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김정한 건설강재사업부장
▲ 현대제철 김정한 건설강재사업부장
최근 철근 분기 고시가격과 최저 마감가격 대비 시중 유통가격 간의 갭이 커지고 있다. 특히, 유통업체의 가공 턴키수주 할인은 마지노선을 넘어서 시장을 교란하는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국내 봉형강 시장 선도기업인 현대제철은 시장을 어떻게 풀어나갈 생각인지 올 초부터 현대제철 건설강재사업부의 지휘봉을 잡은 김정한 사업부장(상무)를 만나 전반적인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정한 사업부장은 “건설산업과 직결되어 있는 철근, 형강 등 봉형강 시장은 건설경기 악화에 따라 늘상 어려움에 처하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특히, 최근 시장 상황은 코로나19와 관련해서 그 동안의 악순환이 심화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어 매우 안타까운 실정이다. 시장 선순환을 위한 묘안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운을 띄웠다.

김정한 사업부장은 시중 유통가격 하락의 근본적인 원인을 익월말 결제라는 거래구조와 일물일가에 준하는 가격구조, 소급할인을 바라는 유통대리점의 기대심리 등 다양한 문제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원칙마감과 소급할인 불가 방침을 재차 강조하며, 저가 재유통 업체와 이와 얽힌 1차 유통업체들의 부실화는 스스로의 몫이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물량 확보를 위한 저가 수주’ 문제에 대해서도 추가적인 방안을 제시했다. 현대제철은 오는 4월부터 저가로 형성되는 가공 수주 및 프로젝트 일괄 수주를 중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제강사들이 고지한 최저 마감가격보다 낮게 형성되는 수주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철근 시장의 오랜 관행인 후정산과 소급정산에는 제강사의 책임도 일부 부인할 수 없다며, 추후 시장이 안정화되고 나면 거래방식의 변화를 위한 카드도 꺼내 들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하는 인터뷰 내용 전문이다.

Q. 최저 마감가격과 시중 유통가격 간의 괴리가 생기는 근본적인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A.(김정한 사업부장) 익월 말 결제라는 거래구조와 일물일가에 준하는 가격구조, 이로 말미암아 소급할인을 바라는 유통대리점의 기대심리 등 다양한 문제점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본다.

특히, 소위 ‘나까마’라고 불리는 저가 재유통 업체들이 시장에 난립해서 가격을 교란하고 있다. 아울러 저가 수주를 받아놓고서 향후 제강사에게 가격 보전을 요구하는 유통업체와 과거 일부 소급을 보장했던 관계가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올해 현대제철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는 판단이다. 유통단계를 거치면 거칠수록 판매가격이 떨어지는 비정상적인 시장을 더 이상 인정할 수는 없다.

정상적인 과정이라면 비용이 발생할수록 판매 가격도 올라가야 하는데 현재 철근 시장은 거꾸로 가고 있다. 단편적인 예로 제강사의 제품이 최종 소비자에게까지 전달되는 데까지 7단계를 거치는 경우도 봤다. 단지 매출확보를 위해 저가에 제품을 넘기면서 손해를 분산하는 식이다.

Q. 앞서 언급한 근본적인 문제들을 해결하지 않으면 향후 똑같은 문제들이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이는 데 어떻게 대응할 방침인가?
A. 일단 가장 문제가 되는 저가 재유통 업체들이 매출을 달성하기 위해 제품을 싸게 내놓는다는 점이다. 그런데 저가 유통 업체에게 누가 저가 제품을 제공하느냐를 파악해보면 제강사에게 물건을 받는 1차 유통업체가 대부분이다.

1차 유통업체가 저가 재유통 업체에게 제품을 제공하는 이유도 저가 재유통 업체들과 같다. 당장 매출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런 식의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결국 부실화되는 것은 1차 유통업체다.

업계 관계자들 대부분이 올해 경기를 상당히 좋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고 덩달아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나아가 코로나19로 인해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마당에 매출 우선주의, 이기심, 조급함 등으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문제들을 제강사가 보전해줄 여력이 없다.

당사 또한, 철강업 부진으로 사업 구조조정에 들어가 있는 실정이다. 유통업체 또한, 구조조정 등 사업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

앞으로 유통업체들의 부실화되는 건 온전히 1차 유통업체들이나 저가 재유통 업체들의 몫이 될 것이다. 특별한 변동요인이 없는 이상 계속해서 최저 마감가격으로 계산서를 발송할 방침이다.

Q. 작년 이맘때에도 원칙마감을 강조한 바 있다. 작년과 올해 원칙마감이 주는 무게가 다른 것 같은데 어떤 차이가 있나?
A. 작년과 올해는 시장 상황이 많이 달라졌고 이에 따라 원칙마감에 대한 기조도 훨씬 강해졌다. 작년에는 수요도 올해보다 훨씬 많았고 마진 확보도 평년수준을 유지했던 반면, 올해는 막대한 손실을 감내하면서 판매할 여력이 없다.

대표적인 게 감산이다. 수요가 감소함에 따라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매월마다 7일~8일씩 감산을 진행하고 있다. 당사 입장에서 성수기의 시작인 3월에도 감산을 결정했다는 건 정말 큰 결심이다.

