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 철강산업연구소 유승록 부소장
▲ S&S 철강산업연구소 유승록 부소장
코로나바이러스 19, 철강수요산업을 심각하게 감염시키고 있다

가장 먼저 항공업계와 여행업계 그리고 외식업이 코로나바이러스 19의 직격탄을 맞았다. 출입국 제한, 자가격리, 모임자제 등 사람들의 이동에 의해서 사업이 영위되는 산업들은 코로나바이러스 19의 직접적인 영향을 피해갈 수 없었다.

다음으로는 한국의 제조업들도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1월 중국이 춘절 연휴를 1주일 연장하고 중국내 많은 공장들이 가동을 멈추자 중국산 부품에 의존하고 있던 한국 제조업체들이 연달아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한국의 중국에 대한 부품의 의존성이 어느 국가보다도 높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심각한 문제가 자동차산업에서 발생했다. 중국 춘절 연장으로 중국산 부품의 재고가 바닥이 나자 현대자동차가 2월 7일부터 생산을 중단한다고 발표하였다. 뒤이어 르노삼성자동차, GM, 쌍용자동차도 생산 중단에 들어갔다. 국내 자동차 산업 전부가 일시 정지한 것이다. 그렇지않아도 수입자동차의 국내시장 잠식 확대, GM의 군산공장 폐쇄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던 때에 이와 같은 추가적인 생산 중단은 국내 자동차산업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금년 1~2월 동안 국내 자동차 생산은 전년동기대비 27.9% 감소한 44만 1천대에 불과하였다.

수출은 27.4% 감소한 27만 1천대를 기록하였다. 자동차 내수판매마저 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1~2월 국내 자동차 판매는 16.6% 감소한 21만 4천에 머물렀고, 특히 국산 자동차의 내수 판매는 1월 9만8755대, 2월에는 8만3763대에 불과하였다. 1~2월 합계로 국산자동차 내수는 전년동기대비 18.8% 감소한 것이고, 국산차의 월간 내수판매 대수가 10만 대 이하로 떨어진 것은 2013년 2월 이후 6년 11개월 만이라고 한다.

코로나바이러스 19가 국내 자동차 생산에 이어 소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한국 자동차 산업의 수출의존도가 70% 이상에 달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코로나바이러스 19의 세계적 팬데믹이 한국 자동차산업에 미칠 영향은 현재로서 가늠하기 힘들다.

<표1> 2020.2월 국내 자동차산업 동향
자료: 한국철강협회
▲ 자료: 한국철강협회


철강 수출입도 금년 2월까지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2월까지 철강재 수출은 4,960 천톤으로 전년동기대비 △4.1%로 소폭 감소하였고, 수입은 같은 기간 2,155천톤으로 전년동기대비 △29.2%의 큰 폭 감소를 기록하였다. 수입이 더욱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은 국내 수요산업의 경기가 그 만큼 좋지 않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수출 환경은 2월까지는 내수에 비해 상황이 크게 악화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수출은 대부분이 전년도에 이미 계약되었던 물량이 통관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3월 이후에야 코로나바이러스 19의 철강수출에 대한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만약 3월 이후 철강수출에서도 우려한 바가 나타난다면 한국 철강산업은 큰 폭의 내수 감소와 수출 감소를 동시에 견뎌내야 하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작년 철강전문기관들은 금년에 국내 철강 내수가 1% 내외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망은 코로나바이러스 19 사태를 고려한다면 크게 하향 조정되어야할 것으로 보인다.

철강가격 인상 예상보다 어려울 수 있다.

