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데일리 김영대 기자
▲ 스틸데일리 김영대 기자
시중 철근 시세가 가파른 상승을 거듭했다. 최근 들어서는 제강사 유통향 판매가격인 64만 원과 동일한 수준에 머물며, 정상적인(?) 시장으로 변모하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도 들게 했다.

이쯤에서 철근 업계는 64만 원의 의미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64만 원은 제강사의 공식 판매가격과 같다는 점에서 상징적으로 바라볼 수 있지만 인건비와 금융수수료 등의 판매관리비까지 포함한다면 여전히 유통업체의 적자를 불러오는 시세다.

적자 여부만 놓고 본다면 앞서 저가로 형성됐던 때와 상황은 같다. 간혹 판매원가보다 높은 64만 5,000원을 제시하는 유통업체도 일부 보이지만 실제 거래량이 미미한 수준으로 유통마진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유통업체들이 판매원가보다 높은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면서 유통마진을 통해 수익을 얻어야 한다. 나아가 유통단계를 거칠수록 가격이 더욱 높아지는 게 일반적이다. 이 과정에서 판매원가 이하로는 가격이 떨어지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가격에 대한 안정성은 자연스레 올라간다.

현대제철이 4월부터 기존 고지하던 유통 최저마감가격 대신 건설향 판매가격만 65만 원으로 발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보인다. 자사가 최종 수요자인 건설사에 65만 원을 받고 제품을 판매할 테니 유통업체들도 시중 유통 가격을 높여 유통마진 1만 원을 스스로 확보하라는 의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유통업체들이 마진 확보보다 적자 상태인 64만 원을 유지하는 이유는 제강사 가격정책에 대한 신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마진을 확보할 수 있는 65만 원으로 가는 마지막 한걸음을 내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제강사가 가격정책을 뒤집어 소급할인을 해줄 수 있다는 생각과 지금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시중 유통가격이 판매원가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확신을 유통업계와 건설사, 심지어는 제강사에 소속된 관계자들도 일부 가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는 과거 사례로부터 각인된 학습효과의 영향이다. 당장의 매출 확보와 편익을 위해 적자 판매 후 소급할인을 주고받았던 선례가 부메랑처럼 되돌아온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제강사의 가격정책을 믿고서 판매단가를 높게 제시한 유통업체는 오히려 손해를 본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제강사와 유통업계, 건설사 등 거래의 3주체는 서로의 잘잘못을 탓하며 상반된 의견을 주장하고 있지만, 기형적으로 왜곡된 시장 구조를 바꿔야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머리를 맞대고 고민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시장의 정상화는 업계 모두에게 이롭게 작용할 여직 충분하다. 제강사 입장에서는 판매 원가를 지키면서 수익성을 도모할 수 있고, 유통업체는 적자에 대한 우려 없이 적정 유통마진을 확보할 수 있다.

하물며, 건설사도 자재수급과 가격에 대한 안정성이 높아지므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현재 철근 분기 가격을 고정적으로 정해놓고 있는 것을 좋은 예로 볼 수 있겠다.

반대로 계속해서 시장이 정상화되지 못할 경우에는 각자 입을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질 가능성이 크다. 더 이상 수요가 뒷받침되는 시장이 아니라는 게 그 이유다.

결국 누군가가 쓰러질 때까지 지속되는 치킨게임이 펼쳐지고 그렇게 되면 업계 모두가 피해를 입게 된다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제강사, 유통업계, 건설사 모두를 따져 봐도 승자가 없는 싸움이다.

당장은 감산을 통해서 버티고 있다지만 그마저도 힘든 시장이 닥치지 않으리란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업계가 이번 기회를 마지막으로 생각해야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기회에 정상을 향한 한걸음을 내딛지 못한다면 다음 기회는 아주 먼 미래 혹은 영영 찾아오지 않을 수도 있는 노릇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현재 철근 시장은 정상화와 비정상화의 기로에 서있다. 시장 구성원 모두의 현명한 대처로 정상화를 이룩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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