감산을 진행하면서 시장안정을 위해 약 200~300억 원의 막대한 비용을 지불한 셈이다. 이렇게까지 해서 시장을 유지하고자 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매출만 챙기기 위해 저가 제품을 제공하는 이기적인 관행을 이해할 수 없다.

상생을 위해 현대제철 내부적으로 설비 구조조정까지 고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계속 시장을 흔드는 행위를 앞으로는 절대 인정하지 않을 방침이다. 원칙마감을 계속 진행하면 유통업체의 부실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점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다.

Q. 시장에서 유통되는 철근 중 약 10%~20%에 달하는 저가품이 시장 전체를 흔드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시장구조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A. 시장구조 개선의 일환으로 당사는 감산도 하고 판매 계획도 하향 조정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원칙마감을 강조하고 소급할인도 불가하다는 입장을 재차 밝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매출만이라도 챙겨야겠다는 이기주의와 더불어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물량을 잡으려고 하는 일부 유통업체들의 영향력이 시장에 미치면 일반적인 가격으로 굳어버리는 형국이다.

이에 대해 현대제철은 절대적으로 원칙마감을 준수할 것이고 소급할인이 불가하다는 점을 한 번 더 강조한다. 만약 일부 경쟁사들이 저가로 물량을 판매하는 일이 벌어지더라도 지금과 같은 기조를 계속 유지할 예정이다. 현대제철 유통 대리점들도 이러한 점을 인지해주셨으면 하고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 드린다.

추가적으로 가공수주, 프로젝트 일괄 수주 등 저가 수주의 온상인 ‘물량 확보를 위한 저가 수주’를 일체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해서 4월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Q. 작년 가공수주 중단 선언과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A. 작년에는 유통 가공수주에 대해서만 강력하게 제어를 했고 실수요에 대해서는 느슨했지만 올해는 유통이나 실수요 모두 중단할 것을 검토 중이다. 물론 당사 마감 고지가격을 충족하는 정상 가격으로 수주할 경우에는 예외다.

Q. 건설사들이 서비스 후퇴에 대한 불만을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A. 가공수주는 과거 건설사에서 진행했던 철근 가공을 제강사가 대행했던 것이다. 오히려 제강사가 대행료를 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서비스 개념으로 시행했던 부분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서비스 후퇴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고 있진 않다.

저가 가공수주가 정상적인 가격을 해치고 시장의 혼란을 야기하는 상황에서 이번 중단 검토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수주 공백에 대한 부분도 감수하겠다는 각오다.

Q. 원칙마감을 통해 고통 받을 관계자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A. 당사도 같은 입장에서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다. 감산과 판매 축소로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시장을 유지하겠다고 했는데도 시장 정상화가 되지 않으니 손해를 보면서까지 해보겠다는 각오다.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고 보고 있다. 이전에 소급했던 것도 유통이 원하는 만큼 못해줘서 불만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제는 그것마저도 해줄 여력이 없다.

이번을 계기로 저가 수주를 통해 매출규모를 대형화 해왔던 유통 관행에서 벗어나길 진심으로 바란다. 기존 관행의 유지는 부실화를 앞당길 뿐이다.

Q. 철근 시장의 오랜 관행인 후정산 거래방식도 큰 문제로 지목되고 있다. 이를 바꿀 생각은 없나?
A. 순차적으로 생각해야 할 문제다. 과거의 후정산과 소급정산의 관행에는 제강사의 책임도 일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일단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추후 2단계, 3단계 업그레이드된다면 그때 후정산 거래방식의 변화라는 카드를 꺼내 들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Q. 올해 봉형강 수요는 어떻게 예상하나?
A. 연초에는 H형강의 경우 260만~270만, 철근은 970만~990만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가 가장 큰 변수다. 언제부터 진정되고 다시 산업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느냐에 따라서 수요도 변화를 겪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당장 예단하기는 무리가 있다.

상반기 분양계획을 뒤로 미루는 건설사가 속속 등장하고 있고 건설사 측에서는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연기하자는 건의도 있는 것으로 보아 4월 이후 수요가 의외로 괜찮아질 수 있기 때문에 아직 정확한 판단을 내리기는 이르다.

반대로 만약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심해진다면 돌발변수가 항상 존재하는 격이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움직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건 유통업체 입장에서도 마찬가지 일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수적으로 움츠려야 할 시기임에도 저가나 수주 판매에 사활을 거는 업체는 스스로 손실비용 감내해야 할 것이다.

Q. H형강 부문은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 방침인가?
A. H형강도 철근과 일맥상통하다. 4월부터 프로젝트 일괄 수주를 중단하고 원칙대로 마감을 진행해서 시장을 안정화 시킬 방침이다. 철근과 마찬가지로 정상 가격 수주는 예외다.

Q. RH+ 활성화는 어떻게 진행 중인가?
A. 개별 설계를 확대하면서 점차 활용처를 늘려나가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기존에 추진했던 KS인증은 경쟁사와 건자회 등의 반대 의견으로 진행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가격이나 공급조건 개선 등을 제안했지만 막무가내로 반대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안타깝기 그지없다. 국내 H형강 시장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보면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KS인증을 받으면 활성화가 빠르겠지만 결과적으로 합의점이 없어져서 독자적인 시장을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단 KS인증 추진을 중단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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