국내 철강업계는 2019년 철강가격 하락과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영업이익률이 급감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를 회복하기 위해 금년 들어 철강업계는 작년에 이루지 못한 철강가격 인상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수요산업의 극심한 침체와 큰 폭의 철강 내수 감소 상황을 고려할 때 가격인상이라고 하는 철강업계의 바램은 그저 희망으로 끝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한국철강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2020년 3월 첫 번째 주의 국내 열연강판 가격은 톤당 71만원으로 2019년 12월과 2020년 1월에 비해 소폭 상승하였으나, 2019년의 연간 평균가격인 71만8천원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열연강판 가격은 2020년 1월 톤당 570달러에서 3월 첫번째 주에는 523달러로 2달 사이 47달러가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철강가격이 한국 철강가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중국의 철강가격하락은 한국 철강업계의 가격인상을 어렵게 만들 수 있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철광석 가격은 2019년 연평균 U$93.5/dmt에서 2020년 3월 첫 번째 주에는 U$89.5로 소폭 하락하여 제품가격 하락에 따른 수익률 감소를 다소나마 보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 금융위기 수준의 종합대책이 필요하다

이상과 같이 코로나바이러스 19는 국내경기 회복 둔화, 국제무역환경 악화 등의 수많은 악재 속에서 악전고투하고 있던 한국 철강산업에 또 다른 무거운 짐을 지우고 있다. 이미 수요산업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고, 철강산업도 그 회오리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아마 올 해는 한계선상에 있는 수많은 철강업체들이 절체절명의 생존 게임을 치러야할 지도 모른다.

철강수요산업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철강유통업계, 특히 자금여유가 없는 중소 유통업체들이 1차적으로 심각한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판매부진에 따른 유동성 위기가 닥칠 수 있는 것이다. 대형 철강제조업체들이라 하더라도 현금자산이 부족할 경우 위기로 내몰릴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국내 철강시장의 성장 정체만으로도 생존을 걱정해야하는 상황에서 코로나바이러스 19는 국내 철강산업에 구조조정이라는 혹독한 후유증을 남길 가능성이 높다.

가장 우선적으로 해야할 일은 감염원이 사업장에 침투하여 생산 자체를 할 수 없게 하는 상황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현재의 상황에서 생산마저 중단될 경우 바로 경영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 바이러스가 사업장내로 침투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우선적인 일이다.

다음으로는 최대한 현금동원력을 확보해야 한다. 아직까지 현재의 팬데믹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고 있다. 최대한 지출을 줄이는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 노력, 이에 더하여 현금 확보를 위한 다양한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한국 철강산업의 발전 수준을 감안할 때 추가적인 원가절감과 생산성 향상은 매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 이외에는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이 없다는 심정으로 모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모든 종업원들이 기업가적인 마인드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사내벤처’ 제도를 도입하는 것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일이다. 그리고 철강업계의 어려움이 정부 정책에 조속히 반영될 수 있도록 보다 능동적인 활동이 필요하다. 한국철강협회를 통한 중앙정부뿐만 아니라 각 기업들이 소재하고 있는 지방정부에도 적극적으로 위기상황을 호소하고 자금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활동들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철강산업은 가동율이 매우 중요한 산업이다. 가동률이 하락하면 고정비부담이 그만큼 증가한다.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는 판매량과 가동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정책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가격정책을 보다 탄력적으로 운용하고 판매물량과 재고비용, 가동률 하락에 따른 추가 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매가격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와 같은 단기적인 대책이외에 장기적인 대책도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 한국 자동차산업 전체가 조그마한 중국산 부품 때문에 전체 자동차업계가 가동을 완전히 멈추는 사태가 발생했다. 향후에도 이러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우리나라 산업생태계 취약성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 철강수요업체들은 생산원가 때문에 중국산을 사용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얼마간의 비용이 증가하더라도 생산을 완전히 멈추는 것보다는 낫다. 가동중단은 일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경제 전체의 문제로 비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철강수요산업도 이제부터라도 비용보다는 품질에 조금 더 힘을 쏟아야 할 시기이다. 철강업계와 철강수요업계가 합심한다면 동일한 비용으로 고품질의 부품들을 얼마든지 생산할 수 있다.

빅데이타,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극 활용한다면 더욱 가능성이 높다. 이를 위해서는 관련 기업들뿐만 아니라 정부의 R&D 정책 자금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철강업계와 철강수요업계의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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