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관업계가 올해도 계속해서 내수부진이라는 소리를 하고 있다. 건설시장 및 조선시장 부진 등으로 판매가 좋지 않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그렇다면 내수가 정말 줄었을까?

한국철강협회 통계를 보면 내수 판매량은 생각과는 달리 월평균 27만톤으로 예년과 비슷하다. 업계의 말대로라면 판매량이 감소해야 하는데 통계는 이와 상반되는 지표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강관업계가 앓는 소리를 한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상황을 좀 더 살펴보면 그렇지만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요인은 몇 가지를 들 수 있다.

그 이유중 첫째는 업체들의 설비증설이다. 10여 년 전부터 현재까지 강관 제조업체들은 구조관, 배관재 등 지속적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해왔다. 공급량은 늘어난 반면 수요는 그대로다보니 업체당 판매량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것이 저가판매로 이어져 실적 악화를 불러오고 있다.

둘째는 로컬수출량이다. 로컬수출은 상사, 건설사 등을 통해 해외로 간접 수출하는 물량으로 업체에 따라 내수에 또는 수출에 포함시킬 수 있다. 철강협회 통계를 보면 지난해 유정용 및 송유관 7만톤 가량이 내수에서 소진됐다. 유정용 및 송유관 대부분이 수출물량임을 감안하면 이는 로컬수출 물량일 가능성이 크다. 이들 외에 다른 품목의 로컬수출량을 감안하면 내수판매량은 협회 통계보다 적을 가능성이 크다.

셋째는 낮은 재고다. 최근 들어 수요가들이 내수 재고를 낮은 수준으로 가져가고 있다. 예년 같으면 평균 한 달 반에서 2개월까지 재고를 유지해왔지만 최근에는 한 달에서 한 달반으로 줄어들었다. 재고를 적게 가져가고 스팟 물량을 확대하다보니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판매량이 줄었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넷째로는 상품판매다. A라는 업체가 B라는 업체에서 제품을 사서 판매했는데 A사, B사 모두 판매량에 포함시킬 경우, 통계에 중복으로 집계될 수밖에 없다.

이 같은 요인을 놓고 보면 강관 제조업체들이 말하는 내수부진은 당연한 것으로, 문제는 이 같은 상황이 적어도 올 상반기에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건설, 조선 등 수요산업이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지금과 같은 내수부진이 내년에도 계속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내년에는 통계지표에서까지 내수부진을 보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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