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9일 대한제강의 YKS(YK스틸의 물적분할 법인) 인수 소식은 철강업계를 뜨겁게 달궜다. 지난 4월에는 영흥철강이 냉간압조용강선 제조업체인 한영선재의 주식 매입을 통해 85%의 지분을 확보하며 한영선재를 인수를 확정지었다.

철강 기업 간의 인수합병은 공급 과잉인 경쟁적 시장 구조에서 산업 내 구조조정과 시장 구도 재편이 이뤄지게 된다는 점에서 관련업계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에 본지에서는 국내 철강업체들의 철강사업 관련 인수·합병의 역사적 순간들을 되짚어 보고, 인수합병의 시사점과 향후 방향성을 점검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 철강업계 내 인수합병 ‘역사적 순간들’ 1·2부
- 철강업계 내 인수합병 BEST/WORST
- 철강업계 인수합병 시사점과 향후 전망

철강업계 내 인수합병 ‘역사적 순간들’ ②

▲ 동국산업

동국산업은 2004년 ‘신화특수강(現 시흥공장)’을 인수하여 자회사로 만든 뒤 ‘대원스틸’로 사명을 변경했다.

대원스틸은 특수강 냉연 생산업체로 자동차, 농기계 등에 필요한 원재료를 공급하던 업체였다. 동국산업은 대원스틸 인수로 2004년 당시 2,000억원대에 머물던 자산 총액을 이듬해 3,500억원대까지 끌어올릴 정도로 몸집을 키웠다.

인수 10년 후인 2014년에는 흡수 합병을 통해 경영효율성 제고와 영업경쟁력 강화를 꾀했다. 이로써 회사의 냉간압연능력이 연간 40만톤으로 확대되고, 중후판부터 박판에 이르는 다양한 제품을 시장에 공급하는 기반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도 냉연특수강판 시장 점유율을 70%까지 끌어올리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했다. 일각에서는 생산공장만 다를 뿐 판매 시장과 제품이 같은 상황이었던 만큼 합병이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동국산업 전경
▲ 동국산업 전경

▲ 디케이동신

디케이동신은 동국산업과 대원스틸이 2008년 ‘네오스틸’을 인수하기 위해 만든 신설법인이다. 특수 컬러강판 시장에서 강점이 있던 네오스틸을 인수함으로써 제품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기 위한 목적이 컸다.

동국산업의 광폭압연기에서 냉연 소재를 뽑아내 디케이동신에 공급하면, 동신은 이를 활용해 제품을 만드는 것이 골자였다.

동국산업으로서는 20만톤 케파의 광폭압연기 설비 가동률과 판매처를 확보할 수 있고, 디케이동신으로서는 안정적인 소재 공급처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휴스틸 대구공장 전경
▲ 휴스틸 대구공장 전경

▲ 휴스틸

2015년 1월 27일 휴스틸은 자연과환경스틸 자산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금액은 15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강관 메이저 3사 가운데 하나로서 탄소강 강관 사업에 집중하던 휴스틸은 자연과환경스틸 인수를 계기로 2015년 3월부터 스테인리스 강관 시장에도 진출하게 됐다.

휴스틸은 자연과환경 인수를 통해 다양한 파이프 구색 마련을 통해 패키지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 한국주철관공업

2015년 12월 11일 대전지방법원은 한국주철관공업의 에이스스틸 지분 100% 인수를 인가했다. 한국주철관공업은 에이스스틸의 주식 100%에 해당하는 284만 주를 142억원에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주철관공업의 M&A로 회생대상이던 에이스스틸은 2016년 2월 회생절차를 종결지으며 한국주철관공업의 계열사가 됐다.

에이스스틸은 모회사인 부산의 한국주철관공업, 포항의 진방스틸코리아, 충북 음성의 한국강재와 함께 시너지를 창출하는 데 큰 역할을 맡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미주제강/코리녹스

2006년 12월 미주제강은 성원파이프를 인수했다. 정확히는 145억 2,994억원에 성원파이프 주식 24.21%를 확보했던 세청화학의 지분 48%를 120억원에 인수하며 우회 인수를 실시한 것이다.

2007년 3월 6일 미주제강은 성원파이프 주식 145만 2,994주를 152억 6,000만원에 추가 취득하면서 성원파이프 지분 51.2%를 보유하게 됐다.

2009년 6월 29일 성원파이프는 미주제강에서 분리된 회사인 미주STS 지분 100%를 85억원에 인수했다가 10월 황금에스티에 미주STS의 지분 80%를 매각한 바 있다. 12월 8일에는 부산지역 STS 강관 유통업체인 중평금속을 295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2011년 3월 25일 비앤비성원으로 상호명을 변경했던 성원파이프는 미주제강과의 동거를 지속하다 2012년 6월 15일 회생절차를 개시했다.

2013년 10월 스테인리스 협폭 냉연코일 압연업체인 코리녹스는 511억원에 비앤비성원 인수 절차를 마쳤다. 미주제강의 매각 반대 항고 문제로 12월에야 최종 인수에 성공하게 된다. 2016년 1월 성원비앤비는 기업이미지 제고를 위해 사명을 주식회사 성원으로 변경했다.

