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이 러시아 철 스크랩을 대량 계약했다.

현대제철은 17일, 러시아 철 스크랩 수입 협상에 들어가 직전 계약 가격과 같은 247달러(A3 CFR)에 9만 톤을 수입하기로 했다.

이번 계약에서 관련 업계의 이목을 끈 것은 계약 양이다. 지난해 한국제강사들은 현대제철과 동국제강을 중심으로 71만 톤의 러시아 철 스크랩을 수입했다. 한 달 평균 6만 톤 남짓을 수입 한 것이다. 현대제철의 월 수입량은 약 5만 톤 정도로 추정돼 이번 계약은 평소의 두 배에 육박하는 대량 계약이다. 미국 대형모선 2카고에 해당하는 물량이 한 번에 계약된 것이다.

현대제철의 계약 가격은 시황 가격 수준이거나 소폭 낮아 보인다. 러시아 공급사들은 250달러 이상을 요청했지만 일본 철 스크랩 가격 하락 등으로 실질 계약가격은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납기는 6월까지여서, 분산돼 현대제철에 입고될 예정이다. 납기를 고려할 때 수급 개선 효과보다는 심리적 측면의 영향이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이번 계약은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현대제철이 국내 철 스크랩과 일본 철 스크랩 공급사에 가격 하락 신호를 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러시아 A3는 대체로 한국산 중량류와 일본산 HS급 대체재이다. A3 대량 계약은 이들 시장의 수급 과 심리에 영향을 주어 왔다.

현대제철의 지난주 일본산 HS 철 스크랩 비드 가격은 톤당 2만 4,700엔으로 인천 공장 도착 기준으로 톤당 31만 2,000원(운임 2,200엔 기준) 수준이다. 이번에 계약한 러시아 철 스크랩이 도착 기준으로 약 5,000원 정도 저렴하다.

또 현대제철의 한국산 중량A의 구매가격은 28만 원 전후로 추정된다. 이번 러시아 철 스크랩 계약 가격이 그렇게 낮은 수준은 아니어서 가격에 주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수급 측면에서 보면 다를 수 있다. 러시아 철 스크랩 대량 계약으로 공급이 타이트한 일본산 HS와 한국산 중량류의 소비 감소효과를 유발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현대제철의 이번 대량 계약은 한국산 중량류와 일본산 HS급의 수급 개선효과와 이에 따른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러시아 철 스크랩 대량 계약으로 미국산 대형모선 계약 시점도 당분간 뒤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많다. 현대제철의 대형모선 입항은 4월에 끝이 난다. 뒤를 받쳐주는 계약 소식은 없는 상태다. 또 미국 공급사들의 오퍼가격이 280달러에 육박해 일본산과의 가격 차이가 커 계약 결정도 쉽지 않은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제철이 미국산 철 스크랩을 대신해 러시아 철 스크랩을 대량 계약한 것 같다. 당분간 현대제철이 대형모선 계약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 같지 않다”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의 러시아 철 스크랩 대량 계약은 한국과 일본 미국산 철 스크랩 공급업체에게 다양한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 가깝게는 이번 주 현대제철의 일본 철 스크랩 입찰에서 이번 계약의 의미를 읽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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