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대지는 2,300평이고, 공장동이 1,800평, 사무동이 150평이다. 확장 이전을 하면서 가장 신경을 썼던 부분은 작업환경과 실험설비다. 기존 대저동에 있던 설비 외에도 인발기와 필거머신, 교정기를 각 1대씩 추가 도입했고, 열처리기 2대와 각종 검사 장비 및 실험설비를 신규로 증설했다. 인원도 10여명이 늘었다. 한마디로 ERP 기반으로 한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 고도화사업을 추진 중이다.
Q> 어떤 연유로 확장 이전을 하게 되었나?
A> 스크랩 유통부터 시작을 해서 가공을 거쳐, 제조에 이르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제조업을 시작하면서 느낀 것은 사업이라는 것이 나 혼자 잘해서는 안 되겠다. 자식과 종업원들에게 깨끗한 환경을 물려줘야 하고, 고객으로부터 인정받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까지는 외부 봉사와 기술력은 인정받는데 주력했지만, 이제부터는 직원부터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창립 35주년이 되는 해에 이전을 할 계획이었는데, 인허가문제도 다소 늦어져서 지난해 9월 이전을 하게 되었다.
Q> 중소기업에서는 쉽지 않은 사례인데, 실험설비에 비중을 두는 이유가 있나?
A> 제조업을 시작하면서부터 대기업이 할 수 없는 영역에서 기술과 품질로 승부를 하겠다는 생각을 했고, 지금까지 이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우리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기보다, 기존 제품의 품질(소재의 경도 조절, 형상 개선 등)을 개선하고 강화해서 수입재나 고가의 제품을 대체한다든가, 원가를 낮춰서 적용 범위를 넓히는 전략으로 가고 있다. 산업 곳곳에 물량은 소량이지만 반드시 필요한 영역이 많다. 이를 위해서는 많은 실험과 검사 과정이 필요한데 정부기관이나 대학을 제외하고는 많지가 않다는 거다. 지금까지는 부산의 대학과 협력을 통해 실험이나 검사를 했지만, 시간이나 비용측면에서도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처음부터 기술로 승부하려면 반드시 필요한 설비라고 생각을 하고, 이전과 함께 이 부분을 강화한 것이다.
Q> 이전과 함께 ‘Born Again 35’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의미를 설명해 달라
A> 올해가 부곡스텐레스를 창립한지 37주년인데, 슬로건을 만들 당시에는 35주년이었다. 향후 35년은 ‘자립형 글로벌 강소기업, 100년 기업으로 키워보자’는 의미에서 그러한 슬로건을 만들었다. 이전과 함께 슬로건도 ‘이제부터 시작이다. 할 수 있다. 해보자’로 바뀌었다. 우리는 이전의 의미를 ‘자립형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가는 시작의 해’로 잡고 있다.
Q> 부곡스텐레스는 이형단면 제조업체로 널리 알려져 있고, 코로나19로 많은 제조업이 가동중단을 한 상태인데, 부곡은 오히려 가동이 늘고 있다고 들었다. 이러한 비결이 무엇인가?
A> 즐거운 마음으로 부지런히 일해서 오늘날까지 왔다는 점은 개인적으로도 행운이다. 회사차원에서는 처음부터 남들이 하지 않는 틈새시장을 파고든 것이 주효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3~5년을 예상하고 연구개발을 해왔다. 그 결과 거래 선도 방위산업에서 원자력, 반도체, 자동차, 중공업, 로봇산업 등으로 확대되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비즈니스가 성황을 보이듯이, 저희도 어느 한곳이 다소 부진하면 다른 산업에서 주문이 늘어나는 모습이다.
두 번째는 즐겁게 일하는 문화라고 자부한다. 각자가 솔선수범해서 일을 하다 보니 주위에서도 인정을 받는 것 같다. 세 번째는 품질 우선주의다. 우리는 과거 10년간 ‘책임지는 제품, 인정받는 제품, 만족하는 제품’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고, ‘불량률 0%’에 도전하고 있다. 제품 품질은 생명과도 같고, 회사 이미지와 연결된다.
