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연 유통업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3월 중순으로 접어든 지금까지도 국내 완성차 메이커의 생산라인이 쉬이 정상 가동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설비 자체는 돌리고 있지만, 가동률 자체가 코로나19 확산 이전보다 확연히 떨어진다는 평가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1~2월 국내 생산된 자동차는 전년 동기간 대비 27.9% 급감한 44만 810대로 집계됐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주요 5개사가 모두 두 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했다. 중국산 수입 의존도가 높은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생산차질을 겪은 것.

3월에도 상황은 썩 나아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이어지며 내수 침체와 수출 부진 이중고를 겪고 있다. 생산라인도 여전히 느슨하게 돌아가고 있는 상태로 전해진다.
자료: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 자료: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자동차 연계물량을 쥐고 있는 냉연 코일센터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미 지난달부터 재고 처리 문제를 두고 고민을 거듭해왔지만, 뾰족한 수가 없는 분위기다.

냉연 코일센터 관계자는 “한 달에 평소 70톤을 가져가던 완성차 협력사가 최근에는 10톤만 가져가는 상황이다. 10톤을 더 얹어 20톤을 가져가라고 요청해도 그럴만한 여력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고 전했다.

업계에 따르면 주요 완성차 협력사들은 보통 15~30일 물량을 자체 재고로 확보하고 있다. 그런데 완성차 메이커의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면서 당초 예상했던 재고보다 많은 양을 확보하게 된 셈이 됐고, 이것이 곧 냉연 제품 주문 감소로 이어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동차 연계물량을 취급하는 모 코일센터는 최근 자동차용이 아닌 다른 냉연 제품을 할인 판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메이커로부터 받는 인센티브 마진을 최소화하면서까지 창고 재고 수준을 적정하게 유지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소규모 물량을 판매하는 2차 유통업계도 울상이다. 자동차와 가전사 물량을 주로 납품한다는 2차 유통업체 관계자는 “수익성을 고려하면 한 달에 팔아야 할 마지노선은 100톤이다. 그런데 1월에 50톤, 2월에 30톤밖에 팔지 못했다. 주변에서는 자금 경색 등으로 문을 닫는 이들도 여럿이다”고 털어놨다.

한편, 완성차업계의 공장 가동률이 정상 수준으로 돌아오더라도 단기간 급반등을 기대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이 여전하고, 그동안 누적된 피해를 만회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작년 말과 올 초에 몰렸던 완성차 메이커의 신차 출시도 특수효과를 제대로 누리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모델의 판매량이 예상치를 밑돌 경우 자동차 생산량과 철강재 소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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