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 철강산업연구소 유승록 부소장
▲ S&S 철강산업연구소 유승록 부소장
4월 22일 정부는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마련해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유동성이 바닥난 기업을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대응은 공장가동 중단, 매출 감소로 유동성 위기에 내물리고 있는 기업들에게는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 분명하다.

이번 위기가 기업 내부적인 경영부실이나 산업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라고 하는 감염병 즉, 기업이 전혀 통제할 수 없는 외부적 요인에 의해서 발생했다는 점에서 일부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부작용보다는 긍정적 효과가 더 클 것이다.

정책의 효과는 타이밍이 매우 중요한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위기가 전 산업으로 파급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점에서도 칭찬받을 만하다. 그리고 이번 정책에서 정부는 지원 대상을 항공, 해운, 조선, 자동차, 일반기계, 전력, 통신 업종 등 7개 업종으로 한정했고, 국민 경제와 고용에 큰 영향을 미치는 대기업의 유동성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라고 목적을 분명히 했다. 대기업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측면에서 이해가 된다.

그러나 왜 지원 대상을 대기업으로 한정하고 있는지, 왜 7개 업종에 대해서만 지원해야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중소기업을 위한 지원이 추가적으로 마련되고 있는 것인지, 그 시기는 언제인지도 궁금해진다.

중소기업은 대체로 대기업에 납품을 하면서 연명하고 있는 2, 3차 협력업체들이다. 수익성이 낮아 현금을 사내에 유보해 놓고 있는 기업도 거의 없다. 대기업들은 가동율을 50%라도 유지할 수 있지만, 아예 가동을 못해 매출이 끊기고 이자도 갚지 못할 지경이라고 호소하는 중소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규모 지원으로 대기업은 살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 대기업에 납품하고 있는 중소 협력업체들은 지원을 받지 못해서 부도가 난다면 자재나 부품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기껏 살려놓은 대기업들은 또 다시 가동 중단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이러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금 번의 지원에 관련 중소기업도 반드시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다음으로는 철강업종도 이번 지원 대상에서 포함되어야 한다. 철강산업이 제외된 주된 이유가 정부가 정한 지원대상 업종들에 비해 국민 경제와 고용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아서 인지 아니면 상대적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을 덜 받을 것이라고 예단해서 그런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철강산업도 이들 대상 업종만큼 어렵다는 사실이다. 특히 중소규모의 2,3차 유통업체들이나 철강가공업체들은 현재 심각한 경영위기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자동차부품업체들과 직접 거래를 하고 있는 한 유통업체는 4월 들어 거의 주문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당장 현금이 없어 어음거래라도 해야 할 지경이라고 말하고 있다. 수출은 더욱 어렵다. 한국 철강산업은 연간 총 생산량의 40%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 한국은 2019년 231억 달러의 철강재(HS 72기준)를 수출하였다. 철강제품은 품목별 수출 순위에서 6위를 기록할 정도로 중요한 수출 품목이다. 그러나 2분기 들어서는 수출길이 완전히 막히고 있다. 기존에 계약했던 수출 물량조차도 선적 지연을 요청받거나 계약해지 요구를 받고 있다.

해외에서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수출이 얼마나 감소할지 현재로서는 예측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국내 업체들은 이들 수출물량을 내수로 전환하고자 다양한 노력들을 하고 있지만 국내시장도 이미 포화일 뿐 아니라 자동차 등 수요업체들이 가동을 멈추고 있는 상황에서 팔 곳이 만만치 않다. 철강생산 공장은 그 특성상 자동차와 같이 상황에 따라 가동을 멈추거나 다시 재가동할 수 없다. 가동을 멈추는데도 시간이 필요할 뿐 아니라 재가동에도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수요가 감소하더라도 당분간 생산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에도 불구하고 철강의 생산이 다른 산업보다 크게 감소하지 않았던 이유이다.

늘어나는 재고 부담을 현재는 생산자가 모두 떠안거나 아니면 일부 유통업체들도 나누어 부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조만간 철강업체들도 부담의 한계에 다다를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아마 국내 철강업체들은 겉으로 괜찮은 것 같지만 속으로는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견디고 있는지도 모른다.

현 사태가 장기화되어 고로의 가동을 멈추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문제는 더욱 커진다. 소재 공급에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되고, 재가동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지불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철강산업의 국제경쟁력과 제조업 전체의 경쟁력 약화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철강업종도 이번 ‘기반산업 안정기금’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원 대상업종에 철강업종을 포함하고 동시에 중소기업들에게도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만 이후에도 전체 국가경제가 원활하게 돌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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