Q> 부곡스텐레스는 기술을 중시하는 회사로 정평이 나 있다. 특히 산학연 협력을 통해 많은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성공사례와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대해 말해달라.
A> 부산대와 해양대학교와 각각 파이프 인발과정에서 직진도를 바로잡는 프로그램을 개발해서, 이번에 설비도 도입하였다. 과거의 경우 인발을 한 후 시편을 떠서 어디에 힘이 실려 있는지를 검사해야 했는데, 이제는 인발과 동시에 직진을 잡고 세척까지 할 수 있게 됐다. 별도 공정이 불필요해진 만큼 그만큼 원가절감과 함께 생산성은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홍성박 부사장은 4월 24일 한국재료연구소(KIMS) 창립기념행사에서 특별공로상을 수상했다.)
Q> 수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데, 지금까지 어느 나라에 얼마만큼 수출을 하고 있고, 향후 확대 계획은 무엇인가?
A> 초기에는 열교환기를 위주로 주로 동남아 지역에 수출을 했는데, 지금은 우리가 생산하는 다양한 제품을 동남아는 물론 유럽과 미주지역으로 수출을 하고 있다. 2025년까지는 200만달러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Q> 정부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상생을 강조하고 있지만 현실은 중소기업의 설 자리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중소 철강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어떤 노력이 필요하고, 중소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한다고 보는가?
A> 대기업이 원가절감이라는 미명하에 하청기업의 납품원가를 깎는 행위나 불량을 떠넘기는 행위, 기술을 탈취하는 행위는 마땅히 근절돼야 한다고 본다. 정부 정책도 워라벨의 당위성은 인정하지만 중소기업 현실을 감안해서 순차적으로 적용을 했으면 좋았다는 생각이다. 가령 중소기업의 임금은 대기업의 60%밖에 되지 않는다는 조사결과가 있는데, 중소기업 근로자가 이 차이를 극복하는 방법은 연장근무를 하는 방법밖에 없다.
또 중소기업은 대기업이나 외국기업과의 거래 특성상 밤늦게 심지어 주말까지 특근을 해야 납기를 맞출수가 있다. 그런데 당장 주52시간제와 최저임금제를 시행하다보니 외국인 근로자가 급여를 더 많이 받는 상황이 벌어졌다. 지금이라도 100인 이하 기업에 대해서는 적용시점을 늦춰야 한다고 본다.
중소기업 스스로는 대기업 한 곳이나 특정 한 두 품목에 올인(All-In)하기보다 스스로 자생력을 가질 수 있는 기술개발을 해야 한다. 저희도 초기에는 한 회사의 임가공 영역이 매출의 90%를 차지한 적이 있었다. 과감하게 이를 버리고, 기술개발을 통해 대기업을 설득하는 노력을 하다 보니 오늘날의 회사로 성장하지 않았나 싶다.
기술개발도 초기에는 대기업이나 대학, 연구소의 보조역할에서 지금은 메인 역할이 되었고, 각종 논문이나 학술지, 세미나에도 저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노력을 하다 보니 우리를 떠났던 거래 선이 다시 찾아오고, 납품단가를 올려도 계약이 성사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또 거래처가 다른 업체를 소개해서 거래가 성사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Q> 부곡스텐레스의 장기 비전은 무엇인가?
A> 사실 모든 업무를 홍성박부사장에게 일임한 상태고, 저는 공장 이전 후 정리정돈과 안정을 찾는 일에만 주력하고 있다. 작은 기업일수록 우두머리부터 솔선수범을 해야 한다. 다행히 이전 후 종업원의 이직도 없었고, 예상보다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올 주총에서는 대표이사 자리를 이임할 생각이다.
장기적으로는 앞서 말했듯이 자립형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키우는 것이다. 이를 위해 R&D 비중을 늘리고 있다. 우리는 매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것보다 ‘부곡스텐레스 = 세계가 알아주는 기술력이 있는 회사’가 되는 것이다. 그러면 외형과 수익성은 자연히 따라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홍식 부사장
khan082@steelnste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