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최양해 기자
▲ 스틸데일리 최양해 기자
2020년 1월 25일, 석 달간 입법예고를 마친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이 시행됐다.

무언가 적잖은 변화가 생길 것 같았고, 그러길 바라는 이들도 많았다. 그러나 아직까지 실효성은 크지 않은 상태다. 저마다 입맛에 따라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을 뿐 애당초 기대했던 효과는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지 않다.

이해당사자 중 하나인 샌드위치패널업계와 국토부의 협의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최소 두께(0.5mm 이상)와 도금량(GI 기준 180g/m² 이상)에 관한 기준은 둘째 치고, 불에 타는 정도를 시험하는 방법과 적합한 충진재를 인정하는 기준 등을 두고도 의견조율이 한창이다.

어찌됐든 개정된 규칙이 시행됐음에도 불구하고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건 개정안의 적용 범위가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최소 두께 및 도금량 기준이 강화되긴 했지만 현재로서는 비교적 화재에 취약한 제품인 ‘난연재(난연 3급)’만 이 기준을 적용받고 있다. 이보다 화재 예방 성능이 뛰어난 준불연재(난연 2급)와 불연재(난연 1급)는 논외다.

현 시점에서 법안의 개정 취지를 고려하면 준불연재와 불연재까지 법적 구속력을 확대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굳이 비유하자면 지금은 한 손으로 세 개의 구멍을 틀어막으려 하는 것과 같다.

일각에서는 두께와 도금량에서 제조원가를 절감한 준불연재 제품이 난연재와 비슷한 가격에 팔리는 경우까지 나오는 것으로 전해진다. 법망의 허점을 이리저리 피해보려는 움직임도 다수 포착된다.

물론 국토부와 철강업계에서도 지속적인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최소 두께 및 도금량 기준을 상위 제품까지 적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건축물 마감재료의 난연성능 및 화재 확산 방지구조 기준>의 재행정예고를 추진 중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난연재에만 적용되고 있는 최소 두께 및 도금량 기준이 준불연재와 불연재까지 확대되게 된다.

관건은 법안 시행 시점과 지속적인 사후 관리다. 이전에도 철판의 두께와 도금량에 관한 기준은 KS 규격으로 명시된 바 있다. 다만 법적인 강제성이 없었고, 수요가들의 원가절감 경쟁 분위기에 휩쓸려 저품질 제품이 더욱 위력을 떨쳐왔다.

법안을 마련하고도 적절한 감시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 없다. 명확한 기준 못지않게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

샌드위치패널 업계에도 청하고 싶다. 이제는 산업 경쟁력과 사회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결단을 내려주길 바란다.

화재에 취약한 EPS(스티로폼) 심재는 이미 오래전부터 안전성 이슈가 대두됐고, 두께와 도금량에 대한 기준도 명확한 기준이 필요한 상황이었지 않는가. 이야기가 나온 시점부터 보면 대응에 충분한 시간까지 있었다고도 생각한다.

관성적인 행태와 영세함에 호소하는 건 갈수록 설득력을 잃고 있다. 평행선을 달려온 건축법 개정이 합을 이룰 수 있도록 관련 업계의 대승적인 협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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