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유재혁 기자
▲ 스틸데일리 유재혁 기자
기자가 청소년기를 거치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 가운데 하나는 우리들의 가장, 바로 당신들의 아버지는 대체로 자기 가족을 오히려 더 못 챙긴다는 점이었다.

남들 앞에서 가족을 챙기거나 자랑할 경우 팔불출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기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자신의 가족은 어차피 자기 편을 들어줄 것이란 생각 때문이었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대체로 자신의 가족에게 따뜻한 속내를 내비치는 것에 대해 인색했던 것 같았다.

세월이 많이 흘러 이제는 가족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어차피 잡은 물고기´라는 말이 아직 남아있는 것을 보면 사회 통념이 완전히 없어진 것 같지는 않게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가족과 잡힌 물고기를 동급으로 표현하기는 어렵겠지만 어차피 개인 입장에서는 자기 편이라는 생각에 소홀히 대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현실이다.

거래 관계에 있어서도 이 같은 관계는 통용돼 왔다. 자신의 확실한 고객사에게 무언가 이익을 주기 보다는 "에이 다음달에도 이 만큼은 살 텐데 ······" 라며 오히려 신규 고객에게 각종 할인과 혜택을 먼저 공급해 왔기 때문이다.

위기는 기회라고 하지만 그 기회가 올 때까지 누가 과연 버텨낼 수 있을 것인지란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우려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이후 찾아올 수요 감소에 대한 걱정 역시 갈수록 커지는 모습이다.

경기위축의 가장 큰 적 가운데 하나는 바로 심리라는 말이 있다. 향후 경제에 대한 불안심리가 결국 수요위축을 더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심리가 아니라 현실이 눈앞에 닥쳤다고 이야기하는 업계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전체적인 수요심리 악화가 이어지고 국내외 제조업 경기 역시 부진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다.

결국 가동률과 제조원가를 고민해야 하는 철강업체들은 충성도 높은 고객에게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 도래하고 있는 것이다.

가격을 통해 일시적인 고객이 될 수는 있겠지만 결국 고정고객을 얼마나 안정적인 비중을 확보해 생산활동을 이어가느냐가 수요 감소기 생존을 담보하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 될 것이다.

잡은 물고기에게 영양가 높고 좋은 환경을 조성해 주도록 하자. 그 잡힌 물고기가 성장해 다른 더 큰 물고기를 잡아오는 긍정의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힘들더라도 철강업체들은 자기 식구 먼저 챙기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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