▲ 한국선재

2016년 3월 2일 한국선재는 현진소재 유형자산 인수 계약을 체결했다. 부산 녹산산단에 위치한 현진소재의 토지·건물·기계장치가 인수 대상으로 규모는 158억 9,000만 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에서는 한국선재가 단조사업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였으나 한국선재 측은 단조사업 진출 목적보다는 자산운용 효율성 제고에 초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영흥철강 전경
▲ 영흥철강 전경

▲ 영흥철강

2020년 4월 12일 영흥철강은 냉간압조용강선(CHQ와이어) 제조업체 한영선재의 주식 39만주를 40억원에 취득하며 한영선재 인수를 확고히 했다.

2020년 1월 7일 영흥철강은 한영선재 지분 20%를 21억원에 취득하며 냉간압조용강선(CHQ와이어) 시장 진출과 수익 확보에 나설 계획이라 전한 바 있다. 두 차례의 주식 취득을 통해 영흥철강은 한영선재 지분을 85% 확보하게 됐다.

▲ 한국철강

지난 2002년 한국철강은 총 400억 원을 들여 환영철강의 지분 80%에 달하는 기명식 보통주 신주 3자 배정분 800만주를 확보했다.

이에 따라 한국철강은 연산 200만 톤 규모의 생산체제를 갖추게 됐으며, 당시 연산 198만 톤 규모의 생산체제를 보유했던 동국제강과 어께를 나란히 하는 철근 생산업체로 부상했다.

점유율도 비약적으로 상승했다. 당시 한국철강의 철근시장 점유율은 13%, 환영철강은 8% 수준으로 합병 이후 두 회사를 합해 약 20%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한 바 있다.

또한, 당시 창원과 마산 등 남부지역에만 공장을 보유하고 있던 한국철강 입장에서는 당진에 공장을 보유한 환영철강을 인수함으로써 철근 출하량의 60%가량이 집중되어 있는 수도권 판매망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 야마토공업, 한보 부산제강소 매입

IMF외환위기로 빚더미에 앉게 된 한보 부산제강소 매각이 6년이 지난 2002년에 들어서야 최종합의에 이르게 됐다. 일본 야마토공업이 1,420억 원을 투자해 경영권을 확보하고 나선 것.

야마토공업은 한보 부산제강소 인수 후 이듬해인 2003년 ‘YK스틸(야마토코리아 스틸)’로 회사 이름을 바꾸고 ‘가치경영, 참여경영, 투명경영, 신바람경영’이라는 새로운 경영이념 아래 새 출발을 시작했다.

이후 2004년 제강라인부터 압연까지 4,000만 달러를 투입, 대규모 설비 합리화를 추진하는 등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2019년 기준 연간 110만 톤가량의 생산능력을 갖추게 됐다.

▲ INI스틸(現 현대제철), 한보철강 인수

지난 2004년 포스코-동국제강 컨소시엄, INI스틸-현대하이스코컨소시엄, 한국철강, 야마토컨소시엄, 애브라즈홀딩스, 애사르, 론스타, 패터슨 등 국내외 7개 업체가 참여한 한보철강 최종 입찰에서 INI스틸과 현대하이스코가 구성한 INI컨소시엄이 한보철강을 인수했다.

인수 대금은 9,100억 원 규모였지만 상하 5% 범위 내에서 재조정할 수 있도록 매각조건을 규정함에 따라 당초 금액보다 소폭 인하된 8,700억 원~8,800억 원 선에서 결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INI스틸의 한보철강 인수는 국내 철강 산업에서 한 획을 그을 수 있을 만한 대형 이벤트로 기록되고 있다.

심지어 당시 한국기업평가에서는 향후 사업계획의 향방에 따라 예상되는 사업 재무적인 영향폭이 너무 넓어서 컨소시업 측이 중장기 운영계획을 발표하기 전까지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을 예단하기 어렵다고 평가할 정도였다.

실제 INI스틸은 앞서 강원산업을 인수함에 따라 H형강 생산량의 70%를 담당하고 철근 시장에서 4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봉형강 부문 절대강자로 거듭났다.

▲ 대한제강

2020년 6월 대한제강의 YK스틸 인수합의가 결정됐다. 대한제강은 오는 9월 8일 YK스틸의 물적분할을 통해 탄생한 YKS 지분의 51%를 486억 원에 매입하기로 합의했다.

YKS는 YK스틸의 자산 중 토지와 현금성 자산 등을 제외하고 철근 사업을 운영하기 위한 설비와 경영권 등을 포함한 신규법인이다.

대한제강이 YKS를 인수하게 되면 기존 연간 155만 톤의 철근생산능력에 YK스틸의 110만 톤을 더해 약 270만 톤의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업계 2위 생산능력을 보유한 동국제강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시장의 위상이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점유율면에서도 대한제강 12%, YK스틸 9% 수준으로 전체 2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함으로써 시장에 대한 영향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대한제강이 YK스틸 부산공장 설비 일부를 당진 석문산업단지 내 자사 부지로 이전해 남부지역뿐만 아니라 수도권 지역에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제강 전경
▲ 대한제강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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