 원자재 가격은 배 이상 올랐다. 원가는 크게 올랐는데 제품가격은 제자리를 걸었으니 수익성이 악화된 것은 당연한 결과다.

두 번째는 단기 전략의 실패, 즉 가격정책의 실패로 보인다. 특히 봉형강류 제품에 대해 실수요가와 협상이나 가격정책은 유통과 실수요가 모두에게 불신감만 심어준 결과를 낳았다. 세 번째는 보다 장기적으로 차 강판 외에 확실한 성장전략이나 효자 품목 부재를 꼽을 수 있다. 더욱이 자동차강판의 칼자루는 현대기아차가 쥐고 있다 보니, 처분만 바라는 형국이다.

일부에서 지적하는 ‘캡티브 마켓(Captive Market)의 네거티브 효과(Negative Effect)’도 이 때문이다. 현대기아차가 고속성장을 이룰 때는 긍정적인 효과(Positive Effect)를 보였던 것이, 모기업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부정적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적벽대전에서 제갈공명과 주유가 조조의 백만 대군을 물리친 ‘연환계’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게까지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원고를 쓰고 있는 현재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아직 금년도 사업방향을 발표하지 않았다. 그러나 장기 전략은 양사 모두 발표를 한 상태다. 공통적인 부문은 수익성이 나지 않는 사업은 과감하게 정리를 한다는 점이다. 포스코의 경우 이미 실행에 들어가 어느 정도 가시적 성과를 거둔 상태인데 추가로 포스코 플랜텍과 순천 마그네슘 공장 매각을 추진 중이다. 베트남에 투자한 SS VINA 역시 철근부문은 베트남 기업에 매각하고, H형강 부문은 일본 야마토 그룹의 지분 참여를 통해 규격 다양화(주로 소형 규격)를 추진하고 있다. 더 나아가 2차 전지 등 신성장 사업은 투자를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현대제철은 구체화된 것은 없지만 시중에는 일부 사업부문을 정리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고 있다. 만약 이 소문이 사실이라면 현대제철은 전 품목을 생산하는 제철소에서 자동차 중심의 제철소가 되는 셈이다. 이러한 행보 역시 수익성 확보를 전제로 한 선제조치다. 수익성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양사 모두에게 아쉬운 점도 있다. 우선, 너무 수익성 중심으로 가다 보니, 정책의 일관성이 예전에 비해 떨어졌다는 평가다. 정책의 일관성은 메이커와 유통간, 메이커와 실수요간 신뢰와 충성도 문제와 직결된다. 10원짜리 동전을 만드는데 원가가 20원이 넘는다. 수익만 따진다면 10원짜리 동전은 아예 만들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누군가는 10원짜리 동전을 만들어야 한다.

포스코는 동반성장을 강조하고 있다. 또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등대기업’으로 선정되었다. ‘함께(with)’라는 표현에는 ‘신뢰’가 밑받침이 돼야 한다고 본다. 이를 감안한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현대제철의 경우 정확한 방향성과 정체성을 찾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현대제철의 딜레마는 현대제철의 존재 이유가 현대기아자동차를 위한 것인지, 세계적인 차강판 업체로 성장인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가령 차강판 1,200만대 생산체제 구축이라는 목표는 현대기아차 성장 전략과는 별개로 실현 가능할까라는 생각이다.

또 하나는 ‘현대다움’을 찾는 것이다. 40대 이상의 직장인들에게 현대의 경영스타일은 한마디로 ‘안 되는 것도 되게 한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현대다움, 현대만의 컬러가 빛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현대는 어려움을 떨쳐내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한 기업이다. 굳이 포스코와 현대를 거론하는 이유는 이 두 회사가 한국을 대표하는 선도 기업이고, 양사의 정책이 한국 철강산업 전반, 나아가 수요산업에